"시아야! 그거 알아? 솔잎은 먹어도 된데! 게다가 생각보다 영양분도 풍부하다는거 있지?"


"너 또 그건 어디서 들은 이야기야?"


"가난그릴스좌가 알려줬어!"


"또 커뮤니티야..?"


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틋녀의 자금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너무 뭐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틋녀는 지금 돈이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었다.


오랜 친구로 지냈고, 그녀의 성전환 증후군때문에 자리를 잃어가던걸 지켜봤고, 그녀가 부모님을 잃고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런 그녀는 이제는 진짜 의지할곳이 없는 상태였다.

하필 체력도 약해지고, 외모도 너무 어린.. 소위 말해 '로리'가 되어버린 오랜 친구 틋녀..

당연히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을 알바로 채용해줄 자영업자도 없었고, 힘쓰는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신분 증명도 안되서 당연히 아동복지 센터같은건 기대도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게 없는 지금의 틋녀..


그래도, 어떻게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며 근근히 버틸 수 있게 해준게 얼마 전의 이야기였다.

틋녀는 얼마전 틋챈피아에서 소설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에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얼마전 인증 조회수당 적립금이 12원에서 8원으로 줄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한달 수입은 고작 17만원..

다행인점은 17만원 정도에서 거의 변동이 없어서 꾸준히 일정한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긴 한데.. 사람이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찾기 시작했다. 얼마전에는 게임 쌀먹도 시작했다고..

하지만.. 역시 그걸로는 사람이 버틸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쪼들리고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걱정 마 시아야! 솔잎 많이 먹고 돈 아껴서 빌린 돈 다 갚을테니까!"


"하아.. 틋녀야.. 빌린돈.. 그.. 그냥 안갚아도 돼.. 그냥 든든한거 사먹어.."


"아! 댓글달렸다! 히히.. 독자님의 댓글.."


그래도.. 겉보기에는 참 해맑아보여서 다행이다.

저정도로 궁지에 몰렸으면 사람이 우울해질만도 한데.. 틋녀는 멘탈 하나만큼은 정말 좋아보였다.

문뜩 그녀의 손목에 그어진 흉터가 보였다.

저건.. 그녀가 처음 여자가 되었을때 생긴 상처라고 했던가..

커터칼로 그었다고 했다.

커터칼도 무뎌서 제대로 그어지지 않았다고.. 그래서 크게 안다쳤으니까 걱정 말라고 말하던 틋녀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 난다.

시아는 안쓰러운 시선을 거두고 현관 앞에 섰다.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댓글은 어때? 잘 달렸어?"


"5000자 달렸어.. 내 소설이 이제 보기 싫어졌데.."


"그런 독자는 그냥 보내줘, 상관 없잖아? 아무튼.. 나 이제 갈테니까 내일 봐 틋녀야"


"앗..잘가.. 시아야.."


시아는 틋녀가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원룸을 나왔다.

문뜩 뒤를 돌아보니 원룸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은 참 초라해보였다.

안그래도 좁은데.. 심지어 반지하..

지대가 높은 지대에 있어서 수해는 입지 않는다고 하지만.. 편의점이나 마트에 다녀올때마다 등산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매번 올라갔다 내려가야 한다.

시아는 틋녀가 살고있는 원룸건물.. '성화맨숀'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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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 뒤, 시아는 일 끝나고 곧장 틋녀의 집으로 향했다.

요즘들어 일상이 되어버렸다. 틋녀의 집에 방문해서 아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청소나 집안일을 도와주는것 말이다.

이유는 별것 없었다. 결국 다 자기만족이다.

어렸을때 죽은 여동생의 얼굴이 떠올라 그 알량한 자기만족도 놓지 못하고 있는 시아는 결국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틋녀의 원룸 앞에 섰다.

문을 두들겼다. 문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지만 절대 멋대로 열고 들어가는 일은 없다.

틋녀가 나와서 자신을 맞이해주는게 좋았다.

하지만 틋녀가 나오지 않았다.

시아는 다시 한번 틋녀의 문을 두들겼다. 이번에는 조금 쌔개


쿵쿵-


"틋녀야! 나야!"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시아는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잠깐의 고민 끝에 시아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곧장 틋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쓰러졌다.


"틋녀야.."


섬유

끈끈하고 끈적한 밧줄의 섬유가 얽히고 섥혀 하늘에서 땅으로

반지하로 들어오는 은은한 빛이 대비를 일으켜 검은색과 하얀색의 세계로

코를 찌르는 악취와 흥건한 바닥에 비친 형광등이

세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 비극적인 세상이라는 작품을 한폭의 그림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한채..


오늘

틋녀는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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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삐비비빅 삐비비빅-


알람이 울렸다.

시아는 옆을 바라보았다.

알람시계가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장 시끄러운 알람시계를 끄고, 오늘의 날짜를 확인했다.


2024년 04월 24일


틋녀가 죽기 2달 전

결국 시아는 이번에도 틋녀를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