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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맡겨도 되겠느냥?"

"의뢰? 나한테?!"


크론시타트가 깜짝 놀랐다.


"그렇다냥. 지휘관의 팬티가 필요하다냥."

"패, 팬티!?"


크론은 다짜고짜 튀어나온 팬티라는 말에 놀랐고.

그 의뢰를 맡기는 사람이 아카시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안 되겠느냥?"

"아무리 그래도 팬티를 훔쳐오라는 건...."

"지휘관의 방은 엄중한 경계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하다냥... 아주아주 뛰어난 첩보원만이 가능한 것이다냥...."


'아주아주 뛰어난 첩보원?'


크론의 귀가 쫑긋했다.


"흐, 크흠...! 뭐... 팬티 따위를 훔칠 실력은 아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의욕이 막 끓는데?"
"오오오, 해주는 거시다냥?"


아카시가 눈을 반짝이며 크론을 보았다.

그 기대 어린 눈빛에 크론은 우쭐해졌다.


"그 전에 하나만. 왜 하필 팬티야?"

"의뢰가 왔다냥."

"의뢰?"

"만물상인에 가까운 아카시한테 지휘관이 쓰던 팬티를 구해달라고 했다냥. 하지만 아카시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냥.. 그래서 외주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냥!"

"아하...."


대강의 사정은 이해가 됐다.


"좋아, 그 의뢰, 내가 맡을게."

"오오, 정말인거시다냥?"

"물론!"

"그럼, 부탁하겠다냥."


크론은 자신에게 맡겨 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몰랐다.

그녀가 돌아서서 떠날 즈음.

아카시가 수상한 미소를 짓는다는 것을.






'어디, 준비는 완벽하고.'


크론은 신중하게 채비했다.


"앗, 열쇠 까먹을 뻔했네."


막 나가려던 찰나, 차 열쇠를 까먹을 뻔했다.


"응, 좋아! 다 준비했.... 아, 물품을 넣을 함."


이번에는 목표인 팬티를 획득하고 넣을 상자를 까먹을 뻔했다.


"좋아 준비 다 됐어!"


크론시타트, 출격.

그녀는 곧장 지휘관실로 향했다.


'...좋아. 인기척은 없고.'


지휘관실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부에서도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지휘관은 지금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니까.


'문을 따고 들어가면 돼.'


크론은 지휘관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문을 땄다.


"이, 이게 왜 잘 안 되지."


그녀는 끙끙거리며 예상했던 시간을 초과했다.


"역시 지휘관 동지... 어마어마한 잠금장치를 마련해뒀군...."


그녀는 지휘관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둘렀다.

어쨌거나, 문은 땄다.


끼익-


조용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는데, 들어가자마자 진한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읏....!"


홀아비의 냄새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남성의 냄새.

수많은 여자를 개같이 따먹고.

그럴 만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하는.

단순한 지휘관이 아닌 정상에 우뚝 선 수컷의 내음이었다.


"......."


묘하게 자궁을 떨리게 만드는 그 냄새에 크론은 뺨을 붉혔다.


"과연, 왜 팬티를 훔쳐 달라는지 알 것 같아."


방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자궁이 움찔거릴 정도로 진한 교미의 냄새가 났다.

입었던 팬티에서는 대체 얼마나 야한 냄새가 날까.


'두 개를 훔쳐야겠어.'


크론은 양심도 없는 생각을 하며 세탁물을 담는 바구니로 향했다.


"훗... 지휘관 동지. 세탁물은 자주 빨아야 한다구."


지휘관의 세탁물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세탁물을 방치해두면, 아주아주 뛰어나고 몸매 좋고 미인에다가 마음씨도 좋은 첩보원이 훔쳐간다고."


크론이 자화자찬하며 세탁물에 손을 뻗을 때였다.


텁-


세탁물에서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히야아아아아악!?"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연출에 크론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귀신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스윽-


이윽고, 세탁물이 솟아오르면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셰, 셰필드 동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괴도 크롱."


셰필드가 안광을 번뜩이며 그녀를 노려봤다.


"괴도라니! 난 뛰어난 첩보원이라고!"

"본인이 괴도라고 소개하셨습니다만."

"내가 언제?!"


셰필드가 종이를 한 장 보여주었다.

그건 예고장이었다.


[오늘! 회의 시간에 지휘관 동지의 팬티를 훔치러 가겠다!! -괴도 크롱이]


"당신이 쓴 것 아닙니까."

"뭐어!?"


기억에 없는 일이었다.


"자, 잠깐 난 아니야. 난 이렇게....."

"변명하셔봤자 현행범으로 잡힌 이상-"

"난 이렇게 글씨를 잘 쓰지 않아!"

"......뭐라고 하셨습니까?"


셰필드가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아, 아니지! 정확히는 내 글씨는 암호처럼 베베 꼬여 있다고. 지휘관 동지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아, 그러십니까."


