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셤이 끝났다.


공부할 때만 해도 이것저것 딴짓하고 뭔가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뭐부터 해야 하지... 살짝 막막해지더라. 

야행성 생활패턴 되돌릴 겸 지금은 실없이 시간만 때우는 중. 그래서인지 뭔가 두서없이 끄적이면서 생각에 잠기고 싶어졌음.


꿍쳐둔 레?배짤 조공 겸 자랑 삼아, 특별히 아끼는 짤들로만 가져왔으니 글은 그냥 갖다붙인 명분이라고 생각해주셈. 



(아닌 듯 은근히 경쟁심 품는 구도 개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창작자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창작욕구'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음.


처음에야 열정도 넘치고 뭔가 만들어낸 내 자신이 대견하고 커뮤에 올리면 받는 관심, 그 뽕맛도 만만치 않으니 술술 나오지.

근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렇게 하나 둘 만들어올리다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비가 찾아옴.




(구도 반전시키려고 변수플레이 하는 것도 개꼴)


칭찬에 익숙해지기 시작해.

근데 비판, 비난은 늘 새로워. 짜릿해. 감전돼서 벌벌 떨다가 창작의 끈을 놔버리고 싶어져.


만족하는 성적의 커트라인은 점점 올라가.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려 양을 늘리고 연구라는 걸 해보지만, 결실은 노력에 정비례하지 않아.


으레 하이엔드로 갈수록 약간의 퀄리티 상승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잖아?

자기만족에서 벗어나 남의 반응을 원한다는 건 그런 느낌이지.




(서로 약점 내주고 맞다이하면서 번갈아 당황시키는 게 참묘미)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

단순히 창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게시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거.


그러다 보니 종종 주객전도가 일어나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에 점점 나 아닌 뭔가가 스며들기 시작해. 자꾸 고민해.

그 내적 갈등 자체가 머리아파서 회피해. 차라리 안 만들고 말지. 귀찮아.


근데 레배는 올리는 사람이 없네?

내 입맛에 들어맞는 작품은 더 없네?


ㅅㅂ. 결국 또 내가 만들어야 되나.

사실 여기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건... 퀄 상관없이 창작자들을 내가 고평가하는 이유긴 함. 약간은 자화자찬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첨 보고 충격먹었는데 볼수록 매력있다. 딜도배틀은 진리야)


사실 열정이 식는 건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최소 한 번쯤은 겪는 문제일 거임.


매너리즘, 초심, 또는 현실크리. 근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님.

19금 창작자들은 아마 공감할지도 모르지만, 삘 받아서 만드는 중에도 짜게 식어버리는 건 진짜 한순간이야.


만들다 현타 오면 그냥 끝. 거의 끝. 회생조차 쉽지 않음.

그 때문에 작품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용두사미로 끝날 확률이 높음. 그냥 집중력적인 문제도 있고.


적어도 난 그럼. 벌린 장편은 많지만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것도 꽤 있어서...

그래서 가끔은 아예 수도승 메타로 가기도 함. 꼴림이고 뭐고 일단 목표한 건 만들고 본다!


...너무 일로 대하면 그건 그것대로 힘들어서 참 곤란하지.



(같은 모습,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도플 레배는 진짜... 사실 쌍둥이임 ㅅㄱ)


암튼 그래서 유독 나만, 유독 이 분야만 그런진 몰라도 창작욕구라는 게 참 자주 요동친다는 걸 절절히 느낌.

이게 내 의지 문제인가 고뇌했던 적도 많고. 허언증인가 의심했던 적은 너무 많아서 이젠 뭐... 익숙하지?


걍 요즘은 '난 병신이다'를 전제로 깔고 사는 것 같음.

거기 매몰돼서 자존감 바닥칠 정도냐 하면 그건 아니고, '병신이면 뭐 어때?'를 같이 가져가면서 그냥 인정하고 가는 거지.


이번에 움짤 시작한 것처럼, 던져둔 말은 하나하나 떡밥 회수하듯 주워담으면 되는 거고.

그에 대한 책임감만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 음, 얘기가 ㅈㄴ 산으로 가고 있네.



(마이 미러전은 입문 계기다... 옷 색깔 달라서 더 꼴리지 않음?)


구질구질한 얘기는 여기서 끝.


예전 같았으면 '그러니까 당신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창작해라!' 처럼 ㅈㄴ 교훈적인 척 하려고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짜피 그런 건 그저 있어보이는 사료 구걸에 지나지 않고. 팬박스로 씬 배포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사라졌지.


그저 셤 끝나고 센치해진 븅신이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봤음. 짤이 맘에 들었다면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