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아, 아린. 갑자기 방에 들어오시고.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훈련에서 안되는 부분이라도 있나요?"


"아니, 언니. 훈련이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진지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


"으음... 내일이 주말이니까, 아린의 학교생활에는 지장이 없겠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언니. 요즘 윤슬이 언니랑 관계가 어떻게 된건가요?"


"블랑 말씀이십니까? 그냥 평소대로입니다만."


"아뇨, 제가 보기에는 두 분, 서로 거리감이 아예 없어졌어요. 마치, 마치..."


"마치?"


"마치... 여자친구, 처럼... 말이에요.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라... 딱히 그런 일은 없... 으으... 네, 없었네요. 없었어요."


"아닌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네...?"


"블랑 언니랑, 갈 때까지 간 거, 제가 모를 줄 아셨어요?"


"갈 때까지라뇨?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아린?"


"진짜아... 제 입으로 부끄러운 말을 하게 만들거에요?"


"네...?"


"비네 언니, 블랑 언니랑 같이... 그, 그으..."


푸른 머리의 소녀는, 자신의 푸르른 머리카락과는 다른, 따뜻함이 느껴지는 붉은 얼굴로 자기 눈 앞의 소녀에게 대답했다.


물론, 그 대답의 마지막은 흐릿하게 들려, 그녀의 귀에 마지막 단어는 들리지 않은 채로.


"했잖아요... 세...세...섹ㅅ..."


"아린? 왜 그렇게 볼을 붉히고...? 으읍?!"


아린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비네와의 입맞춤으로 가리고자 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비네는, 당황했을 수도 있겠지만.


얽혀오는 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맛이.


투박하게 얽히는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향이.


산뜻하면서 달콤한, 오직 그녀만이 가진 특이한 향.


달콤한 초콜릿보다도 더 유혹적이고.


그 어떤 마약보다도 중독적인 보라색 맛.


포도보다도 달콤한 그녀의 입술.


혀는, 쉴틈없이 얽혀만 가고.


오랜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의 맞닿아있던 얼굴이 떨어지면서.


아린과 비네를 잇던 은색 실이 그 모습을 보였다.


"...아린."


"네, 언니."


비네는, 방금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부끄러움인지, 그대로 고개를 품에 넣어버리고는 아린을 불렀다.


"방금, 그거..."


"제 마음이에요. 진심을 다 한 마음."


"...아린. 당신은..."


"요즘 초등학생도 알 건 다 알아요. 언니..."


"아까 했던 말은..."


"...언니."


"알겠습니다. 하아..."


"언니."


"네, 말씀하세요."


이제는 머리에 무슨 생각이 나는지도 제대로 모르겠는지, 머리를 감싸면서 고민하는 비네에게, 아린이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사랑해요."


"아린..."


"네, 저도 알아요. 블랑 언니랑, 어떤 관계인지. 전부. 언니의 과거도 이미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린, 이건..."


"언니, 제가 전부 감당할 수 있어요. 각오가 없었으면 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을거에요. 그러니까, 언니."


"...아린이 그렇게 나온다면, 제가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잖습니까."


"언니, 그만큼 저는 진심이라는 거에요."


"...언니 된 몸으로써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초등학생이랑..."


"제가 싫으신가요...?"


"아니, 하아..."


"언니, 아직 해가 떠있으니. 조금의 고민 시간을 드릴게요. 모두가 잠든 시간에 찾아왔을 때에는 부디 대답해주세요."


"아린."


"내일은 주말이니까, 밤에 찾아올게요."



그 말을 끝으로 아린은 나가버렸다.





* * *




하아...


이걸,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을.


...말랑말랑했어.


아린이의 볼은, 응.


다른 곳도 말랑말랑할텐데.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아린이는, 진심을 다해서 내게 부딪혀왔었지.


근데, 그 진심이... 어린 시기의 잠깐의 사랑일까, 내가 이 사랑을 받아들이는 게 과연 아린에게 옳을까.


아린과 관계를 맺어나간다면,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블랑은.





하아.









