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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후타나리 세계관이니 읽을 때 주의를 요망함, 가벼운 세계관이나 등장인물 소개는 하단에 있음   
<이전화        8.0           다음화>
주요 등장인물들 삽화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채 3일이 되기도 전에 작전은 빠르게 실행단계에 들어섰다. 마키나를 상대하는 리페어에게 ‘시간을 지체하는 짓’ 따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아주 신속했다. 어차피 A랭크 요원인 3명도 이미 익숙해진 루틴인만큼 작전을 실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여왕토벌작전이 처음이긴하지만, 근본적인 작전 골자는 결국 대규모 화력동원인만큼 적응하기 힘든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이런 규모는 처음이네요.”


물론, 머리로 대략 알고있는 것과 그것을 새삼 실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작전 당일, 하이브를 향해 몰려든 함대에 미란다는 잠시 말을 잇지못했다. 아이시조차도 별다른 말은 하지않았지만, 그녀의 눈동자도 조금씩 흔들렸다. 


“여왕 토벌이니까말이지.”


그나마 나가가 여왕 토벌 작전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요원이었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여왕 토벌을 위해 동원된 함대는 절대 익숙한 규모가 아니었다.  


“이런 화력이…필요한 건가요, 여왕이라는 건. 정말로…?”


“모자랄지도 모르지.”


“허…”


허탈한 대화 중에도 작전은 차질없이 그대로 쭉 진행되어, 몇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하이브가 위치한 소행성에 도착했다. 전함 곳곳의 스피커들이 일제히 M2 경보를 울렸고, 요원들은 하나둘씩 장비를 집어들었다. 


“하이브 추정지역 도출 완료했습니다. 함장님.”


브릿지에서는 곧바로 M2농도를 기반으로 하이브 추정지역을 계산했다. 함장의 명령만 내려진다면 수십여개의 전함이 소행성을 향해 일제히 포를 쏘아댈 것이다. 


“A급 요원들은 각자 배치로. 강하 준비.”


“....시작이네요.”


미란다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이아 급 전단 강하 준비 완료. 궤도 폭격까지 25초.”


육중한 소리와 함께 2개의 전단들이 일제히 소행성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했구나.”


하이브 중심에서 여유로운 태도로 모니터를 보고있던 요르문간드가 입에서 짙은연기를 내뿜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거대한 충격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궤도폭격이었다. 하이브 전체를 휘감고있는 전자기 쉴드가 웅-웅-거리며 폭격을 받아냈다. 


“하이브의 방어시설이 튼튼한 편은 아니지만 궤도폭격이 저희 방어막보다 오래 가진않을겁니다.”


“본 함대는 어디쯤이지?”


“제 예상대로라면 이미 안 쪽으로 들어왔을겁니다.”


니키 그라울러가 예측한 지점은 거의 정확했지만, 요르문간드의 클라스터는 궤도폭격을 받아내면서 하이브 밖으로 병력을 내보낼만큼 여유롭지않았다. 


“쯧”


요르문간드는 아이시가 어디있는지 알면서도 손을 놓고 바라봐야만 한다는 사실에 얼굴을 팍 찡그렸다. 


“궤도 폭격이 잦아들고있으니 곧 RM미사일을 투입될겁니다.”


인간들은 목숨을 걸고 시행하고있는 군사작전이었지만, 니키에게는 이미 뻔히 알고있는 일에 불과했다. 경보음을 울리는 레이더도, 미사일을 쫓는 하이브의 요격체계도, 어느 것도 하이브의 마키나들을 놀라게 만들 수는 없었다. 


“저게 그 신형 미사일인가?”


요르문간드는 꽤나 신기한 볼거리를 찾았다는 듯한 태도로 여유롭게 미사일들을 관람했다. 인간들이 비장한 외침과 함께 쏘아올린 미사일들은 어느것하나 하이브에 닿지못하고,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하이브에 설치된 요격체계들이 뿜어내는 빔 사격에 미사일들은 날아오는 족족 터져버렸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 미사일들이 완전히 쓸모없어진 건 아니었다. 미사일이 폭발하자, 그 속에 농축되어있던 RM들이 허공으로 흩뿌려졌으니까. 하이브 안을 파고들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하이브 근방에 살포된 것도 나름의 효과는 있었다. 


