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제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고 얼마나 흠모해왔는지 당신을 모르시겠지요


내가 너라는 사람을 알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너는 모르겠지


당신은 나의 유일한 휴식처였어요


너는 나의 유일한 재앙이었어


이제 이 마음을


이제 이 고통을


전하려 합니다


끝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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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밤 하늘 

희미하게 달빛이 내려앉은 밤

그날의 향기가 좋아서 

거리를 거닐었다

잔잔히 내려앉는 달빛처럼 

그날의 공기도 일렁이고

풍성하게 피어난 벚꽃이 

하나 둘 눈송이처럼 내려오던 

어느 날


나는 너를 만났다

너는 나의 오랜 친구였고

나는 너의 오랜 친구였지

사랑스러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을 쓴 날이라 생각했지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아


난 네가 한순간 웃는 줄로만 알아서

예전처럼 수줍은 아이인 줄로만 알아서

그때처럼 너를 붙잡았지

내일 또 보자고, 언제 또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어서

오랫동안 못 만났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두서없을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너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어



그게 그렇게 잘못한 거였어?


정말 미안해


이때까지 친구라곤 너밖에 없어서 잘 몰랐어


미안해


너한테 큰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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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으로 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어


물론 네가 없던 사이 난 이렇게 초라해졌지만


예전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떠올라 기뻤어

예전처럼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다가갔지만

도망가는 너를 보며

수줍음이 많은

예전과 변함없는 너를 보며 웃음 지었어

번번이 도망가는 너를 보며 그때마다 너를 찾아내었던 그 기억도 떠올랐지


내 처지가 부끄러웠지만


너는 변함없었으니

다가갈 수 있었어


처음의 너의 당황한 모습

친해지며 보였던 너의 환한 미소

이사 가며 보인 눈물

눈물로 일그러졌던 너의 얼굴

내 얼굴은 얼마나 엉망이었을까

다시 볼 땐 환하게 웃으며 보자던 나의 말에

눈물로 얼룩진 채 웃어주던 너


내 처지가 부끄러웠지만

웃는 얼굴로 너의 미소를 마주하고 싶어


나는 다가갈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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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고 아직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너에 대한 소식을 들었어

으슥한 어느 밤에

위험한 남자가 너에게 몹쓸 짓을 하려 했다는 말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그 남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너의 곁을 맴돌았어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너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겠지


내 미숙한 미행에 너를 마주칠 때마다


나는 멋쩍게 웃었고


너는 나를 바라봤지


겁 많은 새끼 고양이 같던 어린 네가

점점 풀어지던 예전의 기억이 나

나는 속으로 웃었어


모든 일이 잘 해결되고


그때에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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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덩치, 전학생한테 그만 찝쩍대지?”


“..........”


“내가 봐뒀으니까 꺼지란 말이야”


“..........”


”씨발 대답 안 하냐?“

”니가 맨날 찝쩍거려서 여자애들이 무섭다잖아“

”전학생 이사 온 날 밤에 손목 낚아채서 뭐 하려고 했던 거냐?“


“.........?”


“그때 실패한 미련을 아직 가지고 있는 거야?”


“.........!”


“씨발 역겨운 새끼”

“이 새끼도 너 같은 짓은 안 한다”

“뭐 씨발아?”

“아 빨리 끝내고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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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괜찮아?”


“응? 이제 적응도 했고 다 좋은데? 왜?”


“아니 그 변ㅌ”

”옆 반에 계속 너 따라다니는 애 있잖아”


“아 00이?”


“응? 원래 알던애야?”


“응 옛날부터 알고 지낸 친구야. 오랜만에 만나니까 너무 잘생겨져서 부끄러웠는데, 오늘 반찬도 가져다줄 겸 한 번 집에 가보려고”


“어.....?”

“너 이사 왔던 날 왠 미친 변태한테 잡히지 않았어? 그거 걔...”


“예전에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는데..... 추억 돋더라.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집으로 뛰어갔는데, 얼굴 새빨개진 거 안 들켰나 몰라”


“..........”

“어........”


“.......?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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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구나”

“나였어”

“나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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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는 사람을 알고 얼마나 흠모해왔는지 너는 모르겠지

네가 나라는 사람을 알고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내가 몰랐던 것처럼

너는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어

나는 너의 유일한 재앙이었겠지

이제 내 마음을

이제 네 고통을


끝내려고 해





사랑스러운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운이 깃든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제는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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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환한 어느 날 저녁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던 그날


역시 도망친 걸 사과부터 해야겠지.....

부끄럽다곤 해도 오랜만에 만난 건데 무턱대고 도망부터 가버리다니......


“사과는 직접 만나서 해야 하니까!”


어제부터 준비한 반찬을 가지러 집으로 향하던 나를

멈춰 세운

편지


그리고 들려온 불길한 굉음


구겨졌지만 예쁜 편지지에

오래도록 놀려온 너의 개성 가득한 글씨


[정말 미안해]

이떄까지 친구라곤 너밖에

[내가 친구가 없어서 잘 몰랐어]

[미안해]

[너한테 큰 상처를 줘서]

[예전에 사과는 직접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난....]

[또 상처를 줄까 두려워]

[그래서 이렇게 전하는 나를 용서해 줘]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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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있었을까


너의 집

너와 나의 추억이 뛰놀던 그곳으로



이렇게까지 불안한 마음을 품고 가본 적이 있었을까





‘만나서 사과해야 해. 그리고 보고 싶었다고’


그 말을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이렇게 늦게 말해야만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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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고통 속에 잠든 널 조용히 바라보다

하늘을 바라본다


지독하게 밝은 달이 하늘을 거리를 내리쬐는 밤


지독한 고통이 풍기는 방에서


조용히 그리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공기를 맞으며


이미 다 떨어져 버린 벚꽃처럼




그래 너와 만나는 그곳에 다른 사람들은 필요 없겠지

미안해

미안


“사과는 직접 만나서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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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00고등학교 학생 두 명 극단적 선택.....


00고등학교 학생 두 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오늘(14일) 오후 9시 44분쯤 “한 주택가에서 굉음이 들려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숨져있는 두 남녀를 발견했습니다.


남성의 경우 지속적인 폭력을 당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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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츤데레로 하고 후회하는 글 적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까 이도 저도 아닌 똥글이 돼버렸네....


똥글을 쓰고 후회하는 나....

이게 진짜 후회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