그리고, 야속하게도, 야심한 밤은 찾아왔다.


아린이의 가벼운 발소리와, 조심스러운 노크.


사람들을 깨우지 않겠다는 자신의 표현인 것일까.


아니면, 거절당할 걸 우려한, 긴장의 심정인 것일까.


"들어오시죠."


문이 열리고, 작은 인영이 들어왔다.


스텐드 불빛에 비추어도 작은 인영.


문이 살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네글리제만을 입은 아린이 내게 다가왔다.


"언니."


"제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나의 심각한 표정에, 아린은 금새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린, 정말 감당 가능하십니까?"


"네, 저는 다 감당할 수 있어요. 제가 얼마나, 얼마나..."


"그렇다면. 받아줄게요. 당신의 마음."


"아, 아아..."


"기쁘신가요?"


"네, 네에... 당연히 기쁘죠... 언니..."


"아린, 당신이 전부 감당 가능하시다고 하셨죠?"


"네. 저, 정말 노력할게요. 언니..."


"그러면, 아린을 잡아먹어도 되겠죠?"


"네?"


순식간에, 아린을 잡아서 내 아래로 깔아 뭉개었다.


적어도 아린에게는 밀리지 않아.


이 목줄이 있다고 하더라도.


"히, 히익?!"


그녀의 작은 몸집.


말랑한 그녀의 위를 선점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죠. 그래도 당신은 저를 좋아해주실건가요?"




부끄러워하는 아린이를 내려다보니, 당황한 눈빛.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저 눈빛.



"저는, 좋아요. 언니가 어떻게 나오든."


"...하."


"그리고, 그 누구랑 먼저 사귀고 있든, 저는 언니가 좋은걸요. 그러니까 언니."




아린이가, 순간적인 힘으로 나와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오늘, 잡아먹는 건, 저에요. 잡아먹히는 건, 빌런인 비네 언니."


"빌런 짓은 때려치운지 오래인데."


"맨날 빌런이라면서, 자기비하 하고, 그거 얼마나 가슴아팠는지 아세요?"


"하하..."


"그니까, 나쁜 빌런에게. 제 마음을 훔쳐간 도둑에게 내리는 벌이에요."






아린의 손이, 나의 얇디 얇은 원피스의 끈으로 향한다.


어께에 스치는 따뜻한 손길.



아직 여린 손이, 이미 예민해진 어깨를 따라.


쇄골을 만지면서, 나를 지키던 천을 치우기 시작한다.


끈이 내려가고.



간단하게 벗겨진 원피스.



나를 잡아먹겠다는 그녀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는 듯.



나신까지 단 하나의 장벽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거칠게.


그 작은 몸에서는 나오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거친, 키스를.




"우읍?! 츕... 츄으... 프하... 츕..."


"프하... 언니... 좋아요..."




그렇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기를 한참.



그녀와 나의 타액이, 떨어지기를 거부하여 은색 다리를 놓고 있을 때.



"하아... 하아... 저만, 이렇게 벗고 있는 건... 부끄러운데요."


"으음... 언니가, 제게 반말로 벗으라고 명령하면, 당장 다 벗을게요."




갑작스러운 선언에, 당황할 틈도 없이.


아린은 내 귀를 가까이 하고는, 속삭였다.



"속옷까지, 전부. 말이에요."


"꿀꺽..."



"헤헤... 언니한테 존댓말 듣는 동생같은거,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반말로 해주세요?"





...




그래, 아린이가...




해달라는데.



그깟, 말투 따위...



"아린..."



"아니, 아린아."




"아린아..."



"네, 언니..."





기대하고 있는 아린의 표정.



언니답게.



언니다운 것...



그러면 조금 강압적으로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아..."


"언니, 해줄거죠?"





해달라는 데...



저렇게 원하는데, 안 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면, 옛날의 나를 잠시 빌려오는 거야...



"...귀여운 내 동생 아린?"


"네에...?"


"어딜 언니 앞인데, 옷을 그렇게 껴입고 있을까?"


"히, 히익..."






