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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이젠 숨기지도 않는 그 모습이 있었다.

자신의 본모습이 그렇게 드러났으니 귀찮게 숨기지도 않겠다 이거겠지.


나로써는 다행이었다, 추례한 괴물의 모습보단 저 모습이 더 나았으니까.

악몽의 형상으로써의 모습을 취한 대신 그녀가 보인 모습은.


눈을 감고 세상과의 연결을 끊은 채.

그렇게 더더욱, 깊숙히 어딘가로 들어가 버린 채로.

죽지도 못한 채, 그렇다고 살아있는 것을 허가받지도 못한 채로.


투사는 그렇게.

괴물의 모습이 아닌, 축 늘어진 소녀가 되어,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응시한다니, 실로 모순적인 감각이지만 그 시선이 확실히 느껴졌으니까.


이상하네.

"뭐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너는 두렵지 않은 거야? 만든 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참 지독한 꿈을 너에게 안겨줬는데?

"원래 잘 만든 공포영화도 3편쯤 넘어가기 시작하면 조지게 되어 있거든."

...

"너는 그래도 한 다섯 편까진 걸작 소리 들었으니까 어떤 의미에선 명감독이다 이 말이지...농담이야, 지금도 두려워."



두려운데, 왜 아직도 악몽에 갇혀 있질 않은 거지?

"나 오늘 아다 땠거든."

응?

"그것도 남자라면 누구나 바라는...금발거유적안의 여친이랑, 뭐 걔 머리의 뿔 때문에 몇번 부딪히긴 했는데..."

...

"신기하게도 또 그땐 안 아팠단 말이지...지금 몰아서 아픈 것 같다만...뭐, 그런 것 때문 아닐까?"


"야한 건 금기라고 배웠어."


그녀는 앉아 있었다, 방향 없이 메아리치는 목소리보다도 작은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게 입으로 말한 듯한 목소리는 방금 내 귀에 확실히 울리고 있었다.


욕망을 알아선 안 된다고, 즐거움을 알아선 안 된다고, 슬퍼선 안 된다고...

"누가 그러던?"

"나의...아버지, 포디움 제약을 홀로 떠받치던...너희들에게 있어선 회장님."

"겪어 보니 어땠어?"

"...싫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동감해..."


그녀가 바닥에 힘없이 늘어트린 손을 들어올려 힘을 주어 보였다.

한 순간에, 현실의 그녀의 손아귀가 얼핏 겹쳤다, 수없이 많은 붕대를 감고, 링거의 대롱을 꽂은 모습이.


"...내가 이곳에 있지 않으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말아."

"어."

"네 생각을 읽게 된 뒤로 한번 더 확신했어, 여긴...내가 당연히 묶여 있어야 할 자리야."

"...별 오염시키고 악몽 꾸게 할때 설마 내 생각도 같이 읽었니?"

"내 피를 받았는데 당연한 거 아냐? 네 과거의 경험에 그런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잖아?"


극단장, 테라피스트, 거미.

각자의 방식으로, 또 각자의 생각대로 자신을 쪼개, 나누며 수를 불렸다.

그 행위에도 자신의 힘이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힘을 늘려가는 존재.

그래서 SS급이라 불리는 거겠지.


"...워커 탑승자들에게도 악몽을 꾸게 했어?"

"그 아이들과 하나하나 피가 이어질 때마다...가능한 한 꾸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전부 실패했어."

"나랑 똑같거나 비슷한 걸 겪게 된 건가?"

"아니, 넌 좀 달라...너는 내가 일부러 더 강한 꿈을 안겼거든, 떨어져 나가라고."


그녀는 어느새 나에게 바짝 붙어 있었다.

허나 그 어느날, 열차에서 특별한 진화체를 만났을 때처럼 내 마음엔 어떤 동요도 일지 않았다.

다만 증오도, 즐거움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녀를 탐구할 뿐.


"...네 별은 SS급들의 힘을 빌려오는, 발명품이란 말로 치부될 수 없는 기적이야."

"알아."

"그 말인즉슨, 내 피를 흡수하게 된 이상 너도 내 힘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엉."


"실감이 안 가? 내 피를 흡수하게 되어버린 이상, 그리고 그걸 제약이 알아버린 이상..."

"보조 배터리 된다? 알지, 내가 애초에 어떤 각오로 남부에 기어들어왔을 것 같냐?"

"...자칫하다간, 내가 내 의지와 다르게 네 정신에 간섭할 수도 있는데도?"

"그 때는...극단장이 내 턱주가리를 후려서라도 고쳐 줄 거라 믿어, 내가 선택한 여친은 그런 여친이야."

"여친이란건 다 그래...?"

"애초에."


나는 손끝에 별을 들어보았다, 꿈이라 그런지 무게감도, 눈으로 보이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손 위에 확실히 있었다, 전보다 밝아진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빛깔로 반짝이면서.

그녀의 얼굴조차 그 빛으로 물들일 듯 발광하고 있었다.


...싸구려 노래방의 미러볼 같다...라고 입에 담으면 분위기 깨겠지 이거. 

안심시킬 이야기나 마저 해야겠다.


"이 별에 흡수된 양이라면 너한테 연주했던 테라피스트의 피가 더 많아."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데?"

"안 해줬어? 뭐 하긴 쪽팔렸을 수도 있겠네...하하, 그놈 피칠갑해선 이래저래 변명하는 거 꽤 걸작이었는데..."

"엄청 나쁜놈마냥 웃네..."

"왜, 착한 게 좋아?"


그녀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다시금 말하는데...좋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 문제 맞아."

"...아니야."

"맞아, 한 5분만 조용히 하고 내 추론을 들어 봐...네 피를 주입받은 사람이 너와 같은 고통을 겪는다는 건..."

"..."

"그 워커들이 겪었던 것들을 너도 어렴풋이는 느낄 수 있단 뜻 같기도 한데, 아니야?"

"..."


아.

"...그냥 말해라 넌, 약간 입력값대로만 하는 애구나."

