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너를 보내고도 1년이 지났구나, 우리딸.

엘리아스는 지금도 화려히 빛나고 있어.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하루하루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초상화처럼 말이야.

그렇지만, 너라는 아름다운 색깔이 사라지니 나에게 엘리아스는 그저 색을 잃은 그림과도 다를바가 없구나..

어렸을적부터 곁에 있어준 네가 떠나면서 내 삶은 흑백으로 변한지 오래란다. 

별똥별보다도 환하게 빛나던 네가..

엘리아스의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하던 네가..

엘리아스의 어느 마카롱, 케이크들 보다도 달콤하던 네가..

그런 네가 떠난 이후엔 내 삶엔 등불이 꺼져버렸단다. 그 꺼진 등불 아래엔 오로지 그 곳엔 무의미와 공허함만이 남아있을뿐이었지.

있잖니, 너희들을 처음 보았을때부터, 나에겐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겨났다면 믿겨지겠니?

나는 이전까진 진정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채로 방황하고 살았단다. 그저 내가 마음이 가는대로, 마치 돛이 없는 배처럼 이리저리 방황하며 사는 것이 나의 삶 전부였어.

그렇지만, 너희 자매가 나에게 내려오자, 나는 오랜 방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단다. 

그건 마치 하나의 기적과도 같았어. 마치 뜨거운 황무지를 끝임없이 돌아다니다 오아시스를 찾은 것 처럼 말이야.

그때 난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겨났어. 너희가 멋진 어른이 될때까지, 나의 모든 사랑을 너희에게 주기로 말이야. 왜냐하면, 너희는 날 방황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준 구원자이니깐!

넌 나에게 엘리아스의 어느 그 무엇보다도, 하물며 세계수나 유물들보다도 비교조차 안될 귀중한 보물이란다. 하지만, 그런 네가 사라지니 이젠 다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를 잘 모르겠구나..

어젯밤, 꿈속에서 너를 보았단다. 

비록 꿈속이었지만, 언니와 함께 나들이에 온 널 보니 정말 행복하더구나. 난 돗자리에 앉은채로 너희가 뛰놀던 걸 지켜보고 있었지. 

너와 언니가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보니, 비록 꿈속이더라도 마치 너와 함께 있는 듯한 기쁨을 느꼈단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의 기쁨일 뿐.... 아무리 너를 불러도, 다가가도 결국 너에게 닿을 수가 없단 비참한 현실이 곧바로 날 슬픔에 잠기게 했단다. 

아무리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도,세계수에 기도해도, 결국엔 돌아온 건 너를 향한 그리움과 눈물뿐..결국 네게 한번도 닿지 못한채로 잠에서 깨어났단다.

너의 방은 여전히 그대로야. 
너의 장난감, 너의 옷, 너의 사진, 너의 일기장...모든 것이 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 가끔은 그 방에 들어가서, 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며 너를 느끼려 한단다.
 
그 중, 너의 사진을 볼때면 너와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들이 떠오르며, 그리운 마음을 채워준단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전부 나에겐 소중한 보물이야.

너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고,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가지만, 너를 향한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단다. 너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으니 말이지.

너는 이제 주말농장에서 아름다운 꽃들과 작물들을 심으며 엘리아스의 황무지를 아름다운 생명의땅으로 가꾸어 나가겠지. 고통받는 구 요정들과 오래된 정령들을 구원하며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속에 구원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며 말이야. 

오늘, 너의 방에 케이크를 하나 올려놓았단다. 그것도 너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어때, 맛있겠지?

비록 황무지를 개척하고 그들을 구원하느라 바쁘겠지만, 나의 편지가 닿는다면 부디 잠시 와서 나랑 케이크를 먹으며 잠시 쉬다가면 좋겠구나. 그동안 만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말이야. 특히,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정말 많단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언니와 함께 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간직한채로 기다리고 있을께. 

너는 나의 딸이자, 나의 가장 큰 사랑이니까. 언제든 괜찮으니, 우리가 그리울때면 부디 꼭 찾아와주렴. 항상 널 기다리고 있을거란다.

사랑하는 딸아, 엘리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딸아,엄마는 너를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너는 항상 내 마음속에, 내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단다.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엄마 네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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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핀이 모종의 이유로 왕관이 부서져 서서히 죽어갔고, 이후 네르가 죽은 에르핀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라는 컨셉으로 써봤음.


이번 오디세이아 스토리에서 에르핀 왕관 떡밥을 보고, 만약 그 왕관의 정체가 지능을 깎는 대신, 원작 소설에서 에르핀이 에린의 도끼에 맞은 이후 생긴 후유증으로부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유물이라면?? 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네르가 에르핀이 죽는걸 막기위해 일부러 에르핀이 바보가 되는걸 감안해서도 왕관을 씌운것이고, 모종의 사건으로 에르핀의 왕관이 부서져서 에르핀이 결국 죽었다는 설정을 잡고 써봤음..


원래는 게임에서 네르 말하는 것처럼 존댓말로 쓸까 하다가, 오히려 어머니가 죽은 딸을 그리워하며 쓰는 편지라는 느낌이 나도록 반말로 바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