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여기는 y에 a+1을 대입해서~'


코스케와 성조대 과거 기출문제집을 풀면서 깨달은 것은 그가 생각 이상으로 공부를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대학입시는 실제로 1학년 내용만 배운다고 해도 30% 정도는 득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 코스케가 풀고 있는 것은 1학년 과정의 1학기에 해당하는 내용이지만 솔직히 말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수업만 제대로 들어도, 그게 아니라면 최저한 중간, 기말고사때 복습이라도 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인데 코스케는 그것도 힘들었다. 쉽게 말해 테스트때 몰랐던 부분을 복습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입에 필요한 공부량은 고교 입시랑 다르다고. 과목수도 몇배인데다 각각의 과목의 출제 범위도 넓어진다고. 지금 뒤떨어진 부분을 만화하려고 하면 어중간한 노력으로 안돼. 고교 입시처럼 시험 3개월 전부터 공부해서 턱걸이로 들어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조금 초조해진건 사실이다.

아직 고교 3년의 여름. 성조대에는 미안하지만 못들어갈 대학은 아니다. 중학교 학력의 기초는 되어있으니까 간절히 진심으로 설명해주면 안될 것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합격하지 못한다면


그런 불안이 엄습한다.

쿄스케의 인생은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고, 그 자신이 보다 확실한 길을 고른다는 선택지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쿄스케라면 넘어설 수 있는 허들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매일 3시간 공부하지 않으면 합격은 어려울지도 몰라. 지금 너에게 그런 각오는 있어?'


그래서 나는 재삼 쿄스케에게 최종 확인을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그이지 내가 아니다.

나도 똑같은 대학에 시험을 보겠지만 당일은 다른 책상에서 각각의 해답용지에 답을 쓰고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시험을 보는 것은 쿄스케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아마도 합격은 어려울 것이다.


짖궃은 말을 했다는 자각은 있다.

성조대 시험을 보라고 한 것은 나니까

그런 사람이 '각오는 되있냐?'라고 묻는 것은 너무 제멋대로 아닌가


그래도 나는 쿄스케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

제대로 전력을 다하는 쿄스케와 지금부터의 인생을 걸어가고 싶으니까


'할 거야. 공부. 나도 성조대를 쓸거야. 그렇지만 아마도 지금의 나 혼자 힘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해'


잠시 침묵하면서 뭔가를 생각하던 쿄스케가 꺼낸 말은 역시 성조대를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속에는 앞으로 진행할 뭔가의 제안이랄까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


'니... 니가 그렇다면 나는 별로 상관없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국 나한테도 공부가 되고, 이래뵈도 나 지금 성조대는 A판정 받았거든'

'에? 정말로?'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말 속에 부탁을 숨긴 쿄스케에게 나는 내심 두근거리고 있었다.


언제나 함께 있는 소꿉친구에게 그저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뿐

그런 것뿐인데도 내가 긴장한 것은 둘이 이제 성인이 가까워졌다는 것. 그리고 역시 나는 쿄스케를 남자로 보고 있구나 싶었다.


내가 현재 A판정을 받은 것은 사실

뭔가 큰 일이 있지 않으면 지금 시험봐도 붙는다. 지금 단계에서 3학년이 배우는 범위를 예습으로 마쳤기 때문에 시험범위도 8할 정도는 꿰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쿄스케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건 딱히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불안이 스멀거린다.

한창 나이의 남녀가 매일 몇시간씩 한방에 있으면 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냥 쿄스케가 널 덮치면 되잖아.


지금에서야 사야카의 말이 떠오른다.


쿄스케도 남자인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쿄스케가 나에게 그런 욕망을 품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으니 알수도 없지만, 옛날처럼 바보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를 제압하기에는 근육과 골격의 차이를 무시할수 없다.


쿄스케가 강제로 덮쳐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이 사야카가 말하는 '안일함'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늑대라고 옛날부터 말해왔다. 나도 남자는 여차하면 늑대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쿄스케가 둘만의 방에서 나를 덮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수가 없다.


불안함보다 안정이 안된다는 쪽이 맞다.

그가 덮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실제도 덮쳐지면 어떻게하지 하는 불안

혼전 성교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그렇게 결벽증이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좋아하는 남자가 그걸 원하면 순순히 내줄 생각은 있다. 단지 전혀 경험이 없으니 첫 경험을 잘 치를지 자신이 없지만


피임구는 없으니 스스로 사야할거고

게다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


(사야카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려나...)


그런 생각에 뇌리에 떠올라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든다.

나는 지금 수험에 대해서 고민이라고!

왜 사야카가 떠오르는 거야


'저기.. 나는 성조대에 가고 싶은 학과가 있으니까 여기 시험볼거야. 너는 자기 걱정이나 하라고!'


속마음을 들키지 않도록 부자연스럽지만 대화를 끊는다.

나참.. 이러면 내가 고교생 남자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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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저찌 쿄스케와 공부를 시작해서 2주가 지나고 나의 걱정은 실제 기우로 끝났다.


