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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목소리가 준엄하게 일렀다.


"범인(人)들의 그러한 생각은 틀렸다."


자박, 자박. 자그마한 발걸음이 위압있게 다가왔다.


"영혼의 격, 클래스는 결코 변치 않는다."


허리에 찬 검은 체구에 비해 커서, 칼집 끝부분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설령, 한순간에 육체가 엉망이 되어버러 구렁진창을 구르게 되더라도."


우스운 꼴일지라도, 검을 쓴다 하는 자들은 칼집과 손잡이의 문양을 알아 볼테니 입꼬리를 올릴 수 없었을 테다.


"황가 대대로 물려내려온, 황제로서 길러진, 황제의 영혼은 결코 변치 않는단 말이다."


검이 그저 장식이 아니라는 듯, 짧은 팔 길이임에도 한 쪽 팔만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마찬가지로, 어느 요행으로 옥체를 훔쳐냈다고 한들."


날카로운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울렸다.


"그 근본은 천박하고 어리석은 음마의 것에서 변치 않는 법이지."


예리한 칼 끝이 겨누고 있는 건, 향락과 사치로 나라를 혼돈에 빠뜨려 결국 폐위된 황제.


정확히는, 황제의 권세와 외형을 앗아가 제 멋대로 부려온 서큐버스 한 마리.


"...내, 내가."


황가의 혈통 덕에 강건한 신체며 수려한 외모였지만, 오랜 음주와 향락 따위에 그 기품은 상한 지 오래였다. 


무릎을 꿇은 황제가, 수갑 채워진 손을 덜덜 떨며 말했다.


"내, 내가. 잘못했어요, 화, 황제 폐하. 제가. 다 잘못했어요."


만민을 통치하고 천군을 호령하는 목소리에도 여리고 약한 기세가 가려지지 않았다.


"진짜, 진짜로. 그, 그러니까. 저, 저. 목숨 만은..."


칼 끝 앞에서 경련하는 손, 흔들리는 동공. 


흔들림 없이 장검을 겨눈 여린 손, 침착한 얼굴.


서큐버스와 황제가 서로를 마주봤다.


제국 시절 신분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가장 밑바닥의 족속이


만인지상의 절대 존엄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느 옛적, 그 둘의 처지와 운명이 뒤바뀐 그 날처럼.


"목숨 만은..."


"이 순간을 바라왔건만, 역시 복수란 유쾌한 일은 못되는구나."


황제의 얄팍한 시선에 한 줄기 희망이 번뜩였다. 


"네 년이 밀어넣은 이 저주스러운 육체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더 악랄한 건 이 육체에 뒤따르는 그늘이었다."


서큐버스의 눈가에는 지난날의 우수가 아른거렸다.


"황궁에서만 있었다면 결코 생각지 못했던 참상을 목도하였고, 직접 겪기도 하였다. 한 나라의 군주로서 보살피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준 점은 고맙게 여겨야겠구나."


서큐버스가 온화하고 고상하게 미소지었다.

황제의 용안에 비굴한 웃음이 미미하게 번졌다. 


"폐, 폐하. 그러면 저를."


"더 이상의 황제는 없다."


서큐버스가 선언하듯 외쳤다.


"내 이름을 훔친 네 년이 이 나라의 마지막 황제다."


"네, 네?"


서큐버스의 사고로는 이해가 가지않는 외침이었다. 

마지막 황제라니,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지? 직접 서큐버스 여제가 되겠다는 게 아니었나?


"이 나라는 황제가 아닌, 모두의 의지가 반영되어 선출한 통령이 운영하게 될 것이다."


폐위 당한 황제의 말로는 하나 밖에 없었다. 무지한 서큐버스도 아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제국이 아니라면?


"그러니 네 년의 처분은, 황제의 말로가 아니다."


황제가 움찔했다. 


폐위 된 황제는 죽음뿐이었다. 운 좋으면 한적한 향촌으로 유배.

하지만, 지금 자신은 폭군이기 앞서 서큐버스였다.

그것도 황제와 몸을 바꾼 서큐버스. 


그러니 대체 어떤 벌을 내릴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너에게, 그러니 서큐버스로서 내리는 벌이다."


황제는 서큐버스를 올려다봤다. 그 순간, 섬짓한 소리가 들렸다.


찌익-


"히익?!"


어느새 서큐버스가 쥐고 있던 칼끝이 황제의 옷을 찢었다.


정확하게는, 황제가 입고 있던 바짓단, 샅쪽 부분.


"머, 머, 뭐하시려는 거에요...?"


서큐버스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서큐버스는 발가락이 드러나는 샌들을 신고 있었다. 


그 발끝으로, 황제의 고간을 툭툭 조금 센 정도로 건드렸다. 


"흐읏! 자, 잠깐! 윽!"


"네 년이 더 잘 알지 않느냐?"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린 황제가 서큐버스를 당혹스럽게 올려보았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서큐버스 특유의, 고혹적이고 같은 여자조차 매료시키는 웃음...


"서큐버스로서의 나를, 내 몸을 가져간 네 년이 만족시켜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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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막스에서 이런 인간찬가적 성격 + 서큐버스의 본능을 억지로 참음 + 기타 등등


이거 좀 마싯을 거 같지 않음??




분량 적어서 생각바구니로 올렸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