셰필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현행범으로 걸리셨으니 체포하겠습니다."

"이, 이럴 수는 없어!!"


크론시타트는 도망치려고 했다.


"하?"


하지만 셰필드의 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저항하시면 그만큼 힘들어질 뿐입니다."

"이, 이럴 리가.. 난... 난 뛰어난... 엄청나게 뛰어나고 몸매 좋고 성격도-"

"쉬이이잇."


셰필드가 입을 막았다.


"흡 읍읍! 읍-!!"


조용한 비명만이 남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크론은 사로잡혔다.

눈이 가려진 채 손발이 묶여 있었다.

어디에 와 있는 건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생각해보자, 분명 아카시가 의뢰를 부탁했고....'


크론시타트는 과거를 되집어본다.


아카시가 의뢰를 맡겼고.

그녀는 수락했다.


다만, 그 의뢰는 아카시가 직접 의뢰한 게 아니다.

지휘관의 팬티를 원한 누군가의 의뢰를 외주 맡긴 것.

그리고 크론시타트는 함정에 빠졌다.


'대체 누가 예고장을 날렸지?'


용의자는 둘이었다.

하나는 아카시.

다른 하나는 아카시에게 의뢰를 맡긴 자.


'대체 왜....? 왜 나를 속인 거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대체 왜......? 무슨 목적으로?


'난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뛰어난 첩보원이 되고자 했다.

이런 신세가 될 줄은...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빛이 들어왔다.


"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건은 확실하군."


'어? 이 목소리는.....!?'


크론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눈이 가려지고, 손발이 묶기고 입이 틀어막힌 채 버둥거렸다.

그러나 아직 놀랄 때가 아니었다.


"당연하다냥."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

그리고 컨셉이 확실한 말투.


'아, 아카시!?'


"읍! 읍읍읍! 으읍!!"


크론이 버둥거리며 아카시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아카시는 무시했다.


"이 아카시에게 의뢰하면, 못 가져오는 것이 없다냥."

"과연."


재차 들린 음성으로 확신했다.

아카시와 지휘관이었다.


"의뢰했던 대금은 어디 있느냥?"

"저기. 큐브 400개랑 물자 30만 개 맞지?"

"확인하겠다냥."

"철저하네."

"당연하다냥! 거래에 있어서는 단 한 푼도 떼먹어서는 안된다냥!!"


아카시가 지휘관이 건넨 상자 더미에서 수량을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지휘관은 크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역시 지휘관이다냥. 확인했다냥. 거래 감사하다냥."

"나도."

"그럼... 아카시는 가보겠다냥~"


아카시가 손을 흔들며 떠났다.


"미안, 많이 답답했지?"


지휘관이 크론의 안대를 벗겼다.

그제야 크론은 지휘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상태도.


크론은 어떤 차량의 뒷좌석에 묶여 있었다.

손과 발이 각각 포박된 채 천장과 연결되어서

마치 바비큐에 매달린 돼지 같은 자세가 되어 있었다.


"읍! 흡흐! 으으흡!"

"무슨 짓이냐고?"

"흡읍!"
"그거야, 크론이 보고 싶어서 그랬지."

"흐, 흡....!?"


순간, 크론은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절망했다.


"흐, 흡흡! 흐으으읍!"

"그냥 만나자고 하면 되지 무슨 소리냐고?"

"흡!!"

"그야....."


지휘관이 말꼬리를 흘리더니 씩 웃었다.


"그냥 만나는 것보다는 잠입에 실패한 첩보원을 존나 따먹는 게 더 맛있잖아."

"!?!"

"이걸 기다렸거든. 이 보지."


지휘관이 그녀의 허벅지 중심에 얼굴을 파묻는다.

다리가 들려 있었기에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흐으으응!?"

"스타킹 너머에 있는, 땀에 젖은 보지."


지휘관이 억지로 허벅지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고 보지에 키스했다.


"흐으으으으읏!?"

"보지키스만으로 느끼는 거야? 역시... 예상대로 크롱이는 변태네."

"흐으으읏!?"

"변태 아니라고? 하지만 보지는 이렇게 젖었는걸."


지휘관이 손가락으로 보지를 슬래시했다.


"햐으으으응!?"

"느끼잖아."

"......."


크론은 화를 낼 힘도 없었다.

그저 놀라웠다.


'나, 나 느끼고 있는 거야....?'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보지가 뜨거웠다.

가만 생각해보니 짚이는 곳이 있었다.


'그 방의 냄새.'


그건 단순한 수컷의 냄새가 아니었다.

그건....


"첩보원인 주제에 일부러 들키려고 예고장이나 남기고."


지휘관이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능글맞게 웃었다.


"후, 후웅..! 후웃...!"

"아, 미안 입마개도 풀어줄게."


