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 베고 또 베었다.
앞에 선 모든 것들을 베어내는 것만 반복하다가 문뜩 정신이 들었을 즈음엔,
정면엔 굳세게 쥐었던 검날을 부러져있는 것이 보였고,
뒤를 돌아보니 시체더미와 혈액이 시산혈하를 이룬 잔혹한 풍경만이 비춰보였다.
그 지경에 이르어서야, 나는 내가 살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어디서부터 나는 살업만을 즐기는 괴물로 변해있던 것일까.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수만명의 핏기로 물들어 본래의 색을 잃고 귀도(鬼刀)로 전락한 부러진 나의 검을 잡은 두 손이 아직도 피를 갈망하며 떨릴 뿐이었다.
핏기를 머금은 붉은 바람이 불며 나의 귓가를 간지럽힐때마다, 정신을 잃고 베어낸 수만명의 원령들이 나의 귓가에 속삭인다.
[죽어. 수만을 죽인 그 검으로 할복해 자결해라.]
...라며 말이다.
그들의 말이... 응당 맞다.
더 이상 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살귀의 수라.
내가 더 살아간다면, 시체더미로 쌓아올린 산은 태산이 되고, 그것에서 흘러내린 피는 강을 넘어 바다가 될 것이 분명한 것이다.
잠시나마 정신을 잡은 지금, 내 손으로 살귀의 수라를 베어내는 것만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속죄인 것이다.
"....."
검을 역수로 고쳐쥐었다.
나의 본능과 떨려오는 두 손이, 검을 돌려쥐는 나의 의지를 끈질기게 방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음을 의미했다.
온 힘을 다하여 푹-...
나는 내 스스로 내 뱃가죽을 갈라내 내장을 꺼내보였다.
목을 쳐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이, 쓰라리고 뜨거운 고통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의 내장은 무슨 색일까?
그만큼 사람을 베어냈으니, 필시 그 어떤 먹보다도 시커먼 검정색일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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