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내가 살던 곳 하늘에는 이미지 같은 쌍둥이 행성이 있었다. 아니 이미지보다 더 크고 가까워서 거의 하늘의 절반을 가릴 수준이라 행성에서 흐르던 구름은 물론이고, 화산이 터지거나 태풍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직관이 가능할 정도였다.

우리가 낮이면 그쪽도 낮이고 밤이면 그쪽도 밤이었는데, 저쪽은 문명 수준이 낮은지 밤이 되면 우리처럼 도시 야경이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검은 공 수준으로 암흑 천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심심한 나는 레이저 포인터, 별 관측할 때 쓰는 조그맣고 센 거 가지고 와서는 암흑 천지의 쌍둥이 행성을 향해 쐈다. 이리저리 휘둘러보기도 하고 몇 번 깜빡거리기도 했는데 당연히 별다른 응답이 없었다.

하지만 미련하게도 나는 무슨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재미가 있어서인지 몇 날 며칠, 밤만 되면 쌍둥이 행성을 향해 레이저를 쏴 댔다. 그러던 와중, 미세한 빛 하나가 암흑 사이에서 피어났다 사라진 것을 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빛을 봤던 나는 어떻게든 다시 보기 위해 몇 번이나 방향을 조정하며 레이저를 쏴댔고 마침내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고 다시 빛으로 된 응답을 받아냈다.


그 이후로 밤만 되면 레이저를 가져와 깜빡거리면서 그 위치에 비춰 대자 저쪽에서도 똑같이 깜빡거리는 답이 왔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도 못 전하고, 저쪽에서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아무 의미 없는 불규칙한 깜빡거림만 계속되는 그런 교류였지만 나는 그게 너무 즐거웠다.


하지만 내가 살던 행성도 문명 수준이 낮아서 우주 탐사 같은 것은 아직 꿈의 영역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는 그 쌍둥이 행성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뻗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언젠가 우리는 서로를 마주할 수 있을거야.


































그러고는 꿈에서 깼다. 지금이야 이과적 감성으로 그런 쌍둥이 행성이 힘든 이유 수십 가지가 떠오르지만 꿈에서 깬 직후의 그 고양감과 몽환적인 감정은 잊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