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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세계관은 「무술」과 「마술」이라는, 정신의 힘을 다루는 두 가지 학문이 존재함.

무술은 자신의 육체를 단련하여 자신의 세계를 「굳히는」 학문이며,

마술은 자신의 심상을 펼쳐서 외부 세계를 「주무르는」 학문임.

서로에게 상극인 두 학문은 태생적으로 어우러질 수가 없었고, 이는 무술과 마술을 익히던 인간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음.


무술을 다루는 기사의 국가, 카발리아(Cavalria). 

마술을 다루는 마술사의 국가, 미스티아(Mystia).


두 국가는 국가의 기틀이 잡히고 기사와 마술사의 개념이 생겨난 이래로, 단 한 번도 전쟁이 멈춘 적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였음.

그렇게 아홉 번에 걸쳐 계속되던 기마(騎魔)전쟁은, 돌연 양국을 침략한 마족의 군대에 의해 휴전하게 됨.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마족의 군대에 맞서 두 국가는 오랜 감정을 뒤로 하고 힘을 합쳤고, 마족의 지배자였던 마왕을 어느 외딴 섬에 봉인하는 데에 성공함. 

마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기사도 마법사도 모두 같은 인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두 국가의 관계는 빠르게 개선되었음.


사실 기사와 마술사가 아닌, 양국의 일반인들이나 높으신 분들은 오래전부터 전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음.

그러다가 우연히 이런 공공의 적이 나타나자 재빨리 협력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전쟁을 억제하고자 했음.


이를 위해, 양국 수뇌부는 각국의 기사와 마법사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검성"과 "현자"의 정략결혼을 추진하여,

아직도 전쟁을 부르짖는 주전파들을 입 다물게 하고자 했음.

함께 마왕을 무찌른 전우이니, 적어도 생사를 함께한 전우로서의 정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수뇌부의 예상과 달리, 검성과 현자의 관계는 최악이었음.

제 9차 기마전쟁에서, 검성은 현자에 의해 홀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잃었음.

현자 역시 스승이자 연인을 검성의 손에 잃어버렸으니, 이쯤 되면 일부러 결혼을 파탄내려고 수뇌부가 작정했나 싶을 정도였음.


하지만 전쟁에 지친 이들에게 둘의 원한 관계는 알 바 아니었음.

양국의 주전파와 반전파가 뒤섞여 내부와 외부에서 뒤엉켜 싸우다 다함께 죽고 싶거든 얼마든지 파토 내보라는 협박에,

아직 마족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정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없던 둘은 이를 악물고 결혼함.

기한은, 양국의 평화의 상징이 될 둘의 아이를 만들 때까지.


부부가 겉으로는 평화의 상징이지만, 속으로는 "결코 다시 전쟁!"을 부르짖고 있다는 것을 안 높으신 분들은, 마왕의 봉인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둘을 외딴 섬에서 살도록 하며, 불온분자가 들어갈 구멍을 만들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함.


이따금 튀어나오는 마족 잔당을 잡으러 원정을 떠날 때가 아니면, 부부는 둘만 그 섬에 갇혀 있어야 했음.

당연히 얼굴을 마주치기만 해도 죽일 듯이 싸우지만, 싸움의 여파로 마왕의 봉인에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피눈물을 삼키며 마지막 한 수를 서로의 심장에 꽂지 못하는 나날.

이렇게 된 이상 빨리 애나 낳아서 감시를 느슨하게 하자는 암묵적 합의에 도달한 둘 사이에서, 틋녀가 태어남.

처음에는 아이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이, 빨리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던 부부.

하지만 틋녀가 전생의 기억 덕분에 또래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이자, 문득 욕심이 생김.


"이 아이는 분명 나와 저 쳐죽일 놈/년의 재능을 타고난 천재다. 그러니 내 가르침을 따라 최고의 기사/마술사로 기르자."


이 때부터 틋녀에게는 지옥이 시작되었음.

처음 얼마간은 성실하게 가르칠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책상에 앉아서, 공터의 허수아비 앞에서 원수가 쓰는 기술을 배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던 둘은, 틋녀가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함.

검을 연습하고 있으면 마법으로 목검과 허수아비를 불태우고(이때 틋녀의 손에도 화상을 입혔지만 신경 쓰지 않음)

마법책을 읽고 있으면 책을 갈기갈기 찢어서 틋녀의 얼굴에 던지고(하드커버라서 책 모서리에 맞아 멍이 들었지만 알빠노?)

어느새 틋녀를 가르치는 것보다도, 서로를 방해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둘에게, 틋녀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음.


하필 이 시기에 마족 잔당을 비롯해 이런저런 사건이 많아 검성과 현자가 번갈아 섬을 떠날 때가 많았고,

틋녀가 검이 싫다, 마법이 싫다며 부모 중 한쪽에게 달라붙어도 한 명이 부재중인 사이에 다른 한 명이 틋녀가 뜻을 꺾을 때까지 칼로 베고 마법으로 두들기면서 강제로 익히게 했음.

