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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놀 것이 없다.


이 것은 언제나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다.

놀거리. 그러니까 연극이나 영화라던가, 놀이공원, 축제 같은 것들은 당연히 시골보다는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열리기 마련이니까. 그것 말고도 도시는 사람이 많기에 카페나 PC방 같은 장소들도 많고, 모여서 먹을 음식점도 많고. 팥빙수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들을 파는 곳들도 많고.


반대로, 시골은 어떤가?

사람은 없고, 게다가 사람이 있다 해도 워낙 수가 적다. 하루에 100명이 들리는 커피숍이라면 그럭저럭 장사할 만 하겠지만, 하루에 10명이 들리는 커피숍이라면? 언제 망할지를 세는게 더 빠르지 않겠는가.


농사일을 하느라 바쁘고, 사람이 적다보니 상권도 발달하지 않고, 필요가 적다보니 교통이나 전기같은 문명의 문물도 적게 들어오고...


이런 부정적인 악순환은, 어느 세계에서나 일어나는 법이었다.


소위 말하는, 후진국이라 불리는 제 3세계의 국가들도 도시는 나름 발전되어 있는 법이고, 정반대로 선진국의 시골이라 해도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상가나 넘쳐나는 시가지가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역사를 따져보아도 산업혁명이나 도시의 발전은 대도시나 항구에서 시작되었지, 시골의 작은 마을이나 탄광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으니.


따라서, 시골마을에는 유흥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든 어쩔 수 없었다.


물론 현대문명의 이기는 너무나도 위대하기 때문에, 그런 시골마을에서도 TV와 라디오라는 문명의 이기를 쓸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휴대용 게임기와 스마트폰이라는 치트키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시골에 내려간다 해도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ㅡ


안타깝게도.


이세계는 시골에 놀 것이 없다는 현실은 마찬가지면서도.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가 없다는 끔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이세계였다.



그래, 그러니까.


중세 판타지 세계에 전생해버린, 내 이야기다.





*




ㅡ짹짹!


울창한 삼림의 한 가운데, 맑고 청량하게 지저귀는 한마리의 작은 새.


이리저리,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다가도 맑은 울음소리를 내는 작은 새의 모습은 아름다운 대자연 속 귀여움 그 자체인 모습이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휙, 휙.

땅바닥에서 주은 자갈을 공중으로 몇 번 던지며 그 무게감과 무게중심을 가늠하는 소년.


"봐봐. 나도 할 수 있다니까?"


그 소년은 주먹을 손에 꽉 쥐었다가, 숨을 흡ㅡ 들이마시고서는.


"ㅡ이얍!"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자갈을 새를 향해 던졌다.


퍼석, 파삭, 하고 몇몇 나뭇가지와 풀숲을 헤치며 날아간 자갈.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자갈은 새를 명중시키지 못하고 그 대신에 새가 앉아있던 나뭇가지를 맞추었으며,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새는 짹짹 지저귀며 제자리에서 다급하게 날아올랐다.


"큭..."

"...풉."


그 모습을 보며 신음소리를 흘리는 소년의 모습을, 흘긋 바라보며 잠깐 웃어준 뒤.


소년의 옆에 서 있던 소녀는, 조용히 자갈을 들어올렸다.


달빛을 그대로 물감으로 삼아 색칠하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과, 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 눈동자.

자갈을 쥐고 있는 여리여리하고 새하얀 손목과,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백옥같은 피부.

검은 가죽 옷 밑에서도 드러나는 가슴과, 잘록 들어간 허리와, 발달된 골반.


그야말로 절세미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소녀.


그 소녀는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한번 보고, 자갈을 쥔 손에 힘을 주고.


ㅡ쐐액!


그대로, 자갈을 던졌다.


방금 전의 소년이 던진 돌과는 달리, 나뭇가지나 풀숲을 거의 통과하지 않고 매끄럽게 날아가는 자갈.

그저 나뭇잎 몇 개 만이 흔들려, 팟, 팟ㅡ 하는 소리가 들린 가운데.


ㅡ퍼억! 파삭, 툭...


둔탁한 소리가 울리고, 이어져서는 무언가가 수풀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가운데.


소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미소지었다.


"어때?"


"...겍."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빨갛게 달아오르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소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누나 최고, 라고 말해볼래?"


"...누가 누나야! 쌍둥이잖아!"


"누가 봐도 내가 누나지."


쌍둥이 동생의 사소한 반항 따위는 가볍게 진압하고서.


아름다운 은발의 미소녀, 엘린.

그러니까, 판타지 세계에 전생한 '나'는 살살 웃으며 말했다.


"정 그러면, 내기 할래? 누가 더 많은 새를 잡는지?"


"...좋아!"


그리고 소년ㅡ 내 쌍둥이 동생, 엘란은 내기를 받아들였다.




역시, 동생은 항상 기어오른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