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애는 너무 약해! 미숙아라고! 저런 것은 키울 가치도 없어!"


고대하던 아기가 태어난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건만, 남자는 그의 부친으로부터 잔혹한 명령을 받았다.


"잘 키우면 건강히 자랄 수도 있다고요!"

"뭐? 이놈이 어디서 말대꾸야! 저질 종자들은 바로 버리는게 이 나라의 규율이라고! 이러지 않고는 전사들을 강인하게 유지할 수 없어!"

부친은 성을 내더니 못마땅한 눈으로 저편에 위치한, 출산 후 아직 회복되지 못해 누워있는 아내가 있는 방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휴 쯧! 너가 저 년을 좋아했다고 결혼 허락해주는게 아니었건만! 비실비실해도 몸매는 좋길래 애는 잘 낳을 줄 알았건만 이따구로 낳고 아직도 못 일어나고 골골거리다니. 애는 뒷산에 버리고 너는 저 년이랑 이혼하고 다른 건강한 여자랑 재혼해라! 안 들으면 너도 호적에서 파이고 노예가 될 줄 알아라!"


부친은 그렇게 말하며 집에서 나가 말을 타고 돌아갔다. 남자는 망연자실하게 옆에서 울고 있는, 갓난 아들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내 아들아... 너는 어째서 이런 망할 나라에서 약하게 태어난거니...."


-----------------------------

결국 남자는 아들을 안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의 부친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전부 애를 버리라고 압박을 해서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아내 몰래 갓난 아들을 안고 뒷산에 아들을 버리려 올라갔다.


"미안해.... 우리 아들... 작고 약해도 내 눈에는 사랑스러운데... 지금 너를 안 버려도 너가 여기서 살아갈 수 없을거 같구나...."

그렇게 남자가 눈물을 머금고 아기를 버리려는 순간


"여보! 안돼! 기다려요!!!"

"다.... 당신! 어떻게 알고?"


저택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아직 허약한 몸이 낫지 않아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아내가 아기를 버리려던 그의 뒤에서 나타나 휘청이며 달려왔다. 그녀는 쓰러지듯이 남편의 몸을 붙잡고 매달리며 애원했다.


"여보! 죄송해요! 애 건강히 낳아주지도 못하고, 아직도 비실거리는 못난 아내라서 죄송해요! 그래도.... 제발 우리 애는 살려주세요! 차라리 저를 죽여요!"

"여보! 그만해! 어쩔수 없어!"

남자는 자기에게 매달린 아내에게 어쩔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본인 역시 죄책감 때문에 차마 뿌리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부모가 실랑이를 버리는 소리를 듣고 아기가 깨서 울기 시작했다.


"으.... 응애! 응애!"

"아... 아가야....."

"여보.... 잠깐만요..... 제가 안고 있게 해주세요... 제발...."

그렇게 그는 아내에게 우는 아기를 건네주었다. 아내는 익숙하게 아기를 어르고 달래주며 안심시키고 옷 앞섬을 풀러 젖을 먹였다.  그러나 슬픔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보며 남자의 죄책감 역시 벽이 터지듯이 커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 우리 함께 도망갈까?"

"네?"

"이 애를 여기서 기를 수는 없을거야. 지금 안 버린다 해도 얘가 전사가 되는 그 고된 훈련을 버틸 수 없을거고, 그렇다고 전사가 되지 않으면 밑바닥으로 떨어지니.... 그냥 이대로 함께 다른 나라로 도망치자."

"네...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저만 아니었어도 당신은 여기서 잘 살수 있었을 텐데...."

"아냐... 난 당신과 결혼한걸 절대 후회 안해. 이 망할 나라에서 군림하며 살 바에는 당신과 우리 아기랑 셋이서 이 나라를 뜨는게 낫겠어."


그렇게 그는 아기를 안고 있는 아내를 든 채로 산을 내려갔다.



이후 명가 출신의 촉망받던 전사가 허약한 아내와 미숙아를 버리지 않고 도망쳤다는 소식에 그 나라는 뒤집어졌다.


몇십년 후...... 이 나라는 타국의 침공에 멸망했으며, 그 선두에는 선한 아비 덕분에 타국에서 사랑받고 잘 자라며 기사로 출세한 그 미숙아가 있었다고 한다.


--------------------------

스파르타에선 약한 애들을 버렸다는 걸 보고 혹시 이런 상황에서도 애를 포기 안한 부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서 생각난 소재임. 누가 이런 순애육아복수물 스토리 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