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 서류심사와 면접까지 합격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몬붕이야.


나는 시설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나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마물이나 인간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임시보호소에서 아직까지도 부모님을 찾지 못한 한 아이가 있어.


보통 하피나 서큐버스같이 날개가 있는 종족들은 부모님이 한눈판 사이에 호기심에 멀리 날아가다가 집을 못 찾아서 여기에 오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 보이고 날개도 작아서 그렇게 보이진 않아.


게다가 이렇게 길을 잃고 여기로 오게 된 아이들은 아무리 늦어도 2일 전에는 부모님이 찾으러 가는데, 이 아이는 여기에 온 지 보름이나 됐는데도 불구하고, 연락도 한통이 없었어.


그래서 방방곡곡에 전단지까지 붙였지만,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커녕 장난전화를 거는 녀석들 때문에 슬슬 열받을 지경이라니까?


그래서 내가 원장님에게 직접 찾아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추가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할 테니 좀 맡겨달라고 하더라고?


물론 나는 내 집에 누군가가 들어와서 함께 사는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바로 거절했지만, 내가 아니면 부탁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내가 딱히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내도 없이 독신으로 사는 입장이라 쉽지가 않아.


그래서 나는 평생 동안은 못 돌봐주고, 부모님을 찾을 때까지만 잠깐 돌봐준다는 조건으로 그 아이를 집에 데려오기로 했지.


푸른색 눈동자에 고양이 같은 동공, 그리고 금발머리 뒤로 삐져나온 작은 날개와 작은 뿔..


분명한 건 이 아이가 인간이 아니라 마물이라는 사실이야.


보통 부모를 잃은 지 오래된 아이들은 옷차림부터 행동까지 다 티가나기 마련인데, 이 아이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아. 오히려 인형같이 옷도 깨끗하고 외모도 반반하지.


일단 그 아이를 위해서 오랜 기간 안 쓰던 방에 먼지를 털어내고 쓰레기들을 모두 버린 다음 그 아이를 위한 방을 꾸며줬어.


사실 내가 미적감각이 떨어지는 아저씨라 여자아이의 방을 꾸미려고는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불만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런 건 신경도 안 쓰는 거 같았어.


오히려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이 생겨서 엄청 좋아하는 거 같았다니까.


그렇게 대공사를 하고 나니 금방 밤이 되었고, 제발 나랑 같이 살 때만큼은 사고를 안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들었어.


성격이 활발한 애들은 보호소안을 뛰어다니거나 난장판을 만들어서 손이 더 많이 가거든.


하지만 다행히 다른 아이들처럼 너무 활동적이지 않고 혼자서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잘 지내는 거 같아.


부모님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고민거리 중 하나인 편식문제도 없고.


물론 내가 일을 하려고 하면 자꾸 문손잡이를 흔들며 내 방에 들어오려고 하고 무릎 위에 앉아서 귀찮게 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익숙해.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아주 친해져서 공원에서 토끼풀로 반지나 왕관을 만들어주거나 유명한 명소에 찾아가거나 카페에 가서 크레페를 사주거나 하는데, 입에 크림을 잔뜩 묻히고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너는 모르지?


분명 원장님에게 잠시만 맡겨준다고 통보식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정이 들어서 추가 양육비 없이도 누군가가 찾아오거나 입양하기 전까지는 그냥 내가 데리고 살기로 했어.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야..


지금까지는 별다른 사고도 안 치고 잘 지내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한테 애교를 부리거나 안기는 횟수가 너무 잦아졌어.


그냥 애교가 많아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그럴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진 느낌?


심지어는 잘 때 굳이 내 품에 꼭 붙어서 자려고 하는데, 절대로 내 옆에서 안 떨어지려고 해.


게다가 최근에는 그 아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이 계셔서 필요한 물건들과 함께 입양 보내려고 했는데, 필사적으로 안 가려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에는 내가 백기를 들었어.


이후에도 이 아이의 부모님과 관련된 소식은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없으며, 그 사건 이후로는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조차 없어졌어.


원래 얌전하고 꽤 순종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였는데, 최근에는 자기주장과 고집도 엄청 세진 것 같단 말이야.


버릇을 고쳐주려고 일부러 애교 부리는 것도 대응 안 하고 모른척하기도 해 봤는데, 그랬더니 아예 책상에 앉거나 누워서 일을 못하게 만들더라.


그날은 하루종일 삐쳐있어서 아무것도 안 먹고, 말도 안 하고 장난감을 가져다줘도 그냥 집어던지고 구석만 쳐다보길래 달래주냐고 엄청 애를 먹었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무시하고 그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지.


이런 말을 하긴 좀 뭐 한데, 그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랑 다르게 나를 보호자를 넘어선 무언가로 바라보는 느낌이야.


게다가 평소와는 다르게 눈동자도 붉은색으로 자주 바뀌고 뭔가 더 악마스러워지는 느낌마저 들어.


이때부터 나는 그 아이를 거두워들인 게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되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아이를 그렇다고 다시 보호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두기에는 뭔가 잘 적응을 못하고 같은 시설 아이들과 자주 다툴 거 같아.


지금도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계속 안아달라고 보채며 방해하는데, 더 좋은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