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장 높은 카페, Café of Confession

1일 3전공시험 레이드가 끝난 관계로, 3화짜리 프롤로그인 소피아 스토리 마무리 지으러 옴!


소재 : https://arca.live/b/monmusu/103744058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3968018

2화 : https://arca.live/b/monmusu/10423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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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벽난로의 불조차 보이지 않으니, 정전이 된 것은 아니다.

나이 탓에 눈이 멀어버린 것일까? 아니, 아무리 팔을 휘둘러도 그 이외의 무언가에 손이 닿지 않는다.

그가 서 있던 카운터는, 팔을 약간만 뻗어도 어딘가엔 반드시 손이 닿도록 설계했을 텐데.

'그렇다면,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인가?' 라는 남자의 물음에, 어둠은 희미하게 속삭인다.



"■■엘■■, ■■엘■■."

"... 소피아 씨? 어떻게 제 예전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머나먼 어딘가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다가온다.

천하보다 값진 것들이 너무나 쉽게 빛을 잃고,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하여 끝없이 곤두박질치는 나락에서부터.

달과 별을 잃어 칠흑만이 남은 밤하늘보다 더욱 어둡고 불경한 나락에서부터.

희미한 목소리로부터 들려오는 것은 고작 한 글자 뿐이지만, 남자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때 자신의 이름이었던 것이라고.



"■■엘■■, ■■엘■■..."

"... 역시 당신이었습니까, □□□. 생각해보니, 소피아 씨가 제 이름을 알 리가 없겠죠."

"아아, 들켰다. 기뻐."



남자가 나락의 이름을 부르자, 그것은 미소짓는다.

그것의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져만 가고, 남자의 팔은 끌려가기 시작한다.

아니, 남자는 끌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부유하는 듯하면서도, 추락하고 있었다.

위나 아래, 오른쪽이나 왼쪽의 구분조차 없는 공허한 나락을 향해.

혐오감이 들 정도로, 남자와 닮았을 나락을 향해.



"■■엘■■... 다시 나의 곁에서 너의 온기를 나누어주지 않을래? 다시 너의 목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해주지 않을래?"

"지금은 안 됩니다. 아직 카페의 첫 손님에게 제대로 된 커피값도 받지 못했거든요."

"아아... 싫어, 제발 가지 말아줘... 네가 없는 이곳은 싫어... 영원토록 너의 꿈을 꾸는 삶은 이제 질렸단 말야..."

"저는 가야 합니다. 그게 저의 일이니까요."

"이번에도 나는 너를 떠나보내야만 하는거야? 도대체 언제까지 나는 너에게 거절당해야만 하는거야?"



나락은 나즈막히, 그러나 비참하게 울부짖는다.

언젠가 오너라는 이름으로 불릴 남자는 나락에게 삼켜지듯이, 더욱 빠르게 추락한다.

허무한 부유감에 사로잡혀 서서히 방향감을 상실해가는 와중에도, 남자는 자신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아래로, 더욱 아래로,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아래를 향하여.

그것이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나락의 가장 밑바닥일지도 모르는 저 아래를 향하여.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잠시 바깥을 산책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제가 돌아갈 곳은 오직 당신의 곁이라는 걸 알고 있잖습니까."

"... 그래, 너는 그런 남자였지. 태평한 말로 나의 가슴에 망설임 없이 비수를 꽂고선, 따뜻한 포옹으로 나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까지 가시를 박아넣어, 상냥한 속삭임으로 나의 모든 상처들을 잔혹하게 찢어발기는 것이 너라는 죄 많은 남자였지."

"언젠가, 다시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리광쟁이 아가씨."

"언젠가, 반드시 그대를 찾으러 가겠노라. 나의 앞에 가장 많은 죄를 지은 남자여."



마침내 나락의 목소리가 바스라질 때, 오너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는, 카페라떼와 프렌치 토스트를 즐기며 헤실거리는 한 명의 매 몬무스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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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파는 '설산의 근위병'으로 불릴 만큼 엄중하며, '설산의 법을 집행하는 자'로도 유명하다.

물론, 이것은 설산에서의 금기를 어긴 자에게 한정되는 말이지만... 오너의 카페는 설산의 금기를 초월한 무언가였다.

