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도박장의 총지배인이자, 오랜 친구인 제이크가 씨익 웃으며 권총을 흔들었다.


  "러시안 룰렛. 너도 명색은 겜블러니까 룰은 알고 있지?"

  "...기본 룰은 알고 있지. 애초에 간단하니까. 네가 하우스 룰을 추가한다고 해도 문제는 없어."

  "역시 친구는 친구인가 보다. 내가 하우스 룰을 추가할 거라는 걸 맞췄네."

  "...기존 룰은 너도 다칠 위험이 있으니까. 그건 네 스타일이 아니지."

 

  역시 내 친구. 넌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 그래서 더욱 아쉬워.


  "그래.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인심써서 딱 한번만 방아쇠를 당길게. 벌칙에 걸릴 확률은 6분의 1. 콜?"

  "벌칙은 당연히 죽음이겠군. 콜."

  "응? 그건 아닌데? 그래도 친구인데 내가 왜 널 죽여. 도박하더니 사람이 너무 팍팍해졌네."

  "그럼?"


  제이크는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의 손등을 관자놀이 옆에 붙였다. 

  이마에 붙은 손은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토끼 흉내를 내었다.


  "바니바니! 여지로 만들어서 도박장의 마스코트인 토끼 아가씨로 써먹어야지요!"

  "..."

  "뭐가 걱정이야! 네가 도박을 안해도, 도박에 응했다가 져도 빚은 똑같아. 다만 외형이 좀 아름답게 변할 뿐이지! 근데 이길 확률은 6분의 5인데?"


  제이크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도박을 포기하든, 도박에서 지든 절망적인 상황인건 똑같다.

  리턴에 비해 리스크가 적으면 마땅히 도박에 임하는 것이 겜블러의 덕목.

  이성은 무조건 이득이니 당장하라고 외쳤으나, 본능은 위험을 느끼고 이성의 바지끄댕이를 잡았다.


  "안해도 상관은 없어. 네가 친구라서 특별히 기회를 준 거지 원칙대로 해도 돼. 과~앙~사~안에 가는 거!"


  광산. 그곳에 들어간 채무자들은 혹사를 당하다가 죽어야지만 나올 수 있다고 하던데.

  ...여자가 되는 게 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하겠어."

  "좋은 선택이야. 실린더는 내가 돌릴까?"

  "아니, 실린더는 내가 돌린다."


  나는 왼손으로 리볼버를 쥐고,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실린더를 돌렸다.

  촤라락ㅡ!

  실린더는 힘차게 돌아가다 서서히 느려지며 종국에는 멈춰섰다. 이제 쏘기만 하면 된다.


  "손이 떨리는데?"

  "...긴장되니까 닥쳐."

  "흐, 미안."


  나는 심호흡을 하며 거세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킨 후, 천천히 검지를 당겼다.

  탕ㅡ!


  "하하하하!"


  이 씹새끼. 총에 장난질을 쳐놨구나?

  

  총지배인의 말처럼 총알이 들어있는 건 아니라서 죽은 건 아니지만, 비살상탄이라 할지라도 위력은 꽤 있는 편인지라 그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으며 풀썩 쓰러졌다.


*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다. 마치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진탕마셨다가 숙취에 시달렸을 때 같은 느낌과 흡사했다.

  짜증나는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으나, 아까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에 의아해하기도 잠시.

  그, 아니 그녀는 자신의 다부진 근육 체질의 몸이 슬랜더 유형의 부드러운 몸으로 변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씨발."

  

  여성으로 변한 것? 내가 동의한 것이니 백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아무런 속옷도 없이 팬티스타킹 위에 바니걸 의상이라니!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수치스러워서 죽을 수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 일어났어?"


  망할 제이크는 변태처럼 방 안에서 죽치고 있었는지 인기척 없이 가만히 있다가 놀래키듯 불쑥 튀어나왔다.

  물론 후회와 분노로 가득찬 그녀의 마음에 기겁, 혹은 당황이라는 감정이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야, 이 옷 뭐야."

  "야?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을 해야지."

  "...당장 일하는 것도 아닐 텐데 바니걸 옷을 입힌 이유가 뭔가요? 이 사기꾼아."

  "하나하나 대답해줄게. 첫번째, 사기꾼이 아니라 주인님. 바니걸로 일하는 이상 그에 걸맞는 말투와 행동을 취하도록. 두번째, 속는 놈이 병신이다. 네가 하고 다니던 말 아니야?"


  전부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자고 있는 저에게 바니걸 의상을 입힌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예전부터 그랬지만 넌 늘 눈치가 빨랐어. 맞아. 곧 중요한 인물과 미팅을 할 거고, 넌 비서 역할로 날 보좌해야해."

  "보좌라면?"

  "가만히 있으면 돼. 첫날인 신입에게 큰걸 바라진 않거든. 빨리 가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이크를 어색한 걸음걸이로 따라갔다. 여자들은 어떻게 하이힐 같은 신발을 신고 걷는 걸까.

  그렇게 속으로 꿍시렁거리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미팅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미팅 장소에 들어온 제이크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소파 중 하나에 앉으며 말했다.