"아, 어."

"그럼 내 친구들이 말했던, 워커들에게 간식을 사 줬고, 그 워커들이 그걸 즐기면서 먹었던 경험도..."

"...즐거웠어."


주변이 바뀐다, 하얀 공간이 뒤집혔다.

탁 트이고 넓은, 사람 많고 편의시설도 엄청 많은 이곳은 아마, 내가 올라간 동안 구경 못한 남부의 중심부겠지.

그곳엔 마치 흐릿하게 덧그린 듯, 뿌연 형태로 이루어진 몇몇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선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게 보였다.


음 저 목에 두른 걸레짝 다 된 목도리, 딱 봐도 겟탄이네.

몇몇 인물이 구별이 가기 시작하자 곧 흐릿하던 인물이 서서히 윤곽이 잡혔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자신의 병을 잡고는...


"이 브랜드, 진화체가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기업인 거 아세요?"

"..."

워커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은 차분하고, 존재감 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나는 명백히 그녀의 눈빛으로 하여금 그녀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었다.


"역사와 체구가 컸던 만큼 내놓은 한정 제품도 꽤 많기도 했죠...티키 서퍼라던가, 하트비트 맛은 당신 취향일 수도 있겠네요."

"..."

"그 중에 여러모로 유명했던 건 역시...진화체맛이겠죠. 이름이 왜 그따위냐면서 파산 직전까지 갈 뻔했던 사건."

"..."

"그것 말고도 흥미가 가실 만한 이야기는 꽤 많아요, 이 병뚜껑을 화폐로 쓰는 게임...이 브랜드의 전속 모델이 얽힌 스캔들..."

"..."

"책으로 읽는 것, 직접 나와 겪어 보는 것. 어느 것이든 귀중하나 결국 손 한번 뻗지 못하면 스쳐지나갈 것에 불과하죠."

"..."


거미가 다가온다, 그녀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워커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그녀는 그 너머의 것을 찾아내기라도 한 듯, 빙긋 웃었다.


"...그러니 한번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보시는 건 어때요?"

"나는..."

"저 또한 갇혀 있었고, 그 능력을 저주한 시간도 길었지만...분명 어딘가, 제가 자리해도 괜찮은 곳이 세상엔 있었거든요."

"..."

"왜냐면 전 당신이 차를 마실 때 찻잎을 대하는 방법을 알고 싶고, 무엇보다..."

"난..."

"친구하고 싶거든요, 괜찮아요. 별의 방랑자도 사나운 늑대 용병씨도 어떻게든 친구가 되었으니까."

"..."

"그러니 부디 당신의 세계에서 나와, 숨을 실컷 들이마실 기회가 있었다면 좋겠네요."


투사는, 다만 감정 섞이듯 한숨을 내뱉으며 손사레를 칠 뿐이었다.

거미가 내밀었던 손마저 그렇게 모래 위에 그린 그림처럼, 손으로 일으킨 바람 한 번만으로도 지울 수 있을 것처럼.

그러자-


"...어?"

그녀가 내뱉은 한 마디 의문과 일치하듯, 그녀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아까 전과는 명확히 다른 풍경, 바뀐 인물,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이제 가셨나이까?"

"뭐야?"

"제 불꽃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피가 주입된 것에 대해선 큰 효력을 보지 못하나이다, 허나..."

"어?"

"당신이 다쳤던 것을 봐 주고, 그 상처를 부끄럽지 않게 여길 때까지 옆에 있는 것이라면 저는 기꺼이 할 수 있으니..."


엑스트라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실제로도 잡고 있었다, 아까 전에 보여 줬던 풍경처럼 흐릿한 윤곽으로만 보이긴 하지만.


"...이 풍경도 너가 겪었던 거야? 아니아니, 워커가 겪었던 거야?"

"몰라 이거 뭐야...? 무서워...어떻게 이 공간 안으로 간섭했지...?"

"..."

"아까 전의 그 녀석도 묘하게 꿰뚫어보는 듯 했고...너도...아니 잠깐..."


서서히 주변이 보인다.

밤, 우리가 누웠던, 바닷가에 있는 저 건물.

그곳에 홀로 소리를 내며 떨고 있던, 호 선생이 업고 왔었던 워커 파일럿 혼자만이 떨며 누군가의 손을 붙들었다.


엑스트라의 손을.

물이라도 한 컵 마시러 나온 듯한 그녀는, 곧 잠옷 차림에 헝클어진 자신의 머릿결을 개의치 않고 그녀를 꼭 잡아 주었다.

저건.


"조금 덜어진 마음으로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저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는..."

"...극단장 언니?"

"잠이 안 오셨습니까, 재버워크?"

"작업 끝났다고 시계 봤더니 벌써 이 시간이네, 아까 전의 그 사람이야? 잠이 안 온대?"

"그렇습...아, 혹시 지금 바로 누우실 생각이 아니면 두 분이서 서로 이야기라도 나누시면 어떻겠습니까?"

"으음...한창 자랄 피곤할 아이를 움직이려면 보수가 좀 짭짤하게 필요할 텐데...?"

"다락에 놓여 있던 다과 바구니 정도면 괜찮으시겠지요?"

"쿨거래 감사."


서로 손을 잡고 흔든 그녀는 이내 그녀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워커의 파일럿에게, 그리고 동시에.

투사에게.


"기계 좋아해? 아...그게 싫어서 도망나왔지 맞다. 그러면 단 건 좋아해?"

"..."

"표정 보니까 견적 나오네, 히히히~ 오빠랑 나도 단거 엄청 좋아해,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

"어쩌면 내가 만드는 기계도 좋아해줄지도 모르겠다, 나 있지. 뭐 틀에 사로잡힌 기계 만드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

"한번 함께 만들어 볼래?"


내민 손을 워커의 파일럿은 붙잡았다.

그리고.


"...저리 가!"


툭, 거부하듯 엑스트라의 손은 그마저도 거절한 채, 허공에 흩날리는 파편마저도 손에 쥐지 않았다.

