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물에 빙의한 틋녀


하지만 마법소녀가 아니라 마법소녀와 같은 기숙사방 친구로, 평범하지만 주인공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일반인 포지션


마법소녀는 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주인공쨩의 말실수를 커버하거나, 주인공쨩이 들키지 않고 변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역할


가끔 주인공쨩이 주눅들 때면 옆에서 "너라면 할 수 있어!"라며 미소로 북돋아주고,


때로는 "이런 것밖에 못 하는 나지만... 힘들 땐, 언제든지 나에게 의지해줘도 좋아." 라고 주인공쨩에게 든든한 의지가 되어 주기도 하는 틋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우정


그런데 어느 날...


"틋녀...쨩?"


강적의 공격에 주인공쨩이 끝장날 위기에 쳐하자, 망설이지 않고 달려가 몸으로 막아낸 틋녀


마법소녀조차 버티기 힘든 공격인데 일반인의 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 리 만무


한대 크게 얻어맞고서 그대로 날아가 쾅! 정신을 잃고 마는데...


그때


"...용서 못 해."


틋녀쨩을 품에 껴안은 주인공쨩의 주변으로 검은 마기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너를 상처 입히는 녀석들은 전부... 전부 없애 버리겠어...."


언제나 핑크핑크한 밝은 미소를 보이는 주인공쨩이었건만


다소 과격한 표현과 함께 암흑 진화


검게 물든 드레스와 붉은 안광을 흩날리며 괴수들을 단번에 순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검은 차원문 너머로 사라지는 악의 간부


아무것도 모른 채, 흑화한 주인공쨩에게 소중히 공주님 안기로 안겨 잠들 듯 기절해 있는 틋녀


"이제... 괜찮아. 너를 상처 입히는 나쁜 녀석들은 더 이상 없어. 내가, 이 내가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다시 눈을 떴을 땐 새까만 드레스를 보고서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지만


"어, 어라...? 주인공쨩, 뭔가... 평소랑 다르지 않아?"


'새까만 색의 드레스... 설마?'


"응! 새로운 변신 폼이야!"


"...아아. 그, 그렇구나."


'아니, 아니겠지. 주인공쨩도 평소랑 다를 바 없어 보이고. 괜한 걱정이었나.'


"어때? 어울려?"


"응! 엄청 잘 어울려!"


"에헤헤... 부끄럽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 의심을 거두고, 처음엔 그저 주인공의 새로운 폼이겠거니 여겼으나...


"주인공쨩! 저곳에 사람들이...!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구해주러 가지 않으면...!"


그렇게, 어딘가 뒤틀리기 시작하는 주인공쨩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왜?"


"...에?"


"응.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저 사람들에게 가버리면 그 사이 녀석들이 틋녀쨩에게 와서, 틋녀쨩이 크게 다칠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걸."


"...? 지금... 무슨...?"


돌이키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황


단 한 사람도 구하길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쨩이었거늘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는 그 얼굴과 미소에 틋녀는 대체 어떤 말로 대화의 운을 때야할 지 감조차 잡히질 않고


그래도 손에 닿는 사람들은 구하지만, 언제든지 자신에게 날아올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그저 '덤'으로써 이루어지는 모습


"이런 거... 이상해. 이상하다고! 이런 건...!"


"'나'답지 않다고?"


"...!"


"그럴지도. 하지만. 틋녀쨩. 마법소녀라는 건 뭐야?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존재인 거잖아? 꿈이라던가. 희망이라던가. 그런 것들. 그리고,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틋녀쨩.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최고의 친구... 응. 언제나랑 똑같아. 언제나처럼, 나는 가장 소중한 걸 지키고 있어. 그러니까 이상하지 않아. 잘못되지 않았어."


"......"


그리고, 어둠으로 물들어버린 주인공쨩의 마음을 파고들어 주인공쨩을 세뇌시키는데 성공한 악의 간부


"후후후... 드디어! 그녀를 손에 넣었군요!"


"그만 둬..."


"정말 잘해줬습니다. 틋녀 양. 보란듯이 그녀의 마음에 빈틈을 만들어냈군요. 이로써, 마법소녀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 세계는 악으로 물들 겁니다! 아아, 여왕님께서도 분명 기뻐하실 게 틀림없어. 물론 이 위대한 공적의 일등공신은 역시 틋녀 양, 당신이겠지요."


"아니야!! 나는...!!!"


"흐음?"


사실은, 악의 일원이었던 틋녀


주인공의 친구인 척 위장하여, 학교에 잡입해 주인공쨩의 마음을 휘어잡고 비밀과 약점을 캐내는 것이 틋녀의 임무


그러나 빙의자였던 틋녀는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고 사실상 이중 스파이짓을 하며 주인공을 진심으로 도우며 열심히 성장 시켰을 뿐이었지만 오히려 그게 커다란 독이 되어버린 것...


"주인공쨩! 부탁이야... 눈을 떠! 이런 악에게 당할 네가 아니잖아!"


"틋녀 양?"


"내가 아는 너는...! 내가 알고 있는 너는...!!"


"...그렇군. 당한 건 오히려 틋녀 양. 당신 쪽이었다는 얘기입니까?"


