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북방 지역을 흐르는 큰 강 근처에 세워진 도시 크림슨 시티.


이곳은 흡혈귀 여왕 카라 크롬웰이 통치하는 홍혈경 영토의 수도이다.


마계 북방의 기후는 춥고 혹독하지만, 많은 자원을 산출해 예로부터 개척이 활발하다.


그런 마계 북방의 도시들 중에서도, 크림슨 시티는 최대 규모를 자랑해, 마계 전 국토의 경제·정치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대도시 크림슨 시티의 궁전.


막강한 마력과 미모로 유명한 홍혈경 카라가, 찾아온 손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카라 "그래서, 어때 크로셀. 슬슬 이곳 생활에 익숙해졌어?"

크로셀 "응. 잘 지내고 있어. 이 나라 국민들은 모두 친절하고, 음식이나 술도 맛있더라."

크로셀 "정말 감사해, 카라. 도와줘서 고마워."

카라 "후후, 별 말씀을. 곤란할 때는 피차일반 아니겠어?"

카라 "뭔가 부족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줘. 금방 준비시킬 테니까."

크로셀 "정말? 기쁜걸, 카라는 좋은 사람이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카라 "우후후, 그래 크로셀♪"


은랑 수인 "자자자, 잠깐만 기다려! 당신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라&크로셀

"어머?"

"응?"


카라와 크로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사람의 태평한 대화를 듣고 있던 크로셀의 부하가 참지 못하고 태클을 걸어온 것이다.


은랑 수인 "앗. 아니요, 실례했습니다. 홍혈경, 이건 이쪽 이야기인지라──임금님, 잠깐 이리 와봐요!"

크로셀 "에─? 뭐야─?"


은랑 수인이 멍멍 거리며 분주하게 크로셀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비밀 이야기를 한다.


덧붙여 크로셀은, 홍혈경 영토의 한층 더 북방──설원 지대를 세력권으로 하는 인랑족의 왕이다.


은랑 수인 "아니, 임금님! 어쩐지, 홍혈경과 굉장히 친하지 않습니까!?"

크로셀 "응? 그렇지, 그게 뭐? 카라하고는 의외로 죽이 잘 맞고, 신세도 지고 있는걸."

은랑 수인 "아니아니 그럼 안 되잖아요!? 확실히 저희는 홍혈경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 적대관계라구요!"

은랑 수인 "이런 때일수록 정신 다잡아야 해요! 『어이 흡혈귀! 우리 인랑족을 얕보지 마!』라고."

은랑 수인 "이쪽에도 인랑족의 체면이라는 게 있다구요! 얕보면 가만 안 둔다고!"

크로셀 "으음......? 그런 건 귀찮아. 낮잠 자도 돼?"

은랑 수인 "임금님!?"


카라 "어머어머♪"

마리카 "이런이런......"



카라가 즐거운 듯이 웃고, 그 옆에 대기하는 마계기사 마리카가 깊이 한숨을 쉰다.


부하 인랑의 말대로, 홍혈경과 은랑 수인들은 몇 번이나 싸운 적대관계였다.


그러나 현재 그런 은랑 수인이 홍혈경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


그것은 마계 북방에서 일어난 어떤 동란 때문이었다.


현재 마계 북방에서는 사령경 테우타테스가 세력 확대를 위해 한창 침공을 진행하고 있다.


그 피해를 본 것이, 마계 북방의 설원 지대를 세력권으로 하고 있던 은랑 수인들이었다.


마계 북서부 연안지대를 영토로 하는 사령경 테우타테스는, 부하인 이클린가스 변경백에게 명령해 군사를 일으킨다.


그 목적은 설원지대의 인랑들을 토벌해, 그 세력권을 빼앗는 것이다.


인랑들도 침공에 항거하지만, 사령경은 가공할 힘을 지닌 간부들을 투입.


분전도 허망하게 은랑 수인들은 패주에 몰리고──.


그 탈출지가 된 것이, 사령경과 격렬하게 대립하는 홍혈경의 영토였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다.


오랜 원한도 일단 제쳐두고, 은랑 수인족은 홍혈경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 사정으로 홍혈경 영토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수인들이지만, 왕인 크로셀은 세세한 걸 신경 쓰지 않는 느긋한 이.


순식간에 크림슨 시티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숙적이었을 홍혈경과도 어느새인가 친해져 있어, 부하 은랑들로서는, 『임금님, 조금만 더 생각하자!?』라며 위가 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은랑 수인 "뭐, 뭐어, 홍혈경과 험악해지는 것보다는 나은가......?"

은랑 수인 "어차피 적대관계로 돌아가도, 당장의 적은 사령경 놈이니까......"

