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날드 아라우호
Ronald Araújo


우루과이 자국 리그에서 바르샤 B팀으로 이적 후 19/20시즌 데뷔를 시작으로 이제는 바르셀로나의 주전 센터백인 로날드 아라우호.

랑글레, 움티티 등의 병신 자원들보다 훨씬 더 준수한 폼을 보여준 20/21 시즌, 리그 베스트 급으로 성장한 21/22시즌, 

대인 수비와 마킹에서 가히 유럽 최 정상급 수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피지컬을 보여준 22/23시즌까지 아라우호의 활약은 굉장했다.




23/24 시즌도 마찬가지로 수비력에 한해서는 부족한 모습이 잘 없는 아라우호지만, 알다시피 이번 시즌의 아라우호는 꽤 잡음이 많다.

주전 골키퍼 테어 슈테겐의 부상으로 세컨 키퍼 이냐키 페냐가 선발 출장한 기간동안, 빌드업에 있어서 페냐와 함께 불안점을 노출했고

그 기간동안 바르셀로나는 무,패 기록과 끔찍한 경기력을 반복했다.

(15경기 31실점)




그래도 슈테겐의 복귀 이후로는 안정적인 폼을 보여줬다. 07년생 쿠바르시가 빌드업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한 점이 더 크지만,

애초에 수비력은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고, 빌드업도 못한다 할 정도는 아니고 충분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우호가 보여주는 대인 수비와 침착한 지역 방어, 헤더 능력은 피지컬적 요소가 부족하다 여겨지던 바르셀로나 수비의 열쇠였다.

실제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오시멘을 삭제시켰고, 8강 1차전과 2차전도 음바페를 경기에서 지워내다시피 했다.


허나 수비가 너무 쉬우니까 심심했던 걸까? 음바페를 지우던 아라우호는 갑자기 병이라도 걸린 것 마냥 이상한 실책을 범하기 시작한다.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유리한 상황 아라우호의 퇴장은 팀의 역전패 탈락의 원흉이었고




이후 리그 발렌시아전도 이해할 수 없는 태클로 PK를 헌납하며 팬들이 외치는 사랑의 "씨발련아" 를 독차지하고 있다.




정말 순수하게 개인의 '실책'으로 말아먹은 케이스라 더 할말이 없다.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전~중반기 끔찍한 전술 활용을 보여줬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며 꽤나 시너지를 내고 있었기에 더 그렇다.

아라우호의 실수를 기점으로 이적설이 불 붙을만큼 현지의 반응도 뜨겁다. (물론 아라우호는 대깨꾸라 재계약을 선호한다)

이번 시즌 한번의 참사이고 아라우호 개인의 실책이기에, 또 경기 이후의 인터뷰에서 귄도안과 신경전을 벌이는 기행을 저질렀기에

지금도 팬들의 민심이 마냥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단순히 이번 시즌만의 이슈라거나, 순수하게 개인적인 아라우호의 이슈로 보기만 할 것은 아니다.

다른 구단도 비슷하겠지만, 바르셀로나는 특히 이런 선수들에 대한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

그놈의 "DNA", 라마시아와 비 라마시아 산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팀의 기조가 선수들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바르셀로나가 키우는 유스의 구조와 영입 기조가 이질적인 형태에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바르셀로나가 더 높은 수준이고 우월해서' 같은 이상한 병신같은 얘기가 아니라, 바르셀로나라는 팀이 가지는 스타일이 특이하기에 그런 것이다.

스페인 출신을 고집하거나 크루이프의 철학이 살아있는 네덜란드, 개인 기량이 뛰어난 남미 선수들에 언론이 우호적인 이유도 그렇다.

결국 선수의 유형을 분류하고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서 나타나는 팀적인 기준이 다른 팀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티키타카는 이미 죽었다. 바르셀로나도, 스페인도 그 어떤 구단도 이제는 현대축구에 티키타카라는 이름을 들이밀지는 않는다.

그러나 티키타카는 포지션 플레이로 살아남아있다. 빌드업 시퀀스의 삼자패스, 느린 템포의 지공, 높은 라인과 키퍼-센터백의 빌드업 참여까지.

펩 과르디올라가 그린 현대 축구의 트렌드, 크루이프가 세운 라 마시아와 바르셀로나의 기조에는 아직도 분명하게 티키타카의 잔재가 남아있다.


거기서 바르셀로나와 다른 구단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실력이 뛰어나도 포지션 플레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힘들다.