아린의 턱을 살며시 잡아, 들어올린다.



"우리 아린이는, 착한 아이니까. 언니 앞에서 예절을 잘 지키겠지?"



"으, 으에... 예, 예절이요...?"


"언니는 이렇게, 헐벗고 있는데. 아린이는 껴입고 있고."


"헤헤..."



이제는, 막을 수 없다.





"아린아. 전부 벗어."





귀에 속삭였다.




"그 귀여운 몸에, 천쪼가리 하나 없게. 네 태초의 모습을 보여줘."





나의 욕망을.










* * *











"다... 벗었어요... 언니..."


"속옷이 남았잖니?"


"그, 그건..."


"언니를 벗길때는 가차없이 벗기더니, 자기가 벗으려니 부끄럽나봐?"


"..."






아린의 볼이 붉어진다.


마치 홍당무처럼.


아까 봤던 것보다도 더.


떨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입에 붙지 않는 반말을 하려니...


게다가, 아린이에게... 반말을 하려고... 그것도... 야한 일을 하기 위해서...



내 가슴이, 심장이 미칠듯이 뛰고 있다.


내 손이, 내 머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내가 인식한 것은...


나를 보면서 벗겨달라는 눈치를 보이는 아린의 속옷을.


내 손으로 직접 벗기고 있는 모습.



그리고, 아린이도, 화답하듯 나의 마지막 장벽을 허물고 있는 모습을.






"언니."


"..."


"언니?"


"네, 아린...?"


"...또 존댓말이네."


"입에... 안붙어서..."


"아까는 적극적이더니, 갑자기 이렇게. 부끄러워져서는 얼타는 언니인거에요?"


"..."


"헤헤... 그런 언니도 좋아요."





아린이의 팔이, 내 몸을 휘감았다.


가볍게 옥죄이는 숨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가까워진 심장 소리가, 내 피부를 뚫고, 내 심장과 공명하는 느낌.


내 심장이 날뛰는 만큼, 아린이의 심장도 날뛰고 있었다.




"언니, 예뻐요."


"아린, 아니, 아린이... 너도..."


"후흐... 언니 가슴, 먹어봐도 돼요?"


"...응, 아린이라면 괜찮아."


"헤헤... 혀로 건들기도 전에... 이렇게 귀엽게..."


"으읏..."


"츕... 핥으면서... 언니가 떠는 게 느껴져요."


"으응... 으... 처음, 맞아아...?"


"네. 저는 언니가 처음이에요. 모든 게."


"흐읍...! 이거, 이, 이상해..."


"언니... 좋아요... 언니..."




아린이가 내 가슴을 놓아준 건, 자신이 만족할 때 까지.


내가 가볍게 몸을 떨면서 가버리는 걸 보고 나서야 겨우 나를 놓아주었다.



"으으... 아린아..."


"네. 언니?"


"...너도 흥분했구나?"


"네. 언니... 언니 때문이에요."


"내가, 도와줄게."





아린이의 소중한 그곳으로, 사악한 악당의 손이 뻗었다.




"아린아. 이렇게, 푹... 적시는 야한 아이였구나?"


"...언니이... 흐으..."


"걱정하지 마... 언니가 알아서 해줄테니까."








아린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 내 손으로 절정을 경험했다.



* * *





"하아... 하아... 언니이..."


"응..."


"제가, 잡아먹는다고 했는데에..."


"...괜찮으니까. 이제, 마음껏 잡아먹어도 좋아."


"...조금만 안아주세요."


"푸흐흣... 귀여워, 아린아."


"언니도요..."





조금의 휴식이 끝나고, 귀신같이.




아린은 악을 정벌했다.











그 날, 악한 나는.


정의의 마법소녀에게 굴복해서.



제발 가게 해달라고 애원을 수 차례.



더 이상은 가고싶지 않아를 수 차례.



아린이의 이름을 수백번도 더 넘게 부르고.



사랑을 울부짖었다.




* * *






다음 날 아침엔, 아린이가 어딜 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루 종일,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내 방에 눌러앉아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