그러나 소피아는 셰르파로서의 의무를 아득히 먼 밤하늘에 흐르는 별들의 강 어딘가에 흘려보내고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카페라떼와 프렌치 토스트를 즐기고 있었다.



[우물우물...]

'... 맛있다!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커피의 쓴맛은 엄청 잘 어울리고, 토스트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과 설탕은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아. 관공서 근처에 있던 카페도 이것을 팔고 있을까?'

"오, 설산의 근위병이라고 불리는 셰르파도 그런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있군요? 평소에도 그렇게 다니면 좋을 텐데요."

"... 시끄러워. 나는 지금, 이곳의 손님이잖아."



앳된 소녀처럼 보이는 베테랑 셰르파를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장난스레 웃는 오너와, 그에게서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소피아.

셰르파의 마음가짐은 가문의 비전과 개인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굉장히 사소한 이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설산과 공존해야 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설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서브리미스 가문의 근본이 되는 비전은, 사람과 설산을 지키는 '질서의 수호자'로서의 강한 사명감.

그렇기 때문에 고집불통에 막무가내, 철칙에 잔뜩 절여진 원칙주의로 일관하는 것이 소피아의 평소 마음가짐이었다.

그런 소피아가 '데드존'이라고 불리는 가장 높은 설산의 최정상에서 스스로를 '손님'이라고 지칭하며, 집행 대상인 오너와 실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녹이는 가장 좋은 온기다.' 라는 누군가의 격언은, 그야말로 이 상황에 걸맞는 말이리라.



"... 오너."

"부르셨나요, 소피아 씨?"

"왜 하필, 이런 곳에 카페를 차린거야? 도시에는 더 안전하고, 좋은 자리가 많을 텐데..."

"여기만큼 하늘이 잘 보이면서, 별과 달 이외에는 어떠한 조명도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곳은 없으니까요."

"... 고작, 그거 하나 때문에?"

"고작 그것이라뇨. 밤하늘의 별빛이 하나도 가려지지 않는 설산의 칠흑같은 어둠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인테리어랍니다."

"... 흠."



텅 빈 커피잔과 접시를 내려다보며, 소피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이 반딧불이가 내는 조그마한 빛처럼 하찮아질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달빛 아래에 모인 무수한 별무리와 은하들이 그림을 그리는 설산의 밤하늘.

그것은 말이나 글 따위로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자, 어떠한 도시나 왕국의 야경보다 더욱 숨이 막힐 듯한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풍경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가장 높은 설산의 최정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고의 인테리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을 수밖에.



"그럼... 카페의 영업 시간이, 해가 뜨기 전까지인 이유도?"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는 밤하늘과 커피만큼 완벽한 말동무가 없죠. 아무리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곳의 하늘을 보며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면, 누구나 마음을 열어줄 거라고 믿고 있답니다."

"응... 분명, 그럴 거야."



소피아는 사흘에 한 번 있는 그녀의 주 업무인 '설산 정찰' 이외에도, 부업으로서 방문객에게 일정한 대가를 받고 등산을 도와주기도 한다.

소피아처럼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 희박한 공기의 위험을 견디면서 하늘을 날지 않는 이상, 설산을 하루만에 왕복하는 것은 불가능.

그나마의 안전이 보장된 등산 루트마저, 걸어서 왕복을 하기 위해선 중간에 야영을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높게 뻗어있다.

그렇기에 소피아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의 수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설산의 야경을 보았고, 내일이면 잊어버릴 인연에 불과한 그들의 말을 몇 번이고 흘리듯이 들어주었다.

설산의 야경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의 벽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는지, 그들의 입이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얼마나 쉽게 열릴 수 있는지, 소피아는 알고 있었다.

'여기에 맛있는 커피가 곁들여진다면, 사람은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일까.' 라고, 소피아는 생각한다.



"...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곳을 만들었는지, 이야기 안 해줄거지?"

"네, 하지만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날이 올 겁니다. 비밀을 밝혀내는 데에는 시간만큼 좋은 탐정이 없거든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영업허가는?"

"... 네?"

"뭐야...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설마, 허가도 안 받고 여기서 장사하려던 거야?"

"아... 영업허가, 말이죠...? 물론 받았답니다? 허가증은 사정이 있어서, 당장 보여드릴 수 없긴 하지만..."

"보통, 그런 걸 무허가라고 하지 않던가?"