인간들은 허공에 살포된 RM들을 방벽 삼아 조금씩 조금씩 하이브를 향해 다가왔다. 더군다나 요르문간드의 하이브는 여유로운 편이 아닌 만큼, 계속해서 몰려오는 병력은 곧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늘에서는 공대지 미사일, 지상에서는 UOA병력. 요르문간드의 하이브 화력만으로는 전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인간 놈들 믿는 거라고 해봐야 Rm 미사일에 리페어 요원 뿐이지. 미사일부터 요격하고, 몰려오는 인간 놈들은 하위종한테 맡겨. 어차피 RM이라고 해봤자 원액 주입이라도 당하는 거 아닌 이상 치명적인 수준은 못 되잖아?”


요르문간드가 명령을 내린 직후, 전장은 한층 더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있던 하이브의 문이 열리고, 그 때까지 기다리고있던 마키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앞선 전투에서 요르문간드에게 생포당한 인간병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인류에겐 그런 것까지 고려해줄만한 여유가 남아있지않았다. 


“RM지대를 벗어나지말고, 화력 집중해라! 쓸떼없이 분산사격하지말고 집중사격으로 한 마리씩 확실하게 제거해!”


요격된 미사일에서 흩뿌려진 RM 덕분에 마키나를 상대하는 건 확실히 수월했지만, 문제는 Rm이 점점 옅어진다는 것. RM미사일 역시 신형 장비인만큼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날 수록 흐려지는 RM와 줄어든 미사일에 마키나들이 점점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RM이 대M2에 효과적이라고는 해도 마키나한테 살짝 뿌려준다고 곧바로 일이 풀리는 마법의 가루는 아니다. 충분히 옅어진 RM이라면, 마키나는 그저 얼굴을 찌푸리고 앞으로 달려드는 것 정도로 충분히 극복한다. 


오히려 RM으로 자극받은 불쾌감을 지워버리려는 듯, 마키나들은 한층 더 폭력적으로 날뛰기 시작한다. 인간 측의 포격 사이사이를 뚫고 들어온 마키나 몇몇이 기어이 인간을 덮치자, 순식간에 상황은 아비규환에 빠져버렸다. 


“도와줘!”


“버려 멍청아! 쏘라고!!”


일단 마키나 하나가 인간 하나를 덮치면, 그 말은 즉, 인간은 한 명 줄고, 마키나는 한 명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 번 늘어나기 시작한 마키나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그에 맞춰, 인간들 사이에서는 폭발이 일어난다. 더 많은 마키나를 만들바에야, 그냥 같이 날려버리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마키나와의 싸움이란 단순히 죽고 죽이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마키나도 허용할 수 없는 지독한 ‘생존’이니까. 더 많은 마키나가 생겨날 빌미를 줄 바에야, 몇 명의 인간이라도 그들로 마키나를 하나 더 확실하게 없앨 수 있다면, 인류는 기꺼이 그런 선택을 내려버린다. 


터트리고, 같이 쏴버린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마키나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명백히 잔인하다. 인류를 위한 것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인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장의 병사들은 어느 순간에 본능적으로 깨달아버리고만다. 지금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깨닫는다. 


마키나가 되느냐, 죽어버리느냐. 그 둘 중 하나를 강요받을 뿐이라는 걸, 병사들은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병사들을 멈춰세우고, 등 돌리게 만든다. ‘희생’, ‘대의’, ‘미래’ 어떤 말로 포장을 한들, 몇 가지 단어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순간이 되면, 몇몇 인간들은 그런 생각을 해버린다.


‘차라리, 마키나가 되는 것이 낫지않을까?’


알몸이나 다름없는 여체가 다가오고, 그 아래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있는 동료를 보고있노라면, 몇몇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차라리 죽는 것보다 마키나가 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어느새 병사가 쓰러졌던 바닥에서는 새로이 태어난 마키나가 몸을 일으켜세우고 교태로운 신음을 내지른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마키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병사들을 무자비하게 희생시키는 인류의 발악도 부질없다는 듯, 마키나는 최전선에서부터 착실하게 늘어난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작전은 멈추지않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요원들은 오히려 더더욱 맹렬하게 전의를 불태운다. 소모된 병사들을 보며 탄식하던 미란다도 결국에는 그들을 위해 반드시 여왕을 토벌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입니까?”


“....아직, 전선이 충분히 전진하지못했어. 이 상태로 가면…”


“이 상태를 유지해도 피해가 줄어들진않습니다!”


