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근무지로 부임을 받은 지휘관이, 헬기 사고로 철혈 구역에 떨어졌는데 엘리트급 보스 알케미스트가 전술인형인 줄 알고 다가감.



이상하게 알케미스트는 쇼타한 지휘관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버려


인형으로서 가진 자신의 이 공허함을, 가학적인 잔인함 대신 두근거리는 무언가로 바라보게 하는 저 소년은 대체 뭘까?



알케미스트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자연스레 그를 지휘관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아지트로 안내해


그의 눈과 귀를 속이면서 연극을 시작하는 거지.


"책을 읽고 있었구나. 이 과자 먹을래?"


"또 유통기한 지난 거 아니에요? 아니, 그거보다도 본부와 통신 장비를 우선..."


"지휘관,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지? 과자 입에 넣어줄 테니까 같이 맛있게 먹자?"


이따금 가학적인 습관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재밌는 이야기라... 아, 제가 살던 동네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알케미스트는 지휘관과 지내면서, 정신적으로나 행복도에서나 큰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거지.


처음에는 일주일을 생각했던 그와의 여흥이, 이제는 어느덧 1년을 바라보고 있어


마치 고문과 살생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자신의 허전함이 그로 인해 채워지는 것처럼.


자신에게서 지휘관을 더욱 놓아주기 싫어지는 동시에 


그를 더 가까이 하기 시작하는 거지.


"아, 알케미스트? 지휘관으로서 명령하는데 더 가까이 오지 말아요..? 잠은 혼자서 잘 수 있어요!"


하지만 알케미스트가 지휘관에게 의존할수록


지휘관은 알케미스트에게서 멀어지려고만 해



어디까지나 연극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인형이니까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도 슬슬 짜증이 나고 말이야.



그렇게 알케미스트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한참 고민할 때쯤.


그리폰에서 구조대가 들이닥쳐서 지휘관을 빼앗아 가는 거지.



그리고 알케미스트는 어떻게든 지휘관을 사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기에.


군용헬기에 실려 '그래도 당신을 믿었는데'라는 허탈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휘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저렙촌 지휘부 집무실에 앉아, 멋대로 그리폰의 지휘관이 돼버린 자신만의 지휘관을


언젠가 찾아가서 지휘부의 인형들을 전부 몰살하고 공포와 아니라는 현실부정으로 가득한 귀여운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그렇게 불타는 지휘부를 뒤로 하고, 올바른 위치로 지휘관을 끌고 가는 알케미스트의 이야기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