템포가 빠른 축구를 잘해도 템포가 느린 축구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높은 라인이라는 리스크를 팀이 스스로 만들고 플레이 하면 더더욱 그렇다.

'3골 먹혀도 4골 넣어서 이기면 된다' 는 본프레레의 이야기는 단순한 밈이 아니다.

실점 시퀀스에 대한 분석도 물론 중요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득점 시퀀스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이 새끼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실력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축구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허나 축구에서 '실력'이라는 단어가 한 가지 유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메시나 호날두처럼 기본 툴 자체가 압도적인 선수, 뮐러나 지단처럼 머리로 경기를 지휘하는 선수도 뛰어난 선수고,

호나우두나 호나우지뉴처럼 개인 기량이 전술을 상회하는 선수, 스콜스나 크로스처럼 센스와 조직적 능력으로 축구를 잘하는 선수 등등 매우 다양하다.


반대로 말하면 '실력적으로 뛰어난' 유형이 다양한 만큼 실력이 뛰어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실력이 수준 미달이거나 마인드셋이 따라오지 못하면 팀에 합류하지 못하는게 냉혹한 스포츠의 세계다.

그게 당연한 일이고 당연한 처사다. 축구 선수가 볼을 못 다루고 기술이 구리면 축구 팀에 설 자리는 없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는 분명 변수가 존재한다. 위 사진의 남자. 세르지 로베르토가 바로 그런 선수에 속한다.

단언 가능하다. 세르지 로베르토는 수준 미달의 선수다. 유럽 그 어떤 팀을 가도, 아니 심지어 K리그 하부로 가도 이 새끼는 캐리를 못할거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르지 로베르토가 바르셀로나에 원 클럽맨으로 살아남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볼 플레잉 퀄리티가 구리고 기술적으로 매우 끔찍해도 포지션 플레이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연습해온 그놈의 라마시아 훈련, 순간적인 침투와 삼각형 대형 형성에 대한 본능적 움직임이 이 새끼를 살아남게 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얘는 다른 중하위권 유럽 클럽을 갔다면 절대 성공못할 선수에 가깝다.

바르셀로나라서 저 방식으로 살아남고 지금까지 교체 자원으로 뛰는거지, 얘는 수준 미달이다.


반대로 보면 볼 플레잉 퀄리티가 수준 미달임에도 포지션 플레이에 대한 이해만으로 여기까지 온 선수라는 셈이니 그것도 나름대로 업적이긴 하다.





다시 이 개 씨발련 얘기로 넘어가보자, 아라우호가 바르셀로나에서 이런 잡음을 내는것은 비단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라우호의 개인 능력, 즉 대인수비나 마킹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로, 포지션과 빌드업에 대한 단점을 안고 가게 하는 선수다.

피지컬 좋은 수비수가 바르셀로나 축구에서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1대1 구도의 수비능력, 뒷공간 커버와 제공권 등등 다양한 전술적 이점이 있다.

허나 그런 선수들은 대개 패스플레이나 포지션 플레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랑글레,움티티가 모두 실패로 끝난거만 해도 그렇다.


팀의 기조 자체가 이러한 선수들과 잘 맞지 않기에, 잡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 이례적인 일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젠간 일어나야만 했던 필연적인 일에 가깝다.









바르셀로나는 현대축구의 흐름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지금처럼 특유의 전술과 방식을 고수하며 본인들의 길을 갈 것인가?

혹은 현대 축구의 흐름에 편승하여 좀 더 컴팩트하고 실리적인 축구로 지향해 나갈 것인가?

포스트 메시 시대, 앞으로 구단의 선택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바르셀로나가 여태까지 해온 선택은 전자에 가깝다.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재임을 발표했다. 

비용적 문제, 후임에 대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결국 가장 큰 이유로는 전술적인 역량이 점점 올라오고 있고,

차비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아쉬운 것과는 별개로 그놈의 'DNA'와 전술 철학에 대한 이해는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에 가깝다.

필자도 차비 감독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바르셀로나가 향후 축구에 있어서 발전하고 성공하려면 차비는 다음 시즌에 해답을 보여줘야만 한다.


라민 야말, 파우 쿠바르시 등의 '라마시아 출신' 선수들을 주력으로 사용 하더라도,

라마시아 출신이 아닌 선수들의 전술적 이해와 팀 컬러 적응에도 힘써야 아라우호같은 선수의 적응에도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