예상보다 늦어지는 작전에 미란다가 소리높여 사령부를 채근했지만, 사령부는 좀처럼 시원스럽게 움직이지않았다. 미란다가 초조한 마음으로 재차 상황을 묻는 동안, 아이시는 굳은 얼굴로 창 밖을 내다보고있었다. 한창 전장을 살피던 아이시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고, 맨 뒤쪽의 하이브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미란ㄷ-”


뭔가를 직감한 아이시가 미란다를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지축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그때까지 언성을 높이던 사람들이 몸을 휘청였다. 그들은 전부 하던 말을 잊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뭐야? 지진이냐?”


“아니… 지진은 아니야…”


나가는 바닥을 짚고, 손끝에서 전해지는 진동을 더듬었다. 


“진동이 너무 규칙적이야. 게다가 이 소리는…”


“하이브에서 고열반응 확인!”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엔진?”


“엔진? 엔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녀석들…하이브 째로 움직일 생각이야. 저 하이브에 엔진이 달려있어!”


나가의 외침에 장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동안 요르문간드의 행동패턴 상, 그녀의 하이브가 엔진이 달린 기동형이라는 생각은 하지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페어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확인한 요르문간드의 하이브는 땅에 고정되어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 인간들의 눈에 비친 하이브는 곧장이라도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이번 작전에 기동형 하이브를 고려한 장비는 없는 이상, 하이브가 날아오른 다음 그대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저 망할 놈들이…!”


혼란에 빠진 사령실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건 아이시였다. 그 돌발행동에 크레닉이 나서서 아이시를 붙잡으려고했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않았다. 그 대신 미란다를 불렀다.


“안 갈거야?”


“......”


미란다는 아이시가 가자는 곳이 어딘지 직감했다. 그녀는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사령부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각자 서로에게 소리를 치며 대책을 촉구했고, 마이크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하나 제대로 들리는 것도 전달되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사령부 밖, 전장이 달라지지않았다. 여전히 마키나는 밀고들어오고있었고, 인간들이 필사적으로 목숨을 내던지면서 그 전진을 막아서고있었다. 그러나, 막아세우기 위해서 그들은 매 순간마다 동료를, 그리고 자신을 내던지고있었다. 


“가죠….”


미란다는 더이상 생각하지않았다. 생각하기에는 눈 앞의 풍경에 솟구쳐오른 충동이 너무나도 강렬했다. 


“나가! 혹시 빼돌려놓은 수송선 없어요?”


“뭐, 너희 진짜 나가게?”


“눈에 띄려면 지금 나가는 게 낫지않겠어요? 지금 나가서 여왕 잡고오는 것보다 더 눈에 띄는 방법도 없을텐데요? 아니면, 저 사람들이랑 같이 날아가는 하이브 구경이나 하려고요?”


“.....허, 이 새끼….”


대놓고 날아든 미란다의 말에 나가는 잠시 말을 잇지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녀도 지리멸렬한 상황에 질려버린 참이었다. 


“뭣들하는건가!”


그녀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크레닉이 곧바로 통신을 시도했지만, 셋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무시해버렸다. 오히려 한 마디라도 더 떠들기 전에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어떤 상황인데… 탈영이라도하는거냐?!”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있으니까, 움직이는겁니다!”


“뭐라고?”


“어차피 너도 별 생각 없잖아? 그런 주제에 실패하면 안 된다고 손톱이나 물어뜯고있을 거면서. 도와줄 거 아니면 닥치고있어.”


나가가 대기 중이던 쾌속정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무인정들은 어차피 기본 프로그래밍이 되어있을거야. 한 번에 켜버려!”


“어차피 국장님이나 저희나 이 작전에서 성과를 내지못하면 위태로워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목숨을 내다던진 사람도 있고. 사령부에서 지리멸렬하게 시간만 끄는걸 두고봤자 도움도 안 되고, 귀중한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이게 무슨 히어로 영화인줄알아?”


“당연히 아니죠. 그러니까 저희가 이대로 가면 아마 높은 확률로 격추당할 거고, 죽지않으면 마키나가 되겠죠. 무척 강력한 마키나가. 리페어는 A급 3명의 손실을 감당해야할 거고요”


“이젠 협박까지 하는거냐! 애시당초 너희같은 것들을 쓰는게 아니었는데….!”


