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학기 기말... 국어 시험이었음

서술형 문제 중에 짤처럼 나온 게 있었음
문학 작품의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의 특징이던가? 성격이던가? 하여간에 그런 걸 적어내는 문제였음

근데 보다시피 인물 (가)에 특징 (B)가 연결돼 있고,
인물 (나)에 특징 (A)가 연결돼 있었음
당연히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음

그리고 조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아하! 좆반고 내신 시험이라 이젠 변별을 이지랄로 하는구나! ㅋㅋㅋㅋ 좆반고 수준'
속으로 혼자 웃고서, 나는 답을 적어 내려갔음


나는 정답을 적어냈음.
안타까운 점이라면, 내가 써낸 답이 교과서에 따르면 분명한 정답이었지만, 시험 답지에 따른다면 오답이었다는 점이었음.

시험 답지는, (A)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B)에 적어놓고, (B)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A)에 적어뒀음. 즉, 답지가 정반대로 나온 거임

그러니까, 인물 (가)에 특징 (B)가 연결되고, 인물 (나)에 특징 (A)가 연결된 것은, 좆반고식 변별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출제한 선생이 실수를 했고, 그걸 아무도 눈치를 못 까서 벌어진 사태"였음!

이런 개병신같은 사태를 본 나는 시험이 끝나고 이의 제기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국어 선생의 자리로 쳐들어가서 이의를 제기했음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아냐, 이게 맞아."

씨발!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얼척과 애미가 쌍으로 사라진 헛소리를 지껄이니 내 대가리가 깨질 것만 같았음

그러나 그 2.9점짜리 한 문제로 내 내신 등급이 갈리지는 않았고, 성적표를 받아들고, 그 한 문제를 맞혔더라도 내 국어 등급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서,

나는 비겁하게도 내 생기부를 위해, 선생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냈음.

당시 나로써는 이미 충분히 만족스런 내신 등급을 받게 되었기에.



그러나 나는 3개월 뒤에, 2학기 중간고사를 보고서, 도저히 수시로는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 놈의 수시를 내다 버렸음.

그리고, 그 여름날의 어리석은 침묵을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음.

그 날의 국어 시험지도 이미 쓰레기 소각장에서 불타 없어져 버렸을 테고, 성적 처리도 다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이 문제를 두고 큰 일을 벌일 수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

그러나 나는 그 날 이후로 내신 시험은 개씨발같은 시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누군가 나서지 않는다면 그 병신같은 시험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음.

만약 이 글을 고3이나 N수생이 아닌, 어느 1, 2학년이 읽게 된다면,

너는 시험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면, 분명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선생에게 이의 제기가 아니라 교장을 찾아가서라도, 교육감에게 찌르고서라도, 반드시 잘못된 시험을 고쳐내고, 똑바로 된 성적을 받으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음.

그리고 안광섭 씨, 출제 조금만 성의 있게 해줘.




병신같고 후회스러운 이야기, 그런 이야기 하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수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