크로셀 "? 무슨 소리야? 배라도 고파?"

은랑 수인 "임금님이 너무 태평해서 이쪽이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는 거라구요!"


멍멍 하면서 따라다니는 수인이 머리를 싸맨다.


현재 사령경의 북방 침공은 일단락 돼, 섬뜩할 정도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몰래 전력을 모으고 있는지, 어떤 음모를 진행하고 있는지......


어쨌든, 홍혈경과 제휴해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때였다.


???

"꺄──악!!"

"그, 그만해주세요 손님!?"


사용인으로 보이는 여자들의 비명에 이어, 무언가 화려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마리카 "크로셀 님, 저건......지금 저희 성에 머물고 있는 손님 중 한 분이, 무슨 장난을 친 소리라고 생각됩니다."

마리카 "사용인에 섞여 메이드 놀이를 한다, 라는 등 바보 같은 말을 하셨기에."

크로셀 "에에......?"

은랑 수인 "메이드 놀이요? 무얼 위해?"

마리카 "그것까지는......잘 모르겠어요. 평범한 사람의 이해를 넘어선 분이니까요."

크로셀&은랑 수인 "???"


마리카의 영문 모를 설명에 크로셀과 은랑이 얼굴을 마주한다.


그러자 그것을 본 카라가 즐거운 듯 웃으며 말한다.


카라 "후후. 너희는 모르고 있었지?"

카라 "나가족의 3족장 중 한 명인 카리야──그녀가 지금, 이 성에 놀러 와 있어."

크로셀 "!!"


크로셀 일행이 작게 소리를 냈다.


카리야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그렇다기 보다는, 마계의 주민 중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적을 것이다.


나가족의 족장 카리야, 일명 『스네이크 레이디』.


나가족은 사신邪神의 후예로 일컬어지는 막강한 종족으로, 카리야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괴물이다.


인간계에서 카오스・아레나라는 어둠의 투기장을 지배해, 향락에 젖어 수많은 잔학 파이팅을 펼쳤다.


또한 카리야는 노마드의 두령 에드윈 블랙의 절친이자, 그에 필적하는 힘을 지녔다고도 한다.


마리카 "블랙 님은 카라 님의 동생 분입니다. 그런 관계로 카리야 님은 이 땅에 놀러 오셨습니다."

카라 "동생도 카리야도 기분파니까. 그 부분에서 마음이 맞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카라가 미소 짓는다.


그런 카리야였지만, 잠시 머무르다 보니 지루해졌을 것이다.


갑자기 메이드 흉내를 내기 시작해, 다른 사용인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은랑 수인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소란스러운 분 같네요."

카라 "그래, 하지만 내 눈 닿는 곳에서 벌이는 정도니까."

카라 "괜히 잔소리하다가, 토라진 그녀가 동생에게 장난을 치러 가면 큰일인걸♪"

은랑 수인 "과, 과연......홍혈경도 고생이 많네요."


크로셀의 부하 수인이 이해한다는듯 말했다.


마계에서는 강자일수록, 곤란한 성격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이라던가──하고 수인은 옆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자기들의 왕을 본다.


크로셀 "응? 너, 왜 사무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거야? ......아니, 뭐 그건 그렇고."

크로셀 "있잖아 카라, 나가족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그렇게 크로셀이 말을 걸었을 때.


요란한 발소리들과 함께 이상한 메이드 차림의 미녀가 나타났다.



스네이크 레이디 "우후후, 안녕 카라. 오늘은 좋은 날씨네♪"

스네이크 레이디 "이 내가 차를 준비했으니, 함께 즐기지 않을래?"


***


호사스러운 티 왜건을 밀면서 메이드 차림의 미녀가 나타났다.


아니, 이건......메이드 차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가슴도 허리도 외설적으로 노출이 많아, 수상쩍은 여종업원이거나 고급 창부 그 자체다.


당사자의 메이드답지 않은 당당한 행동도 포함해, "뭔가 굉장한 게 왔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등장이었다.


크로셀 (이 사람이 나가의 족장 카리야......)


크로셀과 동행한 수인이 경악에 눈을 부릅떴다.


스네이크 레이디──카리야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카리야도,


어둠의 시녀 "카, 카리야 님! 죄송하지만, 지금 카라 님은 내객 중이세요!"


하고, 정신없이 초조한 얼굴로 다가온 사용인의 목소리에, 크로셀 일행의 존재를 깨닫는다.


스네이크 레이디 "어머? 미안해, 그러고 보니 손님이 왔었네."

스네이크 레이디 "나는 메이드 카리야. 거기 늑대 씨, 당신은?"