방금 그 직전까지 뻗었던 손은 그저 정말 강하게 후려치기 위해, 그렇게 애타게 뻗었던 것일까.

이제 다시 내 눈조차 바라보지 않는 그녀의 마음은 곧.


"아...아..."


아, 라고 중얼거리는.

짧은 소리로 그렇게 시작을 걸다가.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가치가 있었을 텐데."

"...아...아윽...아...으흑...."

"잠깐만...야 너, 괜찮-"




"하아...압....아파...아...괴...▉▉..."


아니, 신음소리, 괴로움을 참는 소리.

혹은 짐승의 그르렁거리는 경고음.

혹은, 비명.


어느 쪽이건.

이것은 아까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온 사방에 서서히 그 음량을 키워가며.

하늘 끝까지 찌를 듯 그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나아갈 수 없다고...몇...번을 말해...아아악...!"

"야...너...괜찮...."


둔탁한 타격음.

그녀가.

내 배를 걷어찼다.


"...내가 이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게 하지 마, 난 그쪽으로...갈 수 없어..."

"..."

문자 그대로, 날려버렸다.

허공에 떠오른 순간에도, 투사가 보여준 눈동자가 선명했다.


"그럼에도 정말 날 구하고 싶거든, 정말 날 위로해주려거든...."

"..."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진화체, 너는 특별한 무기를 든 방랑자."

"..."


부디, 해야만 하는 일을 끝내.


그 이성을 잃어가는 눈동자가, 끌어내려져 인간으로써 실격당하고, 짐승으로 추대받아지는 그녀의 눈동자가.

보여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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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 해골세개

아니, 잠도 안 자십니까 여러분 다


602: 겟탄

오늘 안 즐겨두면 내일 존나게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다는 직감이 와서


603: 겟탄

넌 뭐 하다가 밤을 샜는데?


604: 해골세개

뻔하지 않겠습니까, 총기수입 좀 하고 점검 좀 하다가 영화 좀 보고


605: 해골세개

극작가가 준 총알을 시험삼아 삽탄해 보려고도 했는데, 뭔가 자석이라도 달았는지 서로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606: 해골세개

혹시 뭐 극단의 능력 같은 것이기라도 합니까? 주역 님은 비슷한 능력 쓰신 거 있으십니까?


607: 겟탄

나한테 물어도 그건...아마도 그 특유의 예체능적 상상력이랑 피로 이것저것 하는 능력이 합쳐진 그런 거 아닐까


608: 겟탄

혹시 그 위에 있을 때 극작가의 총알 때문에 총알구매 뒤로 미룬게 후회되서 그래? 뭐 이거라도 빌려줘?


609: 해골세개

...그건 또 뭡니까 그건


601: 겟탄

엔진, 내 전 열차도 전전 열차도 잘만 끌고 다녔던 괴물이야


602: 겟탄

딸내미한테 정확히 뭐에 썼던 엔진이냐고 물어도 그냥 다른 곳에 쓰였다 정도만 관찰이 된다...라고만 말해서 정확힌 모르겠다만


603: 겟탄

꼬락서니 보니까 영구기관 비스무리 한 것 같아서, 너가 몇번 빌려쓴다고 닳지도 않을 것 같고


604: 해골세개

확실히 매력적인 물건이긴 한데...


605: 해골세개

그걸 뭐 저보고 어떻게 쓰라는 겁니까, 제 소지품 중에 동력으로 움직이는 게 없는데


606: 겟탄

...레이저 총 같은 거 안 들고 다녀?


607: 해골세개

그런 비싼 물건까지 샀다면 저 아마 지금쯤 모든 장기 홀수상태인 채로 다니고 있었을 것 같지 않습니까?


608: 겟탄

하긴ㅋㅋㅋㅋ 그건 그르넼ㅋㅋㅋ


609: 해골세개

그렇다고 뭐 핸드폰 보조배터리로 쓸 수도 없는 거잖습니까...아, 혹시 근성 선배는 이걸로 뭐 하실 거 있으십니까?


610: 근성의 권

건틀릿 있긴 한데...저걸 배터리용으로 쓰면 무게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진즉에 마음 접었어


611: 근성의 권

차라리 겟탄, 댁이 자주 들고 다니던 그 공업용 드릴 동력으로 쓰지 그래? 


612: 겟탄

그게...옛날에 한번 심심해서 써 봤는데 사실


613: 근성의 권

써 봤는데?


614: 겟탄

갑자기 자기 혼자 미친 듯이 돌아가다가 연기 뿜길래 관뒀어


615: 근성의 권

아니, 일반용도 아니고 공업용에서 오버클럭 걸릴 정도면 우리 무기도 못 버티겠구만, 짬처리 아냐 이거


616: 겟탄

아니 그치만...개쩌는 건 맞고, 그치만 무겁고...짬처리 당해 줘 우리 사위 얼른


617: 근성의 권

차라리 그냥 건틀릿 고장나서 손가락 접히는게 낫지 그건 못 쓰겠...


618: 겟탄

아이고 새신랑 오셨네, 좋았어?


619: ㄹㅇㄹㄴ

뭐 자세히 니들한테 떠벌리고 싶진 않다만은...당연히 좋긴 좋았지


620: ㄹㅇㄹㄴ

엑스트라는 어디 있어?


621: 겟탄

저기 저쪽, 재버워크랑 같이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중


622: 겟탄

너도 저쪽에 끼려고? 가기 전에 이쪽에 조금 있다 가지?


623: ㄹㅇㄹㄴ

...그러지 뭐


624: 겟탄

읏챠...아아, 이거 꽤 나쁘지 않네...뭔가 이런저런 이야기 술술 나오고


625: 겟탄

tv나 핸드폰으로 맨날 흘러나오는 금수저 인싸 새끼들 비싼 학교에서 캠프파이어 같은 거 하고 하는 거 부러웠었는데...