소피아의 사소한 질문 때문에, 오너의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떨림을 놓칠 리 없는 소피아의 표정은 더 이상 '매 몬무스 소피아'의 것이 아닌, '베테랑 셰르파 소피아'의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여기 무허가야, 아니야?"

"그게... 완전히 무허가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위험 지역에서 장사하는 데 필요한 '안전보장증명서'도 없지?"

"그건... 여기는 더 이상 위험 지역이 아니니까... 그것까지는 굳이 필요가 없달까...?"

"하아... 지금 당장 무릎 꿇어, 거동수상자. 조금이라도 저항한다면, 일방적으로 집행을 속행하겠다."

"네..."

"설산의 최정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이런 곳에—!!!"



그 이후로, 오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오너를 바라보며 위압적으로 설교와 경고를 늘어놓고 있는 소피아와, 미소를 잃지 않지만 소피아에게서 연신 시선을 피하는 오너.

소피아는 30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오너를 철저하게 갈구고 또 갈궜다.

결국, 오너는 커피값으로 소피아의 일장 연설과 위험 지역에서의 무허가 영업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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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역시 설산에서 셰르파를 화나게 하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군요. 단지 경고를 듣는 것 만으로도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이 확 줄어드는 줄 알았습니다."

"... 오너, 이래도 여전히 말 안할거야? 뭐라도 괜찮으니까 전부 털어놔."



소피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오너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위압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것은 마치 협박을 하는 듯하면서도, 걱정을 하는 듯하다.

아마, 소피아는 헷갈리는 것이겠지.

천 년을 산 여우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눈앞의 남성이 악인인지 아닌지, 몇 번이고 고민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죄송합니다. 당장이라도 전부 말씀드릴 수 있고, 저도 마음 같아선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는 이루어야 할 것을 이룰 수 없거든요."

"... 뭐? 오너 당신, 설마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서브리미스' 가문의 베테랑 셰르파에게 융통성을 바라는 거야? 그거,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건 알고 있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꼭 만나야할 사람과,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시겠습니까, 소피아 씨?"

'... 하,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네. 자신이 갑도 아닌 상황에서 이런 태도가 나올 수 있나?'



베테랑 셰르파에게 찍힌다는 것은, 회사로 치면 못해도 부장 급에게 찍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심지어 속내도, 출신도, 신분도 알 수 없는 노인이 운영하는 위험 지역에서의 무허가 시설은 지금 당장 철거를 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일텐데.

소피아는 오너의 뻔뻔하고도 수상한 태도에 점점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저기, 소피아 씨? 왜 저를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는 겁니까...?"

'이 남자, 너무 의심스럽지만 악의는 없는 것 같은데... 대체 뭘 위해 이런 곳에 카페를 차린 거지?'



[하아...]

소피아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오너를 바라본다.

베테랑 셰르파라기엔 부드러운, 손님이라기엔 엄한 표정으로.



"... 다음에 다시 올게, 오너."

"네...? 그 말씀은, 저를 이해해 주신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 다음에도 이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다면, 관공서에 찌르겠다고 경고한 게 조금 전이야."

"... 그렇습니까. 역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셰르파를 설득하는 건 무리였나 보군요."

"그러니까, 장사를 할 거라면 제대로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위험한 곳에서 장사하는 건,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



오너의 얼굴이 밝아진다.

소피아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그리고, 소피아는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경고도 할 만큼 했으며, 오너가 스치듯이 말한 대로, 카페 주변의 위험 요소는 그림차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오너가 영업허가증과 안전보장증명서만 내민다면, 소피아는 감시 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 물론, 감시를 목적으로 맛있는 커피나 한 잔 얻어먹을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욕심도 있었지만, 그게 대수인가.



"그런데, 손님은 어떻게 받으려고?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장사하는 거 맞지?

"걱정하지 마세요, 소피아 씨. 설산 입구와 이곳을 연결하는 출입구를 만들어놨으니, 커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이곳을 찾아오시면 된답니다. 물론 영업 시간에만 문이 열리니, 꼭 해가 들지 않을 때 오셔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 하?"

'출입구? 심지어 설산의 입구와 최정상을 잇는?'



태평스럽기 그지없는 오너의 말에, 소피아는 당장이라도 뒷골을 잡고 싶었다.

