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이야기 - 트위터






(원본 출처 확인 불가, 제보 바람)







+


What does it mean to live in a civilized society? - instagram



문명화된 사회에서 산다는 건 무슨 뜻일까? 몇 년 전,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학생에게 「인류사에 문명이 처음으로 발현될 조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학생은 낚싯바늘, 토기 혹은 간석기 등의 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마가렛의 답변은 학생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녀는 문명의 첫 징후로 '치유된 대퇴골'을 예로 들었다. 야생에서는 다리가 부러진 동물은 생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험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으며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갈 수도 없다. 오직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길 기다릴 뿐이다. 어떤 동물도 야생에선 부러진 다리가 붙을 때까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없다.

대퇴골 뼈가 다시 붙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다리를 다친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치료해 주고 완치될 때까지 함께 있어 줬다는 증거이다. '어려움을 겪는 타인을 도울 때 비로소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미드교수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도울 때 수준이 가장 높아집니다. 문명화된 사람이 되세요."



마가렛 미드의 '부러진 대퇴골/다리뼈' 이야기의 원 출처


최근 이 칼럼에 나온 마가렛 미드의 이야기를 인용한 글을 편집할 일이 있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에게 한 학생이 문명의 첫 증거가 무엇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예상과 달리 마거릿 미드는,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찾아낸 1만 5천 년 된 인간의 ‘부러졌다 다시 붙은 대퇴골’이라고 답했다고. 부러진 대퇴골이 다시 붙기까지는 대략 6주 이상이 걸리는데, 그 시대에 대퇴골이 부러진 사람은 위험을 피할 수도, 물을 마실 수도, 사냥할 수도 없는 채로 맹수의 먹잇감이 되거나 굶어 죽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고. 그러므로 발굴된 대퇴골은, 다른 어떤 인간이 뼈가 부러진 동료의 곁을 지켰고, 상처를 싸매줬으며, 안전한 곳으로 동료를 데려가서 다 회복될 때까지 돌봐줬다는 증거다. 마거릿 미드는, 역경에 처한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됐다고 대답한 것이다."


'돌봄'에 관한 단상 - 한겨레


마가렛 미드의 이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고 여기저기서 인용되는데, 원출처가 표기된 경우를 보지 못했다. 마가렛 미드(1901-1978)가 실제로 이런 말을 했을까? 너무 그럴듯해서 오히려 잘 믿음이 안 가는 느낌도 든다. 누군가 했을 법한 말이긴 한데, 유명한 인류학자 이름을 붙인 것 같은 인상이랄까...


영어권에서 검색해 본 결과 이런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인용문 조사관"이라는 페이지 이름을 보니까, 외국에서도 이런 식의 인용에 관한 출처 추적 필요성이 꽤 있는 것 같다.)


https://quoteinvestigator.com/2021/07/25/femur/


이 사이트에서 찾아낸바, 가장 이른 시점의 인용문은 1980년 출간된


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 A Surgeon Looks at the Human and Spiritual Body

두렵고도 놀랍게 만들어진 : 외과의사가 인간과 영적 존재를 바라보다

(저자 Dr. Paul Brand and Philip Yancey) 


라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브랜드는 자기가 마가렛 미드의 강의에 참석했다면서 이 일화를 이야기한다. 인용 원문은 이렇다.


To her, evidence of the earliest true civilization was a healed femur, a leg bone, which she held up before us in the lecture hall. She explained that such healings were never found in the remains of competitive, savage societies. There, clues of violence abounded: temples pierced by arrows, skulls crushed by clubs. But the healed femur showed that someone must have cared for the injured perso — hunted on his behalf, brought him food, and served him at personal sacrifice.


그녀에게 최초의 진정한 문명의 증거는 치유된 대퇴골, 즉 다리뼈였으며, 그녀는 강당에서 우리들 앞에서 그것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러한 치유가 경쟁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의 유해에선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데에는, 폭력의 흔적: 화살들에 구멍 난 사원, 곤봉에 부서진 두개골 등이 넘쳐났다. 그러나 치유된 대퇴골은, 분명 누군가가 부상당한 사람을 돌보았음을, 그를 대신해 사냥하고, 음식을 가져다주고, 자신을 희생하여 그에게 봉사했음을 보여주었다.


1993년에 낸 책에서 브랜드는 이 강의에 참석한 시점을 "Early in my career"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브랜드는 1914년생으로, 의사 경력 초기라면 아무리 일러도 1950년대 이전이지 않을까 싶다. 그가 이 이야기를 책에 써서 출간한 건 1980년으로 그로부터 최소 20, 30년이 지난 이후이다.(참고로 마가렛 미드는 1978년에 작고하였다.) 따라서 기억이 정확한지는 다소 의심스럽다. 이외에는 브랜드의 책에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강의 자리에서 마가렛 미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인지 기록된 건 없고, 교차 검증할 만한 증언이나 기록은 아직 발견된 건 없는 듯하다.

 

결론 : 마가렛 미드가 문명의 증거로 부러졌다가 치유된 대퇴골을 이야기했다는 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 근거가 다소 부정확한 성격이 있다. 수십 년 전 강의에서 들었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책에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인용할 때는 최소한 Paul Brand & Philip Yancey의 1980년 또는 1993년 책이 원출처라고 밝혀 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더 볼 것

Margaret Mead 'Femur' Quote - Truth or F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