626: 겟탄

뭔가 비슷한 걸 하게 되네, 세상 참 신기해


627: 해골세개

...열시간 짜리 모닥불 동영상 있던데 그거 틀어 드립니까?


628: 겟탄

 조오치, 뭔가 근데 추례한 남자새끼들만 모여있으니까 그냥 캠프가 아니라 레이드 뛰다 중간에 노숙하는 느낌 같기도 하고...


629: 근성의 권

어느 쪽 장단에 맞추란 거여 너는, 근데 캠프? 비싼 학교는 캠프도 갔어?


630: 해골세개

...그걸 왜 저를 보시면서 말하십니까?


631: 근성의 권

극작가랑 너 동창이라며, 애초에 총 같은 비싼 무기 쓸 때부터 대충 눈치채긴 했는데


632: 해골세개

아니 물론 그 협회나 선로 같은 곳의 정계의 아이들 다니는 학교는 그런 곳 간다고 소문도 들었지만...


633: 해골세개

주로 가는 역 몇 곳이 지반침하 때문에 수몰되기도 했고, 진화체라던가 그런 문제가 세져서 제 때엔 그런 거 간 적이 없습니다


634: 해골세개

그거 대신에 학교에서 지옥주 야영으로 대체한다는 게 확정되었을 땐 몇몇 애들 모아서 교사 암살도 작당하고 그랬는데...


635: 겟탄

너도 진짜 옛날엔 존나 막나갔구나 너


636: 해골세개

부모님 기일도 겹쳐있었을 때니까요, 향 꽂는 것도 못하게 막는 건 사람새끼라고 보기 어렵잖습니까


637: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어느 쪽이던 고충은 있었구만


638: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또 어느 곳이던 사람답지 못한 꼰대는 널려 있고...똥군기 잡을 시간이 있나? 그 시간에 이두삼두나 더 치고 말지


639: ㄹㅇㄹㄴ

>>638 빡빡이 아재


640: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어 들었다, 아다 졸업 축하한다 야. 식 울리면 축의금 낭낭하이 챙겨줄게


641: ㄹㅇㄹㄴ

고맙긴 한데...음...


642: ㄹㅇㄹㄴ

지난번 그때처럼 강한 진화체의 피를 주입받은 혼혈이 있는데 말야


643: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지난번엔 자진해서 마셨고, 지금은 주입당했고...그래서?


644: ㄹㅇㄹㄴ

멘탈이 많이 흔들리는 것 같은데, 해소법 같은 게 있을까?


645: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많이 먹고, 스트레칭 좀 하고, 산책 좀 시켜.


64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혈관에 노폐물 꽉꽉 들어찬 직장인으로써는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해소법이네...


647: 마트로 더 니플디스펜서

>>646 유감이다 야, 하지만 나로썬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걸? 결국 마지막에 이겨내는 건 본인이어야 하고


648: 루루디스텔라토

뭐야,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나도 낄래~


649: 겟탄

댁이? 그런 거랑 연관이 되어 있다고? 조증이라면 신뢰성이 가긴 하는데...


650: 루루디스텔라토

어이,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임마


651: 겟탄

니 방송 보면 누구나 신뢰성이 갈 것 같은데


652: 루루디스텔라토

그건 있는 텐션 없는 텐션 다 끌어다 박은 거고 새벽엔 나도 잔잔하거든? 하아..그래서?


653: 루루디스텔라토

그 워커 파일럿은, 성숙해?


654: ㄹㅇㄹㄴ

로물루스라던가...프래자일이라던가...그런 애들과 비슷하지


655: ㄹㅇㄹㄴ

그 세계에서 나고 자라서 그 세계의 것만 배워서, 그래서 다른 걸 이해하지 못한, 강제로 철들어버린 모습


656: ㄹㅇㄹㄴ

실은 꿈에서 투사를 봤어, 지난번에도 보긴 했는데 이번에 걔가 맞단 걸 확신했고


657: ㄹㅇㄹㄴ

그리고 투사의 의지와 관계 없이, 그녀가 갖가지 죽음에 적응하며 생긴 고통의 부산물은 그 공유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고


658: ㄹㅇㄹㄴ

지난번 동부 때처럼 스케일이 커지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도와주고 싶은 것도 있는데...


659: 루루디스텔라토

아...


660: 루루디스텔라토

뜌땨...방부이 완벽히 이해해써!


661: 겟탄

방금 한 말 들어보면 뇌세포 한 자릿수의 발언이라 정말 이해했는지 의심이 가는데 저거 맞나


662: 루루디스텔라토

맞거든? 그러니까 결국엔 우리 거미 양이나 엑스트라 양처럼 또 하나, 사랑에 아파하는 아이란 거잖아?


663: 루루디스텔라토

믿음을 줘, 어떤 방식이라도 좋아


664: 루루디스텔라토

이 사람이 정말 신용이 간다...라고 한다면 서로 반말하면서 뒤엉켜 싸워도, 몇 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 해도.


665: 루루디스텔라토

어쩌면 곧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멘토...라고 해도, 오늘 이 순간만큼은 등을 기댈 수 있게 되거든


666: 루루디스텔라토

그리고 그건 네 장기잖아 방랑자? 사람 끌어 모으는 거, 솔직하게 하는 거. 그것도 재주야 재주


667: 루루디스텔라토

그 재능으로 그들에게 신뢰를 줘, 모든 관계는 그것부터 시작이야


668: ㄹㅇㄹㄴ

결국 답은 그거였단 거네...고마워, 우문에 멋진 현답을 줘서


669: 루루디스텔라토

빚 진 것 같으면 나중에 동부 놀러올 일 있으면 엑스트라 좀 꼬셔줘~ 나 너희랑 찍고 싶은 게 좀 많거든, 분명 천만도 넘을 거야!


670: ㄹㅇㄹㄴ

그리고 또...거미는 괜찮아? 상태는 어때?


671: 겟탄

거미는...


