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사람은 가끔씩 실수를 한다.

뭐 다 끓인 라면을 엎지르거나

물을 상사가 아끼는 정장에 쏟던가.

중요한 일을 말아 먹는다던가...


그리고...


"나 이대로는 못 가! 시발 내 돈 내놔!"


뭐.. 미친놈 심기를 잘못 건들다던가.


"아니 저기요.. 여기 계약서에 이 부분-


"좆까 씨발놈아! 돈 내놓으라고!".


와장창!


이 미친놈은 기어코 사무실을 깽판 처 놓는 지경까지 이르러다.


시발.. 이 와중에 계약서에 나중에 깽판 치지 말라는 내용 적는 걸 까먹어서 집행인들도 못 나서는 상황이다.


아 어쩌지... 나중에 엄청 혼나겠네..


"!"


내가 심각한 내적 갈등을 느끼는 사이. 그 미친놈은 나에게 유리병을 휘둘렀고.


내 머리가 깨지기 직전- 옆에서 조용히 서있던 세실리아 책상 위에 있던 사무용 커터 칼을 집어 들더니.


정말 깔끔하고, 마치 달빛처럼 아름다운 동작으로 조그마한 커터 칼을 휘두르며.


서걱-


그자의 유리병을 든 손을 날려버렸다.

당연하게도 사무용은 그리 좋은 도구가 아니다. 손을 통째로 자르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튼 옆에서 멍 때리는 줄로만 알았던 그녀는, 내가 다치기 직전에 나를 지켜주었다.


뭔가.. 아주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반응을 못하고 있었는데...


툭-


그자의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벙쩌있었다고 해야 하나.


주위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계약 내용에는 당연히 이딴 행동을 허용할 리가 없었으니까.

아 젠장.. 일이 더 커진 건가..?


"저는 지령을 수행한 것이니, 방금 전의 행동은 검지와 저 죽은 사람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내가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피던 그녀가 조용히 입을 땠다.


"그러니까 이 사무소의 계약이랑은 아무 관련도 없는 일이었던 거죠. 그러니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면 됩니다."


아.. 맞는 말이다... 어차피 사무소도 검지랑은 역이기 싫어하니까... 이대로 넘기면 계약 위반도 아니다.


"맞나요?"


내가 아직도 벙어리처럼 있자 그녀가 나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맞죠?"


내 볼에 튄 피를 손으로 살짝 닦아주면서.. 차분히 말을 거는...

그 눈빛이.. 너무 이ㅃ- 아 젠장. 내가 드디어 미쳤나?

아니야. 그냥 좀 놀라서 이러는 거야... 아무 감정도 아니야...


"아.. 네."


그렇게. 나는 첫 보호를 받았고. 잘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