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돼서 편의점에서 일하면 어떻게 될까?

점장님 손녀로 오해받으려나?


딩동~


잡생각을 하면 계산 실수가 일어난다.

손님으로 온 아저씨한테 집중하자.


"안녕하세요."


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보지?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꼬마 아가씨, 화장실 간 아빠 대신 카운터 봐주는 거야? 장하네."


"그게 대체 무... 어라?"


언제 키가 이렇게 작아졌지?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말랑해졌어.


"잠깐만요."


CCTV 화면을 확인했다.

백발의 어린 여자아이가 CCTV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하반신을 확인했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위, 아래가 허전하다.


자각몽인가 싶어 손가락 개수를 늘려봤지만 여전히 5개다.

현실이라는 소리다.


"CCTV에 비친 자기 모습이 신기하구나, 귀여워라."


아저씨가 막대 사탕을 골랐다.

계산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바코드 리더기를 들었다.

막대 사탕의 바코드는 포스기 상단에 붙어져 있어서, 팔을 최대한 높이 치켜들어 겨우 찍었다.


아저씨가 천 원을 내게 내밀었다.


"1000원에서 300원을 빼면 얼마일까요~"


"700원이겠죠."


"아이고 잘했어요, 상으로 사탕 받아요."


저기요.

저 26살 어른이에요.

하기도 전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는 아저씨.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걸 알지만.

한 번 더 상상해 보기로 했다.


편의점으로 차량이 돌진하면 어떻게 될까.


쾅!


유리문이 부서지며.

승용차 한 대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진열대가 밀리다가 물건들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카운터 쪽으로는 다행히 안 왔기에 나한테 피해는 없다.


하지만 승용차 안에 있는 사람이 피를 흘리며 기절해있다.

나 때문에 누군가 다치는 건 사양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을까?


눈 깜빡이는 사이.

차가 사라지고 모든 게 원상복구되었다.

아까 돌진해왔던 승용차가 편의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신이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