672: 해골세개

거미는 몇번 깨긴 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려 하긴 한 것 같은데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다시 진정해서 자긴 했지만


673: 해골세개

들어보니 꽤 그 진화체...투사에게 심한 짓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674: 해골세개

오염된 이끼나 곰팡이의 정화 성분을 얻기 위해 그것의 농축액을 주입하고, 생물독의 해독제를 얻기 위해 그걸 주입하고...


675: 해골세개

다양한 종류의 상처의 재생력을 추출하기 위해 정형외과의 도구들을 꺼내 오고, 또...안개 사건의 해독제를 얻기 위해...


676: ㄹㅇㄹㄴ

...더 안 들어도 알겠어, 걔 비명 들으면 존나 한 맺인게 많은 건 누구나 알겠더라


677: 해골세개

그 한만큼, 어떤 공격을 퍼부어도 이미 적응했거나...금새 적응해낼 게 분명합니다


678: 겟탄

으음...


679: 겟탄

그래도 뭐 사람 크기만한 열차에 들이받히는 실험 같은 건 안 하지 않았을까?


680: 해골세개

아니 뭐 열차가 궁극기쯤 되시는지 아나 봅니다 이젠? 애초에 그거 사람 태우는 거지 사람 받는 용도가 아닙니다


681: 해골세개

게다가 그녀의 말로는 에딧도 무시를 못 합니다, 갑자기 징조 없이 기습하는 특유의 움직임에...워커의 제어권도 갖추고 있고


682: 해골세개

...진짜 답 없는데 이거? 뭐 떠오르는 전략 같은 거라도 있어?


683: 겟탄

하나 있긴 하네, 우리가 막는 동안 발 빠른 놈들이 올라가서 윗대가리 붙잡고 멈추라고 말하는 거, 그거면 되지 않을까?


684: 해골세개

되긴 하겠네요 지명수배가...


685: 구겨진멈멈미

그리고 애초에 쳐들어가려 하면 선로나 협회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686: 구겨진멈멈미

그녀를 그렇게 고문한다는 건 결국 그만한 효율을 뽑아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


687: 구겨진멈멈미

제약이 그 효율을 모두에게 평등히 나눠주는 것도 아니며 결국 어딘가에 돈을 받고 팔고 있단 뜻이니...


688: 구겨진멈멈미

결국 협회도 선로도 우리의 행위를 긍정하진 않을 거란 거다, 좋게 봐 줘야 소유물 강탈 건으로 집어넣는 선이겠지


689: 겟탄

무기를 들고 쳐들어가면 그렇게 된다라...하긴 그렇게 떠들썩하게 되면 나 같아도 제 3자면 그 자리에서 토끼겠다


690: ㄹㅇㄹㄴ

...


691: 겟탄

뭐 생각난 거라도 있어?


692: ㄹㅇㄹㄴ

뭘 기대하는 모양인데, 나도 애초에 내 별에 관해서만 배워둔 거지 막 박식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야


695: 겟탄

그건 거미도 그렇더만, 그냥 박식한 거지 천재는 아니고. 근데 뭐 어쩌겠어? 여기서 멀쩡히 기능하는 유일한 지식인이 넌데


697: 겟탄

아, 말 나온 김에 이거 좀 차 봐라


698: ㄹㅇㄹㄴ

뭘 차 또...응?


699: 겟탄

어우 줄 딱 감기네, 혹시 몰라서 끈에 구멍 여러 개 뚫어둔 보람이 있다 야


700: ㄹㅇㄹㄴ

손목시계? 뭐...남부에 있을 때 산 거야?


701: 겟탄

열차 살 돈도 없는데 뭐가 남아돈다고 네 선물을 고르냐? 내 딸이 만든 거야, 그 손으로 한땀 한땀 직접


702: 겟탄

니가 핸드폰 고치고 남겨둔 여분의 부품 이용해서, 안 쓰는 거였지 어차피?


703: ㄹㅇㄹㄴ

고맙긴 한데...왜?


704: 겟탄

몰라, 자랑스러운 이 아빠의 친구이자 공대장인 너가 핸드폰 망가진 게 신경쓰였나 보지


705: 겟탄

그러니까 그 핸드폰 갑자기 죽어도 이걸로 통화는 다 할수 있을 거야, 게시판도...잘만 하면 가능할 수도?


706: 겟탄

물론 좀 글자 작아지고 타자도 존나 섬세히 해야겠지만 어쨌건 핸드폰의 부품이었던 것들이니까, 어지간한 건 다 될 거야


707: 겟탄

어디 보자..살려놓았다던 기능이...타이머 되고, 연락 되고...? 또 뭔가 댐인가 돔인가 하는 게임도 깔아 놨다는데?


708: 겟탄

그 정도면 만약에 너가 정말 걱정했던 대로 박제엔딩 나도 심심할 걱정은 없지 않겠냐?ㅋㅋㅋ


709: ㄹㅇㄹㄴ

그걸 위로랍시곸ㅋㅋㅋㅋ 아...암튼 고맙다, 잘 쓸게


710: ㄹㅇㄹㄴ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었는데 결국 다 뭔가 의미없어진 느낌이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애초에


711: ㄹㅇㄹㄴ

루루랑 마트로랑...통신반장도 고맙고, 새벽에 말 들어줘서


712: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저 둘은 딱 적당히 위로해줬으니 그렇다고 치는데...난 왜? 아니 진짜 왜?


713: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그것보다 존나 불안하니까 그 갑자기 오글거리게 고맙다란 말 하지 말아 줄래? 그러다 다음날 목 맨 동기 생각나서


714: 겟탄

그 말 들으니 이쪽이 더 불안한데, 댁 상태는 괜찮은 거 맞아? 후배는 잘 지내?


715: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어떻게든 배선 다 연결하고 통신망 묻고...지금은 다들 반시체 상태로 열차 안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는 중


716: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몬가 지난번 안긴 이후로 후배가 날 자꾸 죽부인 대하듯이 하는데...큰일이야...


