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서 작품에 빙의했다.
그러나 그것은 특이한 사항은 아니었다.
애초에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고.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결코 전개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저, 평범한 조력자로써. 그렇게 잊혀질 줄 알았다.
"제가 어떻게 떠날 수가 있습니까."
"...독립해도 된다니까?"
"주인님,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제발 말씀을."
"아니, 그러니까 자유의 몸이 되게 해주겠다니까."
왜인지 모르지만 주인공한테 집착당하게 되었다.
...어째서?
*
*
*
"그러니까 하이디."
"왜?"
"노예 시장에..., 나는 왜 데려가는 거야?"
"그래도 노예 한명이라도 있어야 삶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고용인이 있잖아."
"궂은 일 하는 애들도 필요하지. 고용인한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할 수는 없잖아?"
"악취미 아닐까."
"이미 다른 얘들 전부 그러고 있는걸. 나만 특별한 게 아니야."
"...."
하이디는 나를 바라보더니 미소지었다.
"그리고 나 정도면 착한 주인인걸!"
이딴 미친년이랑 친해지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다. 애초부터 후작가의 명석한 영애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한번쯤 들러보는 건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터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는 건 아니고.
만약에 산다고 해도 곧바로 풀어줄 계획을 세우고는 있었다.
돈이 충분할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어느새 도착한 시장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더러운 일에 거리낌이 없는지 가면조차 쓰지 않았다.
이 시대에는 이게 정상이어서 그런가. 슬슬 뭔가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대로 안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넓은 실내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쯤이면 우리 집 홀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역시, 돈을 많이 뿌려서 그런가.
"인간 노예가 이제 막 경매가 시작이래. 30분이라서 금방 보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이디가 종을 딸랑거렸다.
그때에 안내원이 와서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리카, 너는 남자 노예가 좋아, 여자 노예가 좋아?"
"...여자쪽이 더 편하지 않을까. 살 생각은 없지만."
"그러고보니 예쁜 노예가 있다던데..."
역겹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안내판을 바라봤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이름들을 짚어보던 와중에, 나와서는 안되는 이름을 발견했다.
"린델...?"
"응, 왜? 너가 아는 사람이야?"
"아니야. 그냥, 이름이 특이해서."
"그렇긴 하네. 북부 쪽인 것 같은데? 북부에 야만족들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린델.
아카데미 이름이 내가 봤던 소설과 겹쳤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소설에서 나온 역사들이 비슷했어도 그저 넘겼다.
그렇지만, 어째서.
주인공의 이름이 여기에 나오는 건가.
결정했다.
일단은 사고나서 여러가지를 물어보자.
기회가 된다면, 주인공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지도 모른다.
"...하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정보에 뇌가 과부화되었다.
그러나 한가지 좋은 점은, 내가 이세계에서 15년을 살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조금 이성적이게 되었다는 점이.
나한테는 호의적인 소식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고서 경매장 안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나는 숨을 들이마쉬고서 자리 하나를 찾아서 앉았다.
하이디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름다운 여자아이들, 그리고 용병으로 쓰일법한 강인한 남성들이 팔려나갔다.
족쇄를 끌고 가는 귀족들의 미소가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쯤에, 보이는 한 얼굴.
"..."
주인공이다.
"경매는 5골드부터 시작합니다!"
"...5골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손을 드는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
귀부인들, 그리고 남성들도 조금은 보였다.
그렇고 그런 목적으로 쓰려는 걸까. 아니면 평범하게 노예를 원해서 구하는 걸까.
그러나 망설임은 없었다.
"100골드."
번호판을 들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얼굴도 가리지 않았나. 아마도 다들 공녀가 이곳에 온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그런 목적으로 쓰지 않을 것이다.
그저. 주인공의 조력자로써.
과거를 나름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다.
*
*
*
"아가씨. 여기에 성명을 적어넣으시면 됩니다."
"...굳이 안 해도 되지 않을까요?"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노예가 풀려나는 것은 저희들한테도 불이익이니까요."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에 이름을 적어넣었다.
계약서가 불타며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
"가라."
"...예."
하이디가 옆에서 알짱거리더니 나를 쳐다보면서 미소지었다.
"너, 그런 취향이야?"
"무슨 얘기야."
"정략혼도 안 하더니, 혹시...."
"그런 거 아니니까. 재능이 있어보였거든, 얘."
"재능?"
"검 잘 쓸 것처럼 생기지 않았어?"
그렇게 묻자 린델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 검도 잘 못 쓰는데..."
"가르치면 되지."
주인공의 재능은 무엇보다 내가 알았다.
나는 린델을 바라보다가 턱을 손으로 잡았다.
"고개 들어."
"...."
"너는 오늘부터 내 호위야, 알겠어?"
"알겠, 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간에, 나한테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와. 어떤 일이 벌어지든간에. 알겠어?"
"네."
"...."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하이디를 뒤로 하고 린델의 손을 잡고서 끌고갔다.
저러다가 쟤도 곧 관심이 끊기겠지.
*
*
*
"남자 노예?"
"네!"
하이디가 리카의 아버지, 즉 가주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정략혼을 거부하더니, 그런 취향이었던 거 아닐까요?"
"내 딸은 안 그런다."
"혹시 모르니까요, 무슨 일이 생기면..."
"...."
하이디가 잠시 입을 막았다.
“앗차차, 말실수.”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그냥, 예의주시하라고요. 그 노예를.”
하이디가 미소지었다.
“혹시 모르잖아요?”
*
*
*
‘…그래도 이상한 곳에 팔려나간 건 아닌가.’
린델은 리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도 슬펐다.
노예로 잡히고 나서, 귀족집 여자애한테 부려먹히는 삶이라니.
“린델.”
“예.”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거야?”
‘들켰나.’
린델은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리카가 좋아할만한 대답을 하기로 했었다.
“너무 예뻐서 그랬습니다.”
“…예뻐?”
리카가 눈을 찡그리자, 린델은 한대 맞는 것을 예상했다.
감히 노예 따위가 주인한테 연정을 품다니, 라고.
그렇지만 손은 날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린델은 리카의 미소를 바라볼 수 있었다.
“예뻐서 쳐다본 거야? 다른 이유가 있었는줄 알았네.”
“…그렇게 느끼셨다니 다행입니다.”
“흠흠, 호감으로 보이는 건 나쁜 건 아니지. 린델도 잘생겼네?”
“…예.”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리카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긴장 풀어. 안 때릴 거고 이상한 짓을 할 것도 아니니까. 말 그대로 호위 역할만 하는 거야. 어때?”
“어떻냐는 건….”
“노예가 싫으면 고용인으로 올려줄 수도 있는데.”
“예?”
“…아니면 그냥 풀어줄까?”
리카가 당황했다.
“호, 혹시 나랑 있는 게 싫어…?”
“그런 게 아니라, 노예한테 그런 말을 하는 주인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러면 내가 선례가 되면 되겠네.”
“….”
린델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리카가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그러고 싶은 것처럼도 보였다.
“…딱히 고용인이 된다거나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은 없습니다.”
“…뭐? 자유의 몸이 되기 싫다고?!”
“그게 아니라. 주인…. 님이라면, 섬겨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혹시 꼬셔보려는 건 아니지?”
리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기분좋은 체취가 났다. 린델은 잠시 숨을 멈추고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장난이야. 장난.”
기분좋게 미소지은 리카가 빙글 돌며 치마폭을 휘날렸다.
“저기,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린델은 리카를 바라보면서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이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빠르게 빠져도 순식간에 빠져버렸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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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물 주인공을 노예로 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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