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TS근친3] 대충 형이었던 것을 깔아뭉개는 소설
개념글 모음

“어때?”


이예준은 그렇게 말하며 조소했다.

이예지가 지은 표정은 상상 이상으로 볼만했다.

이걸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안 좋은 기억이 날 때마다 보고 싶었을 정도로.


“그렇게 나타나면 좋겠다잖아.”

“너, 설마...”

“왜, 팔려나가고 싶어? 말만 해. 지금 전화하면 해주실 테니까.”


이예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전에 그랬던 것과는 상당히 딴판인 모습에 이예준은 재차 조소했다.


3천만원을 빌리고서도 뻔뻔하게 굴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고도 형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2천만원을 더 내놓으라던 표정이 선선했다.

주지 않겠다고 하자 주먹을 들어 올리고는 배를 몇 번이나 때렸었지.


“흠.”


거기까지 생각한 이예준이 신음을 흘리며 주먹을 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예지를 걷어차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무언가 끝맛이 찝찝했다.


이예지를 계속 살려둔 채 고통받게 두고 싶었다.

여태껏 그랬던 것과 다르게 최대한 책임을 지게 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녀가 아예 굴복하게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인격체라기보다는 하나의 애완동물처럼 행동하게 두는 것도 맛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작정 그러기에는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예지는 그의 형이었던 존재였으니까.

이내, 이예준은 기회를 주자고 마음먹었다.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계속 살고 싶다면.”


대충 아무렇게나 중얼거린 그가 이예지의 몸을 묶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유가 된 이예지가 무슨 짓을 할지는 뻔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건 그의 안에 있는 일말의 희망을 죽여 없애는 행위였다.

이예지가 그를 배신하면 배신할수록 망설임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 테니까.


“...고마워.”

“처신 똑바로 하기나 해.”

“그것보다 나 물 좀.”

“...그래.”


이예준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가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이예지는 물을 마시는 게 아니라 싱크대 아래의 찬장을 열었다.


‘역시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씩 웃었다.

보통 식칼은 이런 곳에 있었고 그녀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이내 이예지는 망설임 없이 식칼 하나를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야, 좆게이새끼. 너 진짜 멍청하구나?”

“...하.”

“죽기 싫으면 알아서 잘해. 처신 잘하라고. 하, 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찌르게?”


이예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예지는 그 무심한 눈을 응시하다가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래, 찌를 거야! 못 찌를 것 같아? 바람구멍을 내주기 전에 조용히 해.”

“그래라.”

“그리고 일단 돈부터 내놔. 해야 할 게 많이 있거든.”

“또 술부터 마시게?”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내가 마시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식칼이 덜덜 떨렸다.

이예준은 코웃음을 치며 이예지를 응시했다.


제대로 된 깡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병신 하나를 갈구면서 위세를 세웠을 뿐인 얼간이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찔러보라니까.”

“아, 안 닥쳐!? 이, 이... 좆게이새끼가...!”

“병신 새끼.”

“이 개새끼가!!!!”


이예지가 홧김에 앞으로 돌격했다.

이예준은 잠시 그걸 보고 있다가 근처에 있던 방망이의 손잡이를 발로 밟았다.


빙글, 하고 방망이가 허공으로 날았다.

그는 이내 방망이를 잡고 이예지의 손목을 강하게 후려쳤다.


“아팟...!”

“찌를 수는 있나 보네.”


이예준은 바닥에 떨어진 식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살벌하게 눈을 뜬 이예지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상황에 와서까지 판단이 느린 게 어처구니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가슴 속 자리 잡았던 망설임이 조금은 지워진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뭐?”

“이건, 자업자득이야.”


그렇게 말한 이예준이 식칼을 대강 내려놓았다.


그 직후, 그는 상당히 강하게 이예지의 배를 후려쳤다.

체육관에서 배웠던 대로 간장을 후려치는 훌륭한 보디 블로.


효과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했다.

침을 흘리며 엎어진 이예지는 눈물과 콧물을 짜내며 훌쩍였다.

이예준은 잠시 그러는 걸 보고 있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이길 줄 알았던 거야?”

“...닥쳐!”

“멍청하긴.”

“닥치라니까!”


이예준은 대답 대신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어깨가 움츠러드는 이예지의 모습을 보다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이예준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이예지가 네 걸음 뒤로 기어갔다.


이예준이 두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이예지는 열 걸음 뒤로 기어갔다가 벽에 부딪혔다.


“꺅!”

“...어처구니 없네.”

“닥치라니까...!”


이예지가 황급히 팔을 휘저었다.

무언가 무기로 쓸만한 게 없는지 찾던 그녀의 손에 날카로운 가위가 잡혔다.

이내 가위 끝을 이예준에게 건넨 이예지가 무작정 앞으로 달려왔다.


이예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저번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답시고 자세를 낮춘 게 보였지만, 어설펐다.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보지 않은 사람 특유의 실수였다.


이예준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오면 그도 옆으로 피하거나 뒤로 달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상대방이 맥없이 찔리기를 바라며 달려오는 건 자살 행위와 다를 게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이예준은 그대로 팔을 앞으로 뻗어 이예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대로 손목을 부러뜨려 땅바닥에 메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른 채.


“너, 이 새끼...!”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돌아 팔로 목을 감았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배웠던 대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몇 초 뒤, 이예지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예준은 잠시 그걸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대강 침대 위에 옮겼다.

그리고 저번에 그녀가 기절했을 때 사 온 물건을 꺼냈다.


원래라면 쓸 생각이 전혀 없던 것들이었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틀어질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이예지가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할 일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멍청하긴.”


그렇게 중얼거린 이예준이 준비물을 꺼냈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키우기 위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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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