717: 루루디스텔라토

너도 그 후배 안아줘 얼른 


718: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717 네 말 들으면 뭔가 심각하게 돌이킬 수 없어질 것 같아서 패스, 게다가...


719: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어떤 새끼가 컵라면에 물 올려서...잠이 도통 안 오기도 하네...잣됐다 이거...


720: 7번출구전화박스밑500원도둑

보급받은 게...없네, 아씨...몇배를 쳐 올리려나...일단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비벼나 볼까...


721: 겟탄

...


722: 겟탄

우리도 ㄱ?


723: ㄹㅇㄹㄴ

뭘 ㄱ인데


724: 해골세개

자매회에서 아이들 바다에 놀게 해 주고 데려갈 때 엘리베이터 공간 이슈로 놓고 간 상자가 몇 개 있습니다


725: ㄹㅇㄹㄴ

아 그래서 수녀원장님이랑 애들 소리가 안 들렸구나...어쩐지, 지난번엔 밤까지 시끄럽던데 왜 오늘은 잠잠하나 했다...


726: 겟탄

너가 진하게 갈기는 동안 다 알아서 암묵적으로 빠져줬다 이 말이다


727: 근성의 권

근데 그 상자가 또 보존식이라, 몇개 꺼내서 먹고 있었지


728: 근성의 권

보존식이라곤 해도 마네트 자매회의 제빵기술이 들어간 물건이라 맛이 없을 수 없는 것들만 가득했고


729: 겟탄

아 그리고 맞아! 너 남부 보존식 먹여줬어야 하는데, 진짜 와...그건 뭔가 먹을수록 점점 가축이 되


730: 겟탄

워커들이 평소에 매일 먹는 음식이라던데, 이런 것만 먹고 살아서 애들이 저렇게 감정 없이 된 건가 설마?


731: 해골세개

...그런 음모론까지 들어가고 싶진 않고, 그래도 한 명 구했으니 지금은 그걸로 되지 않나요


732: ㄹㅇㄹㄴ

상태를 좀 봐야겠네, 보는 김에 엑스트라 옆에 좀 있고


733: 겟탄

...아 왜 갑자기 일어나기가 싫냐, 그렇지 근성? 야, 오는 길에 우리 것좀


734: 근성의 권

...왜 갑자기 눈치 있는 척하냐?


735: 겟탄

아가리


736: ㄹㅇㄹㄴ

일단은 가져다 줄게, 잠시만...



========


-핸드폰의 종료에 따라 게시판도 자동 종료됩니다-

-좋은 아침, 그리고 좋은 오후, 좋은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


"아, 그대여."

빙긋 웃는 그녀의 입엔 과자의 부스러기가 선명했다.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은 15번, 워커의 파일럿이었던 여자가 과자를 몇 개고 해치우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투사는 지금쯤 그녀를 통해서 과자의 짠맛, 단맛을 모두 느끼고 있을 테고.

동시에 이 아이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겠지.


"..."

"..."

"그대여, 이 자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나이까?"

"고향 역에서 본 사람인가 했어."


거짓말이다, 방금 막 두려움에서 회복된 아이에게 네 모든 오감은 투사에게 전달되고 있다...라고 말해봐야.

그건 악수요, 겁주기밖에 안 될 테니까.

엑스트라는 내 감정을 읽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상합니다, 뭔가 이래선 안 될것 같습니다."

15번은 입을 열었다.


"뭐가?"

"평소에 저희들은 늘...이 시간이 되면 회장님과 비서님의 경호를 맡곤 했습니다."

"음."

"그분들이 잠에 드신 동안 저흰 불침번을 서고...못다한 일을 처리하곤 했습니다, 실수를 저지르면 징계 또한."

"안 하던 걸 하니까 어색해?"

"예...하지만, 싫지만은 않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 끝엔 거미가 있었다.


"...저분이 달콤한 음료를 대접해 주고, 저를...비서님의 징계로부터 빼네 주셨습니다."

"..."

"원래라면 그저 비서님이 기분이 좀 안 좋으셨던 날로 끝났을 테지만...갑자기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

"예, 갑자기 영원히 닫힐 줄 알았던 닫힌 하늘에 구멍이 뚫리더니...숨을 쉴수 있게 되었고..."


비유겠지,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난 오히려 그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실제로 그걸 물리력으로 해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호 선생, 지금도 주변을 경계하듯 얕은 잠만을 청할 뿐인 그의 선글라스 안엔 얼마나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을까.


자신을 아끼고, 자신의 고통을 진화체일 그녀가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해법을 찾아 돌아다니는 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 맞아, 극단장님 남친, 이리 와 봐."

"응?"


정신을 차려 보니 내 손목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재버워크였다.


"그 스마트 시계 켜 봤어? 한번 다시 작동하는 거 보고 싶은데."

"아 들었어, 너가 만들었다며? 고마워."

"...어쨌건 아빠의 직장상사기도 하니까, 잘 챙겨 달라고 뇌물 준 것 뿐이야."

"선물이겠지."


나는 전자시계를 켰다, 새벽을 알리는 시계가 보였다, 그리고...


"오, 게임도 잘 켜지네."

"서부에 너랑 죽이 잘 맞을 듯한 친구가 한명 있는데 말이지."

"아, 그 장인 언니? 듣긴 했는데. 그때 난 대부분 기력 회복하느라 자기만 했어서 말이지..."

"다음에 가 봐, 이야기가 통할 것 같더..."



"극단장."

엑스트라의 어깨를, 어느새 나타난 주역이 가볍게 툭 쳤다.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눈은 사뭇 진지했으며.

그것이 이르는 방향은, 문 쪽이었다.


"..."

바스티오가 쉿, 하는 동작을 취하며 프래자일과 함께 수신호를 취했다.

프래자일은 고개를 끄덕이곤, 마지막으로 날 바라보며 한번 더 끄덕인 뒤 조용히 숨을 들이키며 소리를 내지를 준비를 마쳤다.


호 선생은 어느새, 조용히 눈만을 뜬 채 거미의 머릿결을 쓰다듬고 있었으며.