  

  "곧 들어오실거야. 아까도 말했듯 넌 내 옆에 서있기만 하면 돼."


  옆에 서있기만 하면 된다니. 트로피가 된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쪽이 불만을 품던지 말던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중년의 배불뚝이가 헐레벌떡 문을 열며 거진 뛰쳐나오듯 들어왔다.


  "아이고! 차가 막히는 탓에 늦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해요."

  "이해해주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옆에 그 아이는 새로 들인 바니걸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아끼는 아이지요."


  제이크는 싱긋 웃으며 내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가 허벅지 안쪽 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


  솔직히 좀 많이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바니걸의 의상 특성상 엉덩이부터 발목까지는 스타킹만 입고 있었기에 맨몸이 만져지는 것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제이크가 엉덩이를 움켜쥐었을 때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었고, 허벅지 안쪽을 쓸어내렸을 때는 오싹했다.


  "총지배인님이 왜 그 아이를 총애하는지 알 것 같군요. 반응이 참 투명해요."

  "하하, 그렇죠?"


  제이크는 배불뚝이의 칭찬에 신이 난 것인지 곱게 모으고 있던 내 손을 강제로 들어올려 겨드랑이를 오픈시켰다.

  마지막에 거하게 말아먹었지만 나는 도박으로 밥벌어 먹던 겜블러였다.

  내 겨드랑이를 보고 있는 제이크의 눈동자에 서린 게 무엇인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탐욕. 그것은 분명 탐욕이었다.


  "흐읏..."


  얼마 전까지는 절친한 친구였던, 비록 지금은 갸냘픈 여성의 몸이라 할지라도 본질은 남자였다.

  같은 남정네의 겨드랑이를 좋다고 핥고 있는 제이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이해하고 싶어도 희롱당하느라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던 거에 가까웠지만.


*


  "삐졌어?"

  "..."

  "아이~ 미안하다니까. 화 풀어. 응?"

  "..."

  "알겠어. 솔직히 말도 없이 그런 짓을 한건 내 잘못이 맞아. 인정해. 그렇지만 난 널 이런 목적으로 고용한 거라 네가 빚을 다 갚을 때까진 어쩔 수 없어."

  "큭..."


  제이크는 실실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건 어때? 내가 내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막대한 돈을 줄게. 난이도도 쉬운 걸로."

  "퀘스트?"

  "가령... 볼뽀뽀 같은 거?"


 저 녀석의 볼에 뽀뽀를 하라고...? 그건 죽어도 싫은데.


  "보수는 50실버. 네 봉급은 1골드의 절반이라고. 이제 구미가 좀 땡겨?"

  "이해가 안되는데...요."

  "뭐가?"

  "굳이 돈을 주면서 시키는 이유가 뭔...가요."

  

  제임스는 육성으로 '흠' 소리를 내며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했다.


  "난 여자한테 강제로 뭘 시키지 않는 신사거든."

  "퍽이나."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으으..."


 제임스 녀석에게 볼뽀뽀는 죽어도 하기 싫다. 그런데 한번만 꾹 참으면 15일치 돈이 들어오는데?

  게다가 볼뽀뽀를 계속 요구할 수도 있는건데 익숙해지면 바니걸 신세로 지내는 시간도 확 단축될 테고.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눈을 꾹 감았다.


  "진짜 개같네!"


  쪽.


  그녀는 오늘 볼뽀뽀가 아닌, 남자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50 은화에 팔아넘겼다.


*


  "볼뽀뽀!"


  우다다다. 쪽!


  "볼뽀뽀!"


  쪽!


  그녀의 생각대로 제임스는 볼뽀뽀를 한번만 요구하지 않았고, 돈맛을 본 그녀의 저항감도 눈 녹듯 사라졌다.


  볼뽀뽀가 싫기는커녕 오히려 볼뽀뽀 타임만을 기다리게 정도였다로 말이다.


  물론 볼뽀뽀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뽀뽀를 할 때마다 빚이 상환되는 것에 맛들렸다고 보는 게 맞았지만.


  암튼 중독된 것은 중독된 것이니 제임스는 슬슬 다음 스탭을 밟았다.


  "퀘스트에 허그랑 뽀뽀를 추가하는 건 어때?"

  "허그는 좋은데 뽀뽀? 이미 볼뽀뽀 하고 있는 중이잖아."

  "볼 말고 입에 하는 거."


  그녀는 진심으로 싫다는 듯 눈가를 찌푸리며 고개를 맹렬하게 저었다.


  "뽀뽀 한번에 2금화인데?"


  그 순간, 맹렬하게 돌아가던 그녀의 고개가 녹이라도 슨 것마냥 끼익하고 멈춰섰다.

  2금화...? 입술과 입술이 닿는 것일 뿐인데 두달치 봉급을 받는다고?

이건... 해볼만하지 않나?


  쯉.


  상대를 속이기 위해 영악하게 굴던 겜블러는 당근과 채찍을 다루는 총지배인에게 천천히 조교당하고 있었다.


*


조교의 끝에는 튼녀가 제임스의 골반 위에 올라타 토끼 흉내애교를 부리며 정액을 조를 정도로 암타를 한 장면을 쓰고 싶었으나 너무 피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