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봄날의 놀이터.


놀이터는 이른 아침부터 방문한 어린아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중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얘들아! 같이 놀자!”

“⋯뭐야. 누구세요?”

“어, 어디가는 거야⋯.”


말투는 분명 어린아이였으나, 외형이 전혀 달라 아이들의 경계를 받는 한 사람.


허리도 구부정하고 머리 또한 하얗게 새어버린 할머니 한 명이.


어린아이들의 틈 속에 끼어있었다.


“어째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같이 놀자며 다가오니, 무서워진 어린아이들은 저마다 부모님을 부르짖으며 도망쳤고.


결국 다른 아이들 또한 모두 떠나, 커다란 놀이터에 할머니 혼자만 남는 것 또한 당연지사.


“⋯저기, 뭐 하고 있어?”


그런 할머니의 곁으로, 어린 소녀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소녀는 할머니가 두렵지 않은 걸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


“같이 놀 사람을 찾고 있어.”

“⋯정말?”

“응.”


소녀는 말 없이, 할머니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소꿉놀이가 시작되었다.


“자, 지우야. 이거 봐. 맛있겠지?”

“⋯응. 엄청 맛있어보여.”

“내가 이거 구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자. 많이 먹어.”


소녀의 이름은 지우가 아니었다.


“⋯잘 먹을게.”

“난 이미 많이 먹었으니 괜찮아. 으, 배가 너무불러서 음식을 손에 들 수도 없겠네!”

“그러게.”

“세상에. 시간이 벌써 이렇게. 어서 학교갈 준비 해야지!”


할머니가 건네는 음식 또한, 진흙덩어리에 불과했다.


“자, 이거봐봐. 오늘 소풍날이라고 아주 맛있는 것들만 담아서 도시락을 준비해놨거든. 기대해도 좋아!”

“⋯맛있겠네.”


할머니가 싸고 있는 도시락 또한. 진흙덩어리.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은, 놀이터.


그것이 진실이었다.


하지만.


“이야, 김이 모락모락 잘 나네. 오랜만에 요리가 잘 됐어.”


할머니가 건네는 음식은, 윤기가 흐르고 먹음직스러운 바베큐 통다리.


할머니가 싸고 있는 도시락은, 정성이 가득 담긴 수제 도시락.


할머니가 있는 곳은, 둘이서 살았지만 화목했던 가정집.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엄마! 사랑해!”

“그럼, 그럼. 누구작품인데!”


기억 속의 이름은, 지우.


“⋯”

“어이쿠, 입가에 묻히면 쓰나.”


할머니의 인자한 손이, 허공을 가른다.


소녀의 뒤편을 가른다.


할머니의 시선은 애초에 그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 자리만을 보고있었을 뿐.


공허한 눈빛이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쫓는다.


“⋯할머니.”

“입가에 묻힐 정도로 맛있었니?”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야?”

“⋯”


한 마디.


이름 모를 소녀가 건넨 한 마디에, 여전히 의미모를 단어만 내뱉던 할머니의 입이 멈췄다.


그리고, 이것만은 분명하다는 듯이.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듯이.


소녀를 똑바로 본 뒤, 말을 꺼냈다.


“지우.”

“그렇구나.”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줄게.”


이름 모를 소녀의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어, 어라?”


어떨땐 배경이 학교로, 어떨땐 식당으로.


도저히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 기묘하고도 이상한 소꿉놀이는.


그대로 끝이났다.


줄곧 흐릿하던 할머니의 눈에, 놀이터가 비치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제 앞으로 달려오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엄마. 한참 찾았잖아. 도대체 이런곳엔 왜⋯ 잠깐만.”


여성은 평소와는 다른 할머니의 모습을 눈치채곤, 입을 다물었다.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자그마치 10년만에.


⋯10년 전, 아비 없이 홀로 자신을 키워 온 탓인지 기억장애를 호소하기 시작한 때가.


저를 바라볼때마다 기억 속 모습만을 떠올려서.


점점 서로의 시선이 달라지던 때가.


“지우야. 그 동안 고생많았지?”

“고, 고생이라니. 그게 엄마가 할 소리야? 응?”


엊그제 같은데.


그 이후로 단 한번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는데.


“미안해.”

“미안하긴, 내가 더 미안하지⋯.”

“으이구, 우리 지우가 언제 이렇게 울보가 되었을꼬.”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라고⋯.”


제발.


신이 정말로 있다면, 이 상황이 꿈이 아니길.


진심으로 빌었다.




“하나야!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옷 가게에 도착했는데 감쪽같이 사라져버리고! 어디 간다고 말도 안 해주고!”

“어⋯ 모래성 쌓기가 너무 재밌어서 그만.”

“이 볼따구를 다신 만지지 못하는 줄 알았단 말야⋯!”


시아는 정말 걱정했다며 내 볼을 마구마구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내 옷은?”

“옷? 오옷? 잔뜩 걱정시켜놓고 찾는게 오오오오옷?!”


그런데, 힘이 조금, 아니. 


너, 너무 들어간 것 같은데?!


“으엑. 자, 잠깐만. 아파. 조금 살살⋯.”

“언니를 걱정시키는 못된 동생은 아파도 돼!”

“아, 아니. 난 그저-”

“변명은 서에 가서 하시죠!”

“히익?! 뱃살 만지지 마⋯!”


그렇게.


나와 시아의 첫 외출은 끝이 났다.


오늘의 일은 여기서 끝.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ㅡㅡㅡㅡㅡㅡ


신작의 초안임니다.


https://arca.live/b/tsfiction/104209557

이거보고 재미쓸것갇아서 써밧어요.


!!!!!시아몰래 구원을 행하는 응애농틋녀 신님이 보고십구나!!!!!!!



아, 그리고 할무니는 튼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놀이터에서 추락사로 생을 마감했을거라네요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