미리내는 물끄러미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댁 또 술 마시다 나왔습니까.


이윽고 똑, 똑.

노크가 울렸다.

이 건물의 원래 주인인 직원들과, 워커들일까.

혹은 이 시간까지 잠에 들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곤 모래사장을 달려온 조난객일까.


혹은...


"거기 누구 없나? 직원! 워커! 워커어어어! 아무나!"


"...어?"


프래자일이 내 목을 꺾다시피 하며 입을 틀어막았고는.

그녀가 소리를 내지르지 않고 낼수 있는 최대선의 분노를 내지르며 내 어깨를 흔들었다.

솔직히, 할 말 없었다.


"...으븝..."

"방금 소리 백퍼센트 들렸다 이 빡대가리야...누군데 그래? 아는 사람이야?"

"회장..."

"뭐?"

"제약의 회장..."


15번은 한순간 당혹의 눈빛을 빛냈지만, 엑스트라가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붙잡았다.

"...당신이 도망친 것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것보단 훨씬, 훨씬 다급하고 절박합니다..."

"피 내음도 좀 나는 것 같은데, 짙어. 중상이야."

"예."

"열어줄 거야, 극단장?"


그녀는 그럴 것이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15번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가서 무슨 일인지만 물어 봐, 여차하면 우리가 전부 달려들어서라도 구해 줄게."

"하지만..."

"진심이야, 우리가 좀 빡대가리들 천지긴 해도 그런 걸 어길 사람 처럼은 안 보이지 않았어?"


그녀는 망설이는 듯, 입을 열다가 몇 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가야만 했습니다, 저는 워커. 제1경호대상을 지켜야 하는 방패..."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숨었다, 의자 뒤나 문 뒤 같은, 그런 세세한 곳으로.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워커는 걸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워커가 있었구나! 신이여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혼자밖에 없었니?"

"답변...다른 분들은 에딧 님의 긴급점검 소집으로 지하의 교육시설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너는 점검을 일찍 받기라도 했나 보구나...아무튼 다행이다, 얼른 슈트를 가져오렴! 도와줄 일이 많단다."

"도와줄 일에 대한 상세 내용에 대해 질문드려도 괜찮을지 여부를....."


회장은 워커가 가져온 구급상자를 냉큼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는...그가 그렇게 절박하게 문을 두드렸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날카로운 검, 깔끔한 절단면.

에딧이구나.

"그 망할 년...비서실장이 날 배신했네, 본사의 마지막 명령이라 먹여주고 키워줬더니만...이런 식으로...음?"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붕대를 몸에 감던 회장은 이내 그 탁자를 쓸어 보고는 워커를 노려보았다.

"...이 부스러기, 혹시 자네. 규정을 어기고 간식 같은 것이라도 입에 댄 건 아니겠지?"

"아마 VIP들을 위해 과자를 올려놓았던 흔적 같습니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방금 점검이 끝나 복귀했습니다."


그릇.

간식을 담아놓은 그릇은 재버워크가 저곳에서 소리가 나지 않게 끌어안은 듯 했다.

엎드린 상태에서 서로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윙크를 보냈다, 음...참 잘했어요 아주.


"아무튼 간에, 분명 그년은 선로의 스파이였던 게 맞았어! 분명해! 선로의 외골격을 박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다시 한번, 제가 맡을 일의 상세한 설명을..."

"북부에 있는 내 별장으로 갈 걸세, 자네는 내가 터미널의 내 열차에 시동을 걸 동안 방패가 되어 주게나."

"...예, 기꺼이 동행하겠습니..."

"자네 내 열차에 한두번 들어와 보나? 워커가 들어갈 크기는 되지 못하네, 자네는 플랫폼에 남으란 소리야."

"에딧 비서님을...상대로...말씀이십니까..."

"음, 아무리 그래도 워커니까 한 명을 탈출시킬 수 있을 정도의 효율은 뽑고도 남겠지."



그는 자신의 가방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차라리 잘됐어, 잘 되었다고, 북부는 아직 미개척된 곳이 많으니 어쩌면 그곳에 본사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

"거기서 고아원을 모집하고, 이 가방 안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작은 병원에서부터 새출발을 한다면..."

"...회장님."

"뭔가!"


그의 손에 잡힌 무언가가, 탁자 위에서 그녀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고, 곧 벽에 맞아 떨어졌다.

"...설마 섬겨야 할 자네가 이제 와서, 자네도 에딧의 편이라고 말하진 않겠지?"

"아닙니다, 전 회장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분명히 다시 보란 듯 성공하실 분이란 것도."

"그렇지, 그렇기에 나도 자네를 믿고 맡기는 거네, 날 살리는 게 자네를 살리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야."

"...동시에, 에딧 비서님은 그렇게 해도 당신을 죽일 분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15번은 입을 계속해 열었다.


"...제 동료...친구들에게 죽건, 다 막아내고 그녀에게 죽건, 그녀는 계속해 추적해 당신을 죽일 겁니다."

"...뭐?"

"제가 아는 그녀는 거슬린다면 죽이는 자였으니까요, 도대체 어떤 면에서 서로 불협화음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봐, 자네."

"그녀는 계속 쫒아와, 당신의 몸에 나이프를 쑤셔 박고... 몇 번이고 계속...저주하면서..."


그는 다시 한번 물건을 집어 들었다, 공황상태에 빠져든 그녀를 깨우려는 건지 분풀이를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던지기 전에 그의 팔은, 어떤 사내에 의해 붙들렸다.


"...이게..!"

"거기까지 하시게."

"자네는 또 누군..."

분노와 공포에 찬 주먹을 뻗지 못하게 붙잡은 호 선생.


"괜찮으시나이까? 아까 전의 상처가..."

"전 괜찮아요..."


아이를 감싸고, 치료하는 극단장.


"...남부는 이런 풍습이 있었구나, 사이가 잠깐 부재했다고 참 많이도 바뀌었네, 안 그래?"

