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여자의 몸으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놀랍게도 상태창이 존재하는.


문제는 이 상태창이 일종의 축복이라 일부만 열람할 수 있으며 열람 방식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타인의 상태창을 열어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신의 상태창을 열 수 있는 사람의 능력치나 특성을 그대로 작성해서 보여주면 됐으니까.


덕분에 제국이 공인하는 모험가 길드에 상태창 작성 담당으로 취직할 수 있었고, 제법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이번 손님은 쾌활한 여성이었다. 차림을 보아하니 자유 기사 혹은 기사 지망생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앞의 의자에 앉아 잠시 대기해주세요."

"네!"


나는 여성을 의자에 앉히고 그녀의 상태창을 열었다.


'와, 시발.'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을 뻔했다. 비난의 의미가 아닌 순수 감탄사였다.


'임신하기 쉬움, 봉사 기질, 노출 성벽, 자궁 성감, 목 성감, 마조 기질, 패배 희망? 이거 완전......'


판타지 야설에 나오는 큭, 죽여라! 여기사잖아.


그렇다. 내가 볼 수 있는 상태창은 말도 안되게 자세했다. 개인의 성적 취향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인 열람이 가능한 축복자 중에서도 이 정도 정확도를 자랑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사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 나는 바로 손을 움직였다. 능력치와 이런저런 특성을 적어 넣었다. 당연히 성(性)에 관한 내용은 적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걸 알아보기 위해 오는 곳도 아니고, 처음 일할 때 생각 없이 한번 적었다가 클레임이 들어와 난리 난 적이 있었으니.


상태창 필사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초기에는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양식이 굳어져 서류에 수치와 특성 정도만 기입하면 되기 때문이다.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사를 내보낸 나는 문 앞의 '영업 중' 문패를 돌려 '점심 시간'으로 바꿨다. 그리고는 의자에 몸을 뉘었다.


식사는 할 생각이 없었다. 여자가 된 후로 먹는 양이 준 탓이었다. 문제는 체력도 같이 줄어서 이렇게 쉬어줘야 한다는 점일까.


그렇게 십 분 정도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일어서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는 이세계 전생의 국룰 대사를 중얼거렸다.


"상태창."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내 상태창은 못 보는 건데......"


푹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몸을 뉘었다. 아까 큭죽 여기사를 본 탓일까, 괜히 마음이 심란해졌다.


사실 사람이라면 성벽 한 두 개 정도 가지는 게 당연했다. 오히려 서너 개를 가진 사람보다 하나도 없는 사람이 더 희귀했다. 당연히 '지금' 내 몸에도 한 두 개 정도는 있을 거라 짐작했고.


문제는 일곱 개 짜리를 봤다는 거다. 무려 일곱 개. 사람이 혼자서 일곱 개의 성벽을 달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나한테도 저런 이상한 게 덕지덕지 붙어 있으면 어쩌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이런 설정이 등장하는 TS소설은 보통 주인공인 틋녀가 '헤으응 자지님 너무 좋아요!' 하고 타락하는 게 국룰이다.


내가가 모르고 있을 뿐 초M, 전신 약점, 타락하기 쉬움 같은 특성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건 아닐까? 시발, 그럼 안되는데......


"틋녀씨, 점심 시간 끝났어요! 손님들 기다리세요!"


그렇게 눈을 감은 채 한참을 고민하다 깜빡 잠이 든 것일까. 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 네. 일어났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제법 피곤했던 것일까.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닦아낸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어?"


내 머리 위에 상태창이 보였다.


[ 와, 너 눈치 빠르다? 저번에 불러온 애는 아무것도 모르고 암타했는데 ㅋㅋ 이번에는 좀 더 즐길 수 있을 듯? ]


그것도 존나게 불안한 메세지를 담은.






암타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길드 접수원 틋녀의 이세계 생존 일기!


과연 틋녀는 이세계 금태양, 교배 아저씨, 최면 빌런 등을 피해 암타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써줘


그리고 자기가 무슨 약점 특성을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몸에 직접 실험하는 장면은 꼭 넣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