돌아온 쪽은 감히 나를 기만했냐면서 지쳐 쓰러진 틋녀가 잠자거나 밥 먹을 시간도 주지 않고 가르침을 명목으로 학대를 이어갔고.

 

이 지옥에서 틋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음.

마왕의 봉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섬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접근 금지령이 내려져, 외부인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음.

파도가 거세고 심심하면 폭풍이 휘몰아치는 섬이라서 헤엄쳐서 빠져나갈 수도 없음.

검이나 마법의 궁극에 도달해 뚫고 지나가기에는...이젠 자신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도 없이 폭력만 휘두르고 있었고.


결국 틋녀는 자살하기로 함. 이대로 고통스럽게 사느니 그냥 죽는 게 낫다면서.

중력에 몸을 맡겨, 암초가 가득한 바다로 떨어진 순간. 틋녀는 정신을 잃었음. 이제 드디어 해방이라면서, 안도하며.


그리고 틋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그 끔찍한 집으로 돌아와 있었음.

그 순간, 틋녀의 머릿속에, 전생에서 사망한 이후의 기억이 떠오름.


젊은 나이에 온갖 억까에 시달리다가 약관의 나이에 요절하게 된 전생의 틋녀, 틋붕이.

그런 틋붕이를 불쌍히 여긴 신은 특별히 전생의 기억을 유지한 채, 한 가지 축복을 가지고 환생할 수 있게 해줌.

어디까지나 선의로 건네진, 틋붕이가 선택한 축복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죽지 않는 것"이었음.

그 축복이 지금은 되려 저주가 되어, 틋붕이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성인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죽지 못하는 운명이 된 것.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이 최후의 방아쇠가 되어, 틋녀는 완전히 미쳐버리게 됨.

무술과 마술의 본질은, 정신의 힘을 다루는 것. 광기에 휩싸인 틋녀는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규격 외의 폭발력을 얻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련을 빙자한 폭력을 휘두르던 부모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함.


한편, 정기적으로 오던 검성과 현자의 연락이 끊기자, 높으신 분들은 조사를 위해 사람을 보내고.

처참하게 살해된 둘의 시체와, 그 옆에서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던 틋녀를 보게 됨.


그리고 조사 담당자를 눈치챈 순간, 무술과 마술을 어설프게 합친 듯한 "마검술"을 구사하며 공격해오는 틋녀.

숙련된 전사인 담당자는 다소 애먹기는 했지만, 틋녀를 제압하는 것에 성공하고,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함.


틋녀의 광기, 검성과 현자의 죽음에 대해 윗선에 보고를 올리지만, 높으신 분들은 예상 외로 별 반응이 없었음.

검성과 현자가 속세에서 물러난 지도 벌써 10년이 넘은 지금, 마족의 공포는 잊혀지고 양국의 주전파도 위세를 잃은 지 오래.


평화의 상징 말고는 솔직히 써먹을 구석도 없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니.

저래서는 검성과 현자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꼴인데...


수뇌부가 액재료에 불과해진 틋녀를 제거할 계획을 꾸민다는 것을 안 담당자는, 

일부러 "검성과 현자의 외동딸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세간에 흘림.


그렇게 틋녀는 "영웅의 딸"이라는 열렬한 환영과 함께, 양국이 우호를 다지기 위해 설립한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과거 검성과 현자와 연이 있는 자들도 하나 둘 아카데미에 들어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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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실 틋녀의 조현병이 발병하게 된 것이, 봉인된 마왕의 수작이라고 하고.

변형하는 무기는 사실 마왕이 쓰던 마검이라는 설정은 어떨까.


초반부에는 조잡한 마검술 때문에 고전하다가, 광기가 폭발해서 힘으로 밀어붙여 어거지로 이기는 타입.

중반부에는 광기 빨로도 한계에 오던 와중에, 우연히 얻은 마검 덕분에 묘하게 검술이 안정되기 시작함.

후반부에는 사실 틋녀의 실력은 마왕이 틋녀에게 유리한 쪽으로 환각을 조작하며 조금씩 정신을 유도했다는 게 밝혀지고, 

마왕의 부활과 함께 검도 빼앗기고 실력은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함.

그러다가 왜 마왕은 굳이 마력으로 검신을 형성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의 검을 사용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기고.

여차저차해서, 일찍이 마왕이 연구했던, 무술과 마술을 통합한 새로운 경지에 대한 단서를 얻고,

자신을 「주물러」 세계 그 자체와 동화하거나, 반대로 세계 자체를 「강화」할 수도 있는, 진정한 마검술을 익히게 됨.


그렇게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환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최초의 마검사가 되어 마왕을 반갈죽해버리는...

플롯 다 짜왔으니 이제 여기에 살만 붙여서 누가 써오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