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상황을 보니까 이걸 지금 올리는게 맞나 싶기는 한데, 이미 다 써둔거 영감 남아있을 떄 올리기로 했음.



(경상북부를 표시한 남한 지도. 이 백지도 편집.)

(이 지도는 단순히 시각적 자료로 첨부하였을 뿐이며 본인은 경상북북도 독립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미쳤다고 그런 짓을..)


우선 본인의 모친은 경상북도 북부인 영주 출신이신지라 그쪽 지역에 애착이 있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경상도 어디에도 장기간 살아본 적은 없는지라 현지 실정에 대해 말을 놀리기는 조심스러운 편임.


그렇지만 본인이 해당 지역에 대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도 있고, 이전글에서 찾은 경쀾의 독보적인 인구 감소 추세를 보고 하는 후속으로 본 '조사'를 하게 되었음.


물론 경부선 중심 개발, 주요 대도시의 부재 및 경쀾의 주요 (항만 건설 가능) 해안에서의 거리를 감안하면 경쀾의 어느정도의 몰락은 예정된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지역들에 비교해서도 독보적인 인구폭락에는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야.




우선 이 글에서는 경쀾과 전북의 비교를 여러 차례 할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여러모로 사정이 비슷하면서 어느정도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었기 때문임 (MSSD). 경쀾지역에는 무역항 자체가 없고, 전북의 경우 군산이 해방 이전에는 주요 무역항이긴 하였으나 본질적으로 쌀 수탈이 주였고 중국의 공산화까지 맞몰려 침체한 것이 경쀾이나 전북이나 무역항의 부재로 산업 발달에 애로사항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함. 또한 둘 모두 간선철도가 지나지만 주 개발축인 경부선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점 또한. 


이 글에서 눈여겨 볼 둘 간의 차이점은 명확한 수부도시의 존재 여부임. 전라북도의 경우 전주가 오랜시간 전통적인 중심지였고 경쀾은 해방 전까지는 상주가 가장 큰 도시였음. 하지만 전주 (면→읍→부→시) 인구는 1920년 15,862명에서 오늘날 65만 인구까지 늘어난 반면 오늘날 상주는 도시 전체 인구를 일제떄도 아니고 240년 전과 비교해야 할 처지지? 전주는 큼찍이 호남선은 놓쳤어도 전라선이라는 주요 간선철도가 들어왔고 이리 (not wolf)의 수차례 시도를 저지시키고 전북도청을 지켜내어서 전라북도 주요 도시로서 살아남았음.


하지만 상주의 경우 경부선을 놓치고 들어온 경북선은 남쪽으로만 이어지는, 가히 로컬선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이고 국토종관선이 들어오는 것은 중부내륙선이 들어올 올해 말을 기약해 봐야 하지. 경상북북도라는 독자 행정구역도 없는 만큼 도청 소재지로서 인구를 잡아둘 힘도 없었고 결국 상주 (면→읍)은 김천과 대구에 인구를 빨리며 1935~1940년엔 인구가 줄었고 (31,256 → 30,980) 그 후에도 경쀾 타 지역들에 비해 성장하지 못함. 상주의 빈자리를 꿰차고 경쀾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던건 안동시. 1939년 중앙선 전구간 개통에 힘입어 해방 후 안동읍내 인구는 63,534명으로 5만대의 상주읍내를 웃돌았는데, 안동은 경쀾의 중심도시로서 자리잡지 못함. 그리고 이 점이 내가 생각하는, 경쀾의 독보적인 몰락의 원인임.



위는 20세기 한국에 있어온 인구 유출 과정을 간략하게 써본건데, 저 테크트리에서 3단계인, 권역 중심이 될 중규모 도시가 부재한 권역들이 몰락이 가장 심각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전라남도의 경우 광주라는 지방 대도시가 있고 전남 서부에는 목포라는 대전 다음가는 규모의 도시가, 동부에는 70년대 산단이 개발되던 여순광이 있어서 이전글에서 보듯 전남지역은 경부연선에서 벗어난 지역 중에는 나름 낙폭이 덜한 지역이었음. 전북의 경우 해방 이후 인구가 감소한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이지만 경쀾이나 내포에 비할 바는 못되지. 그에 대비되는 내포의 경우 오늘날에도 30만 도시가 없는 만큼 과거에도 권역에 중규모 도시가 부재했고 권역 밖으로의 인구유출이 심각했으며 경쀾 다음가는 (66년 대비) 인구 감소를 보여줌. 그 조차도 사실상 수도권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 당진과 서산 등 내포 북부지역 인구 반등으로 완화된 것이고.





그래서 경쀾은 왜 중심도시가 없었느냐?


불가항력인 경부축 중심 개발 같은 것을 제외하고 20세기 경쀾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북선 (과 영동선)의 영주로의 부설임.


위에서 상주의 몰락과 안동의 부상까지는 다뤘지만 안동이 왜 권역중심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는지는 다루지 않았음. 그리고 본인은 안동이 경쀾 중심이 되지 못한 것은 경북선과 영동선이 영주를 거치게 된 것 때문이라고 주장함. 경북선은 1931년 김천에서 상주, 점촌(문경), 예천을 거쳐 안동으로 이어지는 철도로 부설되었으나 1944년 불요불급선으로 문경-안동 구간이 뜯겼다가 1966년, 안동 대신 영주로 (영동선과의 연계를 위해) 개통됨. 그리고 영동선은 1944년 영주 출발로 착공되어 1950년 영주-봉화를 필두로 몇년에 걸쳐 완공됨.