"하아...이래서 내가 양손 멀쩡할 동안 빨리 끝마치고 싶었건만..."

눈빛으로 무언의 경고를 보내는 미리내, 사이.


회장은 그저 말없이 당황하다, 이내 뭔가 알 수 없는 것에 놀란듯 당황해.

...우리 쪽으로 등을 돌리다 엎어져, 그래도 뒷걸음질치며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왜?






"그래."


"...내 칼도 갈아줄 때가 다 되긴 했네."


에딧.

회장이 닫지 못한 문, 그 너머로 펼쳐진 탁 트인 모래사장에서.

그녀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손에는 전에 차를 마실 때 얼핏 보았던, 그녀의 패드에 표시된 뭔가가 선명했다.


"그 워커랑 회장 그쪽으로 넘겨, 그러면 좋게 끝나."

"...너가 좋게 안 끝날 것 같은데?"


내가 입을 열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홧김만으로 그 살덩어리를 벤 건 아니라서, 회장의 권한은 이제 내 소유야."

"...뭐?"

"지금 그 워커와 회장을 넘겨 주면, 특별히 내 재량으로 너희들의 일은 덮어 주겠다 이 소리지, 더불어..."


그녀가 검을 들어, 그 끝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 아이, 재버워크도."

"날?"

"아니 갑자기 얠?"

"뭐 중요한 아이는 아니야, 다만 저 아이가 남부의 실험 열차에 있었던 아이란 게 중요하지."

"..."

"내가 새 회장이 되면, 가능한 더러움은 모두 잊혀지게 한 다음에 새출발하고 싶거든."


지랄, 나는 비웃었다.

"권력욕에 미쳐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놀라운걸? 실은 지금도 그래, 신이란 녀석이 원채 안 보이니 쓸 수 있는 건 다 써야 보이겠더라고."


삑, 그녀가 앱을 누르자- 뭔가 신호 같은 것이 잡히며, 불길한 빨간색으로 패드가 점등했다.


"지금 가능한 모든 워커들을 이곳에 불렀어, 선택의 시간이야."

"응?"

"선택해."

"선택할 생각은 없었는데?"


내 답변에 왜일까, 그녀의 주변에 분 인공 바다의 소금기 머금은 바람이 한순간 그녀를 훑고 지나간 듯 했다.

"..."

"내가 악몽에 한창 시달려서 반쯤 미쳐있을 때 말해도 안 될걸 이제야 말한 건 둘째치고...나 있지? 더는 후회 없거든."



나는 별을 들어 보였다, 떠올렸다.

연인, 엑스트라, 거미, 친구, 겟탄, 근성, 해골, 형님, 마트로, 멈멈미, 전우, 로물루스, 프래자일, 바스티오.

스승, 미리내, 호 선생.

게시판, 할아버지,토굴 밖의 세계.


...나 존나 많은 일이 있었구나.

떠올리니 새삼, 괴롭고도...

 

새로웠다.


다만 별은, 여전히 그 색 그대로였다.

다시금 빛나고 있었다, 그 색 그대로, 찬란하게.


"...오늘 너랑 싸우다 너가 내 준 단면대로 다시 썰려서 커피 아이스크림마냥 반 갈려 죽는다 해도...말이지."

"..."

"하지만..."

"..."

"그 전에 나는 내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은 존나 이기적인 새끼라 말이지...너 같은 년은...전력을 다해서 죽일 거야."

"..."


"저쪽이 말 안 하니까 말하는 건데, 극단장. 이럴 때 좋은 무대같은 거 없어?"

"무대라...아, 혹시 그대여. 아까 전에 생각하던 게 그것이셨습니까?"

"너랑 동부에서 같이 싸울 때 스승님이 했던 거 말이지."


푸핫! 미리내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생각해보니 잘 먹혔나 봐 그거?"

"말도 마십쇼, 지난번에 스승님 대사 한번 따라했다고 이 새끼들한테 있는 욕 없는 욕 다 쳐먹어가면서..."

"하지만 그때랑은 또 내가 상태가 다른데...그건 괜찮을까?"

"죽지나 말아주십쇼, 댁 죽으면 그 동부 친구들한테 들 고개가 없어요."

"...고마워."

"그리고 호 선생."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찬가지, 거미를 좀 잘 지켜주십쇼, 용병 친구들 볼 면목이 없으니."

"이 참에 아이들도 맡기게, 결코 지하에 내려가진 못하게 하겠네."


호 선생의 발꿈치가 땅을 밟았다, 미리내의 발끝이 공기를 밟았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싸움방식대로 향하는 곳은 한 곳.


"그러고 보니 자네, 내가 주먹 꽂았을 때 날아가다 본 하늘은 어땠나? 자네가 원하는 풍경이지 않았나?"

"...닥쳐."

"그랬어요? 어우 쒯, 그러면 정말 다 쓰러져가는 이분만도 못한 범부 아냐?"


도발, 효과 만점.

그녀의 표정이 구겨짐과 동시에 속속들이 하늘에서 철덩어리들이 도착하며, 그 눈과 비슷한 조명을 점등했다.

워커들이었다.


"...그럼, 엑스트라."

"극작가가 무대 준비를 마쳤습니다, 시작하시겠나이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 깔렸고 무대 준비됐다니."

"예."



"액션 좀 찍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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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그것도 제대로 못 잡네, 거미도 못 잡고 호 선생한테 한방에 날아가고.


정말 너 생각보다 빈틈이 많은 아이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러면 안 되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체감하고 순응하지 않으면...금새 무너지고 말아.


하지만 괜찮아, 이 노래는 비단 투사만을 위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모두가...그 아이들처럼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넌 거기서 쓰러질 수 없어.


이 노래에 널 위한 음율을 넣는 건 쉽고, 네가 앞으로 펼쳐 나갈 삶도 기니.




고마워 방랑자.


난 이제 내가 싫어했던 사람마저도 간신히, 사랑할수 있는 법을 깨달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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