지휘관이 부드럽게 입을 막은 천을 풀어주었다.


"파핫....! 예고장..! 그건 지휘관 동지가 한 짓이잖아!"

"아니, 크론이 직접 쓴 거잖아."

"아, 아니야!"

"맞아. 그런 컨셉이니까."

"뭐.....?"

"유능한 첩보원이 잠입했지만, 악질인 악당한테 사로잡혀서 엉망진창으로 보지 범해지는 거. 좋지 않아?"
"무, 무슨....!"


크론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거기에다가 첩보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당의 자지에 매료돼서 앙앙 오고곡 응히이이잇! 하면서 절정하는 거야. 그리고 빠른 속도로 자지의 포로가 되는 거지."

"지, 지휘관 동지!!"


크론이 부끄러움에 버럭 외쳤다.

그러나 지휘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보지가 질척해지는 것 봐. 이 개변태년."

"흐으으으응!?"


크론은 손발이 묶여서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런 크론을, 지휘관은 무자비하게 범하기 시작한다.


"개처럼 헐떡여줘."

"시, 시러어엇..! 하앙...! 아흣...!!"


손발이 묶여 있었다.

크론은 지휘관의 몸뚱이 아래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역시 내 예상대로네."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치 그녀의 몸에 가득 들어온 남성의 상징처럼 깊고 꽉 차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밧줄, 풀려면 얼마든지 풀 수 있는데 안 그러네?"

"!?!?!"


크론은 깜짝 놀랐다.


"내, 내가 풀 수 있다고?!"

".....? 당연하지. 네 힘으로 못 풀 속박이 어딨어."

"어어....?"

"네 음란한 본심도 아직 깨닫지 못했구나."


지휘관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만끽하게 해줄게."

"자, 잠꺄아아아앙!? 앙...! 오호오오옥....!!"


크론시타트는 울부짖었다.

앙앙.

오호옥...?

응호오오오옥....!






"그래서 결국에는 체력으로 버티면서 이겨냈지!"


크론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런가."


키로프는 심드렁했다.

보나마나 허세일 게 빤했으니까.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거야? 체력의 승부였다고, 마라톤처럼! 난 지휘관 동지를 이겼어!"

"아아, 그렇군. 알았다."


말도 안 되는 허세였다.

지휘관을 체력으로 이긴다? 단신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읏....."


키로프가 관심을 가지지 않자 크론은 살짝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 사실, 체력의 승부는 아니었지."

"흐응~"

"난 지휘관 동지의 마음을 빼앗았으니까!"

"......?"


키로프가 흥미를 가졌다.

정확히는 어이가 없어하는 쪽이었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자 크론은 기가 살았다.


"나쁜 악당이었지만, 나의 쫀뜩한 보지와 풍만한 가슴으로 설득하면서 개화시켰어. 결국, 지휘관 동지는 나를 평생 사랑해주겠다면서 반지를 줬다고."

"......"

"악당은 날 굴복시켜서 성노예로 만들려고 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는 거지. 후후후."

"하아....."


키로프는 골머리를 앓았다.


"왜,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정말 그렇다면, 증명해봐라."


키로프가 등 뒤를 가리켰다.

지휘관이 오고 있었다.


"당장."

"오~ 키로프. 크론~"

"읏......."


크론시타트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얼굴만이 아니었다.

그날의 엉망진창이었던 섹스가...

아니, 교미가 떠오르자 자궁이 큥큥거리면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여기서 뭐해?"

"아, 지휘관 동지. 크론시타트가 말이지...."

"차, 참...! 난 의뢰가 있었지. 유능한 첩보원이라 잠깐 쉴 틈도 없다니까!"


크론이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다.

얼굴을 붉힌 채였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자궁은 뜨거워진 채였다.


"....? 갑자기 왜 저런데?"


지휘관이 어리둥절했다.


"....급한 일이 있던 것처럼 가더니 모퉁이를 돌고는 거기 멈춰 섰는데?"


크론은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모퉁이에 돌아선 다음에 벽에 등을 기댔다.

그걸 지휘관이 어떻게 아냐.

크론의 머리카락이 보였기 때문이다.


'숨으려면 좀 잘 숨던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가서 안아주는 것을 추천하지. 그 자리에서 바로 따먹어도 좋고."


키로프가 말했다.


"정말로?"

"암캐가 된 여자의 마음이란, 그런 거니까."

"헤에."

"업무에 지장은 없게끔 하도록."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볼게."


지휘관이 떠난다.


키로프는 등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뭐, 뭐야 언제 왔-으읍!?"

"사랑해. 보지발정난암캐년아."

"무, 무슨- 햐아앙!? 앙...!? 하, 하지마하아아앗...! 앙... 시러...응히이잇.....!!"


'발정난 것들이란.'


키로프는 피식 웃으며 한 모금 남은 술을 전부 입에 털었다.


교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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