(이거... 힘들지도)


가르치는 쪽에서 포기하는 건 아니지만 쿄스케의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기초가 부족하다. 그걸 다지는 단계니까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지만 2주가 지나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현실에 나는 초조해하고 있다.


이거는 그래도 알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항목도 쿄스케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쿄스케가 폐급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공부를 게을리 해왔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물을 빨아들이는 스폰지처럼 흡수가 빨랐지만 한순간 뭔가 허들에 걸리면 그대로 멈추는 경우가 잦아졌다.


'자... 일단 여기서 휴식, 물하고 과자 좀 가져올게'


일단 잠시 숨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 누군가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다.

초등학교때는 반친구에게 알려준 적은 있어도 지금에 와서는 누군가를 가르칠 일이 거의 없다.

사야카는 그녀 나름 그렇게 보여도 공부는 꽤 하는 편이고 공부를 가르쳐준다는 행위 자체를 남자를 꼬시는 수단으로 쓰니까 내가 가르칠 일도 없었다.


즉, 그런 경험이 없다보니 누가 뭔가를 모른다고 하면 어느 부분을 모르는 건지 알수가 없다.

점수가 낮은 사람은 대체로 이 부분에서 걸린다하는 그런 통계를 갖고 있지 않고 뭣보다 경험부족

나 자신도 여전히 미숙하구나 조금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거야 물론 야한 걸로 꼬셔야지'

'뭐?'


잠시 고민을 해도 노답이라 유일한 친구인 사야카에게 전화하니 예상대로의 답변이 나왔다.


'목표가 일년반 이상 남은 대학입시니까 의욕이 안생기는 거야. 그럴 경우에는 눈 앞에 당근을 흔들어줘야지. 치사토의 그 G컵 슴가는 도대체 뭐에 쓸려고 달려있는거야?'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뜬금없이'


이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친구에게 상담한 내가 잘못한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솔직히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로 우울하게 공부를 해나가면 쿄스케가 공부 뿐만 아니라 나한테 까지도 서먹해질지 모른다.

그래서 SOS를 쳤건만 사야카의 대답은 천박 그 자체다.


'여전히 딱딱하네 치사토는. 가슴이란 말이야 남자가 만져주는 물건이잖아. 그렇게 왕가슴으로 어깨가 결리니까 쿄스케한데 마사지해서 풀어달라고 해'

'마사지해달라면 어깨지 거기서 왜 가슴이?'


아무리 쿄스케도 남자라고 해도 남자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쿄스케가 내 가슴을 만지고 싶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뭔 소리야? 니 슴가는 학교의 남자 전원, 거기다 학생만이 아니고 사십세 이하의 남성 교사도 포함해서 머리 속에서 10회 이상 상상 마사지하고 있다고'

'...바보 같아'


사야카의 농담은 제쳐두더라도 평소에, 아니 공부를 시작하고나서는 쿄스케가 참고서보다 내 가슴을 쳐다보는 건 눈치채고 있다.

가슴에 푹 빠진 것은 아니더라도 쿄스케는 내 가슴에 흥미를 가진 것이 틀림없다.


'남자는 일부의 빈유파를 제외하면 왕가슴 여자를 좋아한다고. 나도 치사토의 G컵 만큼이나 크지는 않지만 이 듬직한 E컵으로 여러 남자를 후리고 다녔다고'

'누가 그런 무용담 물어봤어?'


가슴 크기야 어찌되든 상관없고 오히려 콤플렉스지만, 그래서 쿄스케가 조금이나마 흥미를 가진다면 옷을 살때마다 불편한 이 가슴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능하다면 C컵 정도로 사이즈 다운하고 싶지만


'너무 그렇게 왕가슴을 아끼면 다른 가슴으로 눈이 돌아갈지 몰라? 못만지게 하는 G컵보다 만질수 있는 E컵이 낫다든지. 뭐하면 내가 노브라 탱크톱 차림으로 쿄스케 꼬셔볼까?'

'고교생을 색마로 매도하지마!'


사야카와 평소처럼 농담을 흘리면서도 내심 불안하다.

은근슬쩍 변태인 쿄스케라면 사야카가 덮치면 꼼짝도 못할건데

물론 쿄스케가 그런 사람 아니라고 믿고싶지만 보통 냉정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본능은 강제적인 것이고 지금까지 만만디로 살아온 쿄스케라면 순간의 쾌락에 빠질 확률이 높다.


'유혹은 농담이지만 너무 안대주는 것도 불쌍해. 너는 모르겠지만 한 방에서 동정남자에게 G컵은 너무 자극이 세다고. 지금까지 덮치지 않았다는 것만 들어도 신기한데'


깔깔웃는 사야카의 웃음에 나는 다른 의미로 불안해졌다.

쿄스케는 정녕 내 가슴에 흥미가 있는걸까

사실은 정말로 관심이 없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때문에 나에게 손을 안대는 것일까?


'나 슬슬 공부하러 가봐야돼'


쓸데없이 불안해진 나는 대화를 중간에 끊었다.

사야카에게 상담을 해서 되려 불안해졌다.


쿄스케, 내 가슴에 흥미는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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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겜 뛰느라 번역할 시간 따윈 없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님 마는거다 휴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