“협박으로 듣든 어쩌든 신경쓰지않습니다. 중요한 건, 저희는 지금 당장 하이브로 갈 겁니다. 알아서 판단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미란다는 통신을 꺼버렸다. 이미 그녀의 인내심으로도 크레닉의 얼굴을 마주보는 건 견디기 힘들었다.


“미란다!”


“가요!”


아이시의 외침에 미란다가 뒤늦게 고속정에 몸을 싣자, 나가는 거칠게 조종간을 휘둘렀다. 몇몇 경고음과 통신알림이 나가의 신경을 긁었지만, 아이시가 주먹을 휘두르자 곧 조용해졌다. 


고속정이 도크 밖으로 나오자마자 5대의 무인정들이 그 뒤를 따랐다. 무인정들은 이미 입력된 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마키나들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는건가…”


고속정이 모습을 드러내자, 하이브에서 그 모습을 보고있던 요르문간드의 가슴도 기대감으로 부풀어올랐다. 


“다른 놈들 안 꼬이게 적당히 요격하는 척만 해.”


요르문간드의 말대로 하이브의 포격은 고속정을 쫓으면서 아슬아슬하게 빗맞히는 수준에 그쳤다. 인간들 입장에서 그건 필사의 돌격이었겠지만, 실제로는 마키나들이 맞춰주는 각본에 불과했다. 맞추려면 언제든 맞출 수 있었다. 그라울러는 고속정이 하이브에 도착하기 직전, 포탑을 돌려 엔진을 맞췄다. 직격을 피한 고속정은 비틀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쳇…!”


“조금만 더 힘내죠….!” 


아이시, 나가, 미란다가 차례로 인상을 찌푸리며 고속정 밖으로 튀어쳐나오자, 곧바로 주위의 마키나들이 몰려들었다. 


“윽….!”


그나마 다행이도 몰려든 마키나는 대부분 갓 태어난 프로토거나 경무장인 비스트 뿐이었다. 자지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이나, 가슴에서 뿜어져나오는 모유도 스스로 통제하지못할만큼 흥분한 마키나들이었기 때문에 제압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그러나, 당장 하이브로 진입해야하는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저기 바로 앞인데!”


“너무 안 쪽이라 지원사격도 여기까진 닿질 않아요!”


“침착하고 작전대로 해 미란다! 어차피 저 안으로 들어가기만하면 되잖아?”


“나가 요원…여기서 작전대로 하겠다고요?”


“셋이 다 같이 들어가기엔 문이 좀 좁지않겠냐? 그리고, 여기서 한 명 쯤은 남아있어야 저 뒤에 있는 녀석들한테 눈요기가 생기지.”


“온다!”


미란다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마키나들이 달려들었다. A랭크 요원 답게 마키나 한 둘 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몰려드는 마키나는 한 둘이 아니었다.


“뭐해 이 멍청아! 여기서 다 같이 마키나나 될 거냐!! 여왕을 잡아서 끝을 내야, 끝이 난다고! 어차피 셋은 다 못 가! 내가 아무리 미쳐도 너보단 마키나가 훨씬 더 싫거든?!”


점점 조여오는 마키나 무리에 나가가 악을 쓰기 시작했다. 


‘...확실히, 셋 다 들어가는 것보단 여기서 나가가 마키나들을 잡아주는게….후방의 병사한테도 하이브에 들어갈 때도 훨씬 더 나아.’


“미란다!”


“알겠습니다! 아이시와 저는 하이브로 진입할 테니 나가 요원은 여기서 마키나들의 시선을 끌면서 후방 부대와 합류해주세요! 아이시, 진입할테니까 하이브 쪽 마키나한테 집중하세요!”


미란다의 결심어린 외침에 요르문간드가 빙긋 미소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요르문간드는 하이브 안 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미란다와 아이시를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동시에 축 늘어져있던 자지가 천천히 위로 솟구쳤다. 요르문간드의 촉수에서는 지독한 연기가 쏟아져나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거기에 만약 인간이라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마키나가 될만큼 독한 연기였다. 


그러나, 요르문간드는 연기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독한 연기도 정제된 약도 지금의 요르문간드에게는 아무런 자극이 될 수 없었다. 왜냐면, 지금 아이시가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있었으니까


“드디어….다시 보겠네, 아이시…흐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