크로셀 "나는 크로셀. 북방 은랑 수인족의 왕이야. 잘 부탁해, 카리야."


크로셀이 대답하자 카리야는 뱀처럼 차갑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다가온다.


스네이크 레이디 "헤에, 당신이? 소문은 들었었지만, 이렇게 귀여운 늑대 양이었다니──."

스네이크 레이디 "어때? 내 펫이 되지 않을래? 세계 제일의 쾌락을 가르쳐 줄게, 후후후♪"

크로셀 "에, 에에......? 펫은 싫어."


수상쩍게 입맛을 다시는 카리야에게 응시되어, 크로셀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은랑 수인 (위, 위험해!? 뭐야, 이 뱀여자의 압력......!)

은랑 수인 (가까이 있기만 해도 오줌이 나올 것 같아......그보다, 우리 임금님은 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야!?)


수행원이 무릎을 바들바들 떨며 두 사람을 본다.


보는 사람 모두를 얼어붙게 하는 카리야의 시선을 받아도, 크로셀은 태연하다.


카리야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한다──그 자체만으로도, 크로셀의 걸출함을 나타내고 있다.


카라 "카리야, 크로셀은 내 손님이야. 너무 실례를 해서는 안 돼."


이런이런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카라가 말하자, 역시 카리야도 물러난다.


스네이크 레이디 "후후, 그렇네. 미안해, 늑대 양, 즐거운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크로셀 "그래, 그건 좋은데......카리야, 네게 묻고 싶은 게 있어."

크로셀 "아까 카라에게도 들었지만......『사령경과 나가족의 관계』에 대해서."

스네이크 레이디 "어머......?"


카리야의 눈이 유쾌한 듯 가늘어졌다.


크로셀 "분명 『타쿠샤카』라는 이름이었나. 너와는 다른 나가의 족장. 그녀는 사령경과 협력관계에 있는 것 같아."

크로셀 "그래서, 나가족도 사령경에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크로셀 "넌 놈과 적대하고 있는 홍혈경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수행원이 "오, 좋은 질문이에요 임금님!"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사령경의 침공을 받은 수인들에게, 그것은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이야기였다.


스네이크 레이디 "후후. 간단한 이야기야 늑대 양. 나는 타쿠샤카와는 생각이 달라."

스네이크 레이디 "나가족은 각 부족이 다른 나라와 같아, 하나라고 볼 수 없어. 게다가, 애당초──."

스네이크 레이디 "블랙은 내 친구인걸. 촌스러운 테우타테스와 붙는다니, 말도 안 돼♪"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운 미소를 보이는 카리야.


원래 그녀는 순수한 향락주의자이며, 마계의 세력 다툼 따위 관심 없다.


물론 나가의 족장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장면을 마주하면 별개이지만, 현재로서는, 자신의 욕망이나 즐거움을 우선시한다─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크로셀 "흠흠. 그건......뭐 희소식이라고 볼 수 있겠네."


카리야의 힘은 막강하다.


그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령경에게 줄을 설 마음이 없는 건 희소식이다.



로라 "저기요......여러분,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잠깐 괜찮으실까요?"

크로셀 일행 "??"

카라 "어머. 무슨 일이니, 로라?"


그때,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찾아온 메이드가 있었다.


마계기사 견습인 로라다.


현재 노마드에 소속되어 있는 그녀는, 수령인 블랙의 심부름으로 홍혈경 영지를 방문하고 있었다.


덧붙여 로라가 메이드 차림인 것은, "동경의 대상"인 리나의 영향이다.


노마드의 마계기사 리나는, 메이드 견습이라는 밑바탕을 거쳐 마계기사가 되었다.


그런 동경하는 선배를 따라, 로라는 특별 주문한 메이드복을 만들어, 노마드의 잡무 메이드로서 날마다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로라 "네, 카라 님! 블랙 님께 드리는 선물, 확실히 받았습니다!"

로라 "이 로라가 책임지고 요미하라의 본부까지 배달하겠습니다!"

로라 "......그래서 슬슬 나가 보려고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로라는 약간 난처한 얼굴로 카리야를 본다.


스네이크 레이디 "아아, 카라. 얘는 날 부르러 온 거야."

스네이크 레이디 "이 나라는 좋은 곳이지만, 조금 자극이 부족해서."

스네이크 레이디 "그래서 나도, 슬슬 인간계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심부름 온 로라가 요미하라로 돌아간다고 한다.


스네이크 레이디 "딱 좋은 타이밍 같아서, 나도 같이 돌아가기로 했어."

스네이크 레이디 "메이드 둘이서 마계여행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