경북지역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된 영주는 그 결과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됨. 내가 아직 머리 굳기 전 열몇살때쯔음에 외할머니였나 엄마였나한테 영주는 정말 철도로 큰 도시라고 들었던 적이 있었음. KTX 생기기 전까지 모든 기차가 서던 동네고 전국에 5개? 밖에 없던 철도청 본부가 영주에 있었다는 영주의 전성기 시절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게 나름 이 지역 역사를 함축적으로 잘 설명한다고 생각함.


일제 시기에는 지정면/읍에도 못들던 영주시가 1964년 안동에 있던 철도국을 뺏어오고 당대 한국의 주요 산업이던 강원 남부 탄광들의 석탄을 중앙선을 통해 전국으로 보낼 떄 거쳐가는 주요 터미널이었으니까. 이러한 영주의 부상 및 안동의 정체는 아래 지도로 확인해 볼 수 있음



위 지도는 1946년과 1966년 사이 경쀾 시군의 (도농분리시는 군과 함께 집계) 인구를 나타냄. 첫눈에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군지역 인구의 포함과 시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거임.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인 영양, 청송, 그리고 그만큼은 못해도 상당한 증가율을 보인 울진과 영덕은 경쀾 군들 중에서 (당대도 지금에도) 철도가 들어오지 않는 군들임. 시기를 생각해보면 연결 자체가 안되어 있으니 인구유출도 적었던거지.

문경의 경우 탄광버프에 힘입어 인구가 증가했고 상주, 예천, 의성, 봉화는 중심지로 기능하지 않는 군들이고 철도로 연결되어 인구가 유출된거. 


눈여겨볼 점은 영주의 증가세(34.4%)가 안동의 그것 (31.2%)를 압도했다는 점인데, 이 추세는 계속되어서 1966~1975간 영주는 11.7% 성장, 안동은 2.02% 성장함. 그리고 나서 둘다 사이좋게 인구감소가 시작되지. (그리고 감소세도 영주보다 안동이 더 빨랐음. 1975-1995간 영주 -20%, 안동 -28%)


이러한 자료들을 보고 하는 추론이, 50년대 시작된 영주의 경쀽왕좌 찬탈은 영주가 안동을 완전히 밀어내기 전에 70년대의 전국적 이촌향도가 가속화되면서 경쀾 전체가 사이좋게 몰락했다 이거임. 경부 개발축에서도 벗어나 있으면서 인구는 유출되고 있음과 동시에 분산되어 있으니까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산업을 설치할 인센티브가 없었던 결과 그 산업기반 약하다는 전주나 충주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한거지.


이런 점에서는 어머니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경쀽이 경남서부나 전북 수준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1960~70년대 영주의 번성기는 있어서는 안됐어야 했을 것 같음.


1944년에 경북선이 불요불급선을 피해가면서 영동선도 안동으로 들어와 안동이 교통요지 자리까지 꿰차서 1930년대 상주로부터 뜯어온 경쀾왕좌를 지켜내었다면 경쀾이라는 권역 전체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음.

영주로 갔을 인구를 흡수해서 한 1955년에 (현실에는 1963년) 원주, 강릉, 경주와 같이 승격하고, 경공업, 비료, 농기계 산업이라도 유치해서 현대에 인구 30만대 도시로서라도 기능했다면 말이야.




그리고 경쀾이라는 주제에서 약간 벗어나는 얘기지만 비슷한 이유에서 난 전북도청이 이리(익산)로 옮겨갔더라면 전북의 상황이 더 나았을 것 같음. 경쀾의 사례가 새 교통중심지 (영주)가 기존 권역중심지 (안동)을 대체하기 전에 이촌향도가 발생하면서 어느쪽도 '중규모 도시'로 발전하지 못한 사례라면 전북의 경우 교통중심지 (이리)가 전통중심지+도청소재지 (전주)와 따로놀면서 둘 다 중규모 도시는 될 지언정 전국구로 인구를 흡수할 '지방 대도시'로는 어느쪽도 자라나지 못했으니까.




이 글에서 알아본 사례가 오늘날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 라고 물으면 난 조금 조심스러워지는데. 혁신도시들 관련해서는 소신발언을 하나 할 수 있을 것 같음. 오늘날 지방에 혁신도시들과 같은 신도시 설치는 본질적으로 새로은 지역소도시들을, 새로운 '영주'들을 설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이런 '영주'들은 그 지역의 소도시, '안동'들에서 인구를 흡수 할 수는 있어도 대도시들로부터는 이주가 불가피한 인원 외에는 가져올 수 없으며 다른 대도시들의 권역이 확장할 떄에 현실의 영주와 안동과 같이 쓸려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일제시기 주요 부읍면인구 출처: https://www.kgeography.or.kr/media/11/fixture/data/bbs/publishing/journal/52/01/06.pdf)

(경북 인구 1946-66 변동 지도는 이 백지도에서 경쀾지역만 따서 만든거고, 자료 출처는 '경북통계웹진' 2015년 8월 17일자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