설산의 야경 하나만을 위해 영봉의 꼭대기에 건물을 세운 것도 모자라, 설산 입구에 최정상으로 직통하는 출입문을 만들 정도로 카페에 미친 남자라고밖에 할 수 없는 오너.

그런 그가, 고작 영업허가증과 안전보장증명서가 없어서 자신에게 갈굼을 당하고 경고를 받아야 한다고?

결국, 소피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툴툴거리며 카페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이며, 오너를 제재할 수단은 차고 넘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 아까는 못 보던 문이다. 이게 오너가 말한 출입구인가? 커피 그림이 그려진 팻말을 매달아놓아서 그런지, 알아보기는 쉽네.'

"그럼, 다음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피아 씨."

"... 시끄러워. 장사 접기 싫으면 내일 당장 관공서에 자진신고하는 게 좋을거야, 오너."



따뜻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는 오너를 뒤로 한 채, 소피아는 오너가 말한 출입문을 벌컥 열었다.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어느샌가 소피아는 추위가 느껴지는 설산의 입구로 돌아와 있었다.

소피아는 어안이 벙벙하여, 한동안 제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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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별 이상한 놈을 다 보는군. 설산 입구에서 장사하려는 녀석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설산의 최정상에 카페를 차리는 미친 놈이 존재할 줄이야.'



지금까지 만난 것들 중, 가장 어처구니 없는 '이상현상' 때문일까, 집으로 돌아온 소피아는 연신 짜증을 내기 바쁘다.

오너가 말한 출입문은 정말로 설산의 입구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시계탑의 구미호',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의 도움과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공간을 뒤트는 마법'이 필수.

시계탑의 구미호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 카페의 암묵적인 공증인이 되어준 것이라면, 진작에 그 사실을 증명할 만한 것을 들이밀었으면 되었을 텐데.

단지 그가 공증인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한 것일 뿐일까? 혹은 그 마법조차 무허가로 도움을 받아 작업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오너가 그 마법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과 지위를 가진 존재인 것일까?

소피아가 깊게 생각하려 할수록, 오너의 말과 태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수상한 것 투성이였다.



"... 헤헤."

'그래도, 커피는 엄청 맛있었지.'



소피아는 오너의 수상쩍은 태도를 곱씹다가도, 그가 내어 준 메뉴를 떠올릴 때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풀어졌다.

인스턴트 커피와는 차원이 다른 카페라떼의 부드러운 쓴맛, 그저 구운 빵 위에 아이스크림과 설탕을 더한 것뿐인데도 입에서 살살 녹는 풍부한 맛을 내는 프렌치 토스트.

그것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피아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오는, 그녀에게 있어 마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 잠깐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짜악!!!]

'그래, 음식이 맛있다는 이유로 그런 위험한 곳을 눈감아줄 수는 없어. 다음에 찾아갔을 때에도 그곳이 남아있다면, 반드시...!'



겨우 정신을 차린 소피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다.

카페의 점장이라는 자는 수상한 점 투성이에, 카페가 위치한 곳은 다름아닌 설산의 최정상.

일반적으로, 그런 곳은 순수하게 장사를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일 리 없었다.



'어차피 설산의 꼭대기에서 장사를 하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아마도 증명서류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겠지. 그러니까 다음에 찾아갔을 때에도 그곳이 남아있다면, 관공서에 철거 요청을 넣어서라도 반드시 제재를...'



소피아는 오너에게 경고한 것을 여러 번 곱씹으며 잠에 든다.

그러나, 오너가 내어준 카페라떼와 프렌치 토스트만큼은 그녀의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소피아는 오랜만에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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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이 몬붕이가 소설 속 캐릭터들의 성/이름을 짓는 법-

인물이 가진 사연/인물의 큰 특징/인물의 작중 역할이나 행적 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주로 사용할거임.

그 외에도 어감이 좋거나, 개인적으로 꼴린다 싶은 단어는 오직 이름으로만 사용할 예정.

언어는 주로 라틴어를 쓸 예정이고, 웬만하면 발음까지 그대로 사용하겠지만 발음이나 단어 자체에 약간의 변형을 줄 때도 있을거임.


-예시-
소피아(sophía)=지혜
서브리미스(sublímis)=높은


엑스트라는 아마 색깔이나 동물 관련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