"주인공쨩...!!!"


"이런이런... 틋녀 양. 저로선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습니다만. 마지막에 와서 이런 전개라니. 안타깝군요... 하지만 규칙은 규칙. 배신자는 살려둘 수가 없답니다."


"윽...!"


악의 간부에 의해 포박당하는 틋녀


"자! 마법소녀여! 그 손으로 괘씸한 배신자를 없애 버리는 겁니다!"


단단히 세뇌당한 상태로 또각또각 틋녀를 향해 걸어오는 주인공쨩


"아아, 자신의 손으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이 얼마나 비극이란 말인가...!"


"닥쳐!!"


필사적으로 주인공쨩과의 추억을 이야기 해보아도 어라...? 나... 대체 무슨 짓을? 같은 진부한 클리셰는 끝내 일어나지 않고


결국, 주먹을 꾸욱 쥐더니 새까만 마법을 모으기 시작하는 주인공쨩


"주인공...쨩..."


"자, 어서 끝내버리도록."


콰아아아아앙─!!!


곧게 내지른 주먹 그 끝에서 거침없이 뻗어나온 새까만 어둠의 빛줄기


틋녀의 죽음을 크게 비웃는 간부의 웃음소리


...그러나


후두둑...


"설마...? 아니, 있을 수 없어...!"


흩날리는 흙먼지 안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우뚝 서있는 검은 실루엣


공격을 맞기 직전, 본래 힘을 해방해 악의 간부 폼으로 변신한 틋녀


"이 정도가 아니야... 주인공쨩의 주먹은...! 이 정도가 아니라고!!"


그렇게 시작되는 다크 주인공쨩과 악(선)의 간부 틋녀쨩의 일대일 결투


"최고의 친구? 아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건 전~부 계획의 일부였을 뿐인 걸. 저기, 주인공쨩. 지금 어떤 기분?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한 분노? 소중한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 후훗, 대체 어느 쪽일까나?"


"......"


"같은 이불을 덮고 밤새도록 떠들었던 그날의 밤도. 불타듯 저물어드는 석양 아래,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 그날의 추억도 전부. 사실 나에겐 전부, 그저 계획의 일부였을 뿐. 그야 그렇잖아? 이렇다 할 특기도, 이렇다 할 재능도 없는 너 같은 덜렁이랑 누가 친구가 되고 싶겠어?"


"배신...자...."


"......그래. 배신한 거야. 내가, 너를. 딱히 놀랄 일도 아니지 않아? 그야 너는 마법소녀. 그리고 나는 그런 마법소녀를 없애기 위한 악의 간부. 전부 친구놀이에 불과 했던 거라고."


흑화 상태에선 긍정적인 감정보단 부정적인 감정이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는 걸 알고 있는 틋녀


그걸 알고서 마지막 도박에 나서고


지금까지 복돋아 줬던 말을 전부 반대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주인공쨩을 마구 도발


쿠웅!!


"잠깐. 갑자기 멋대로 무슨 짓을...! 어째서 제 명령을 듣지 않는 거죠!?"


네가 마법소녀라면 악의 간부인 나를 쓰러뜨려보라면서, 의지의 방향을 교묘하게 우회시켜 세뇌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성공


그러나, 전투타입이 아니었던 틋녀는 결국 주인공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반죽음 당한 상태


겨우 다시 눈을 떴으나 이래선 완전히 첫 흑화 때의 재연


"......없애버리겠어. 너에게 상처 입히는 녀석은 전부, 전부 이 손으로...!"


"바보... 그만둬..."


"...! 틋녀쨩...! ...미안해. 내가, 내가 바보 같이 적에게 조종당하지만 않았더라면...."


다행히 이번엔 의식을 잃지 않은 틋녀


또 한번 뒤틀릴 뻔한 주인공쨩의 마음을 바로 잡아주고서, 언제나처럼 믿고 있다는 미소로 주인공쨩의 죄책감을 씻겨주고 북돋아주는 모습


"응... 응...!"


그리고 주인공쨩 또한 그런 틋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뚝뚝 흘리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


동시에 환한 색채를 발하는 변신 아이템


이번엔 흑화 폼이 아닌, 깨끗하고 강렬한, 맑고도 새하얀 빛이 주인공쨩과 틋녀를 한데 집어삼키고


"어? 어...?"


"괜찮아. 틋녀쨩."


커다란 빛의 구체 안에서 반짝반짝 발광 알몸 상태로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나, 틋녀쨩이 있으면 무엇도 두렵지 않아. 틋녀쨩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주인공쨩... ...응!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 앞으로는 언제까지나 함께야!"


"응!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파아아앗...!!!


언제까지나 함께... 우정의 힘으로 진정한 마법소녀로 거듭난 주인공쨩과 틋녀


"이게... 나?"


"엄청 잘 어울려! 틋녀쨩!"


"...주인공쨩이야말로, 엄청 예뻐."


"에헤헤. 그럴까나?"


"이 무슨 바보 같은 일이...!!"


서로 볼기짝 부비적부비적 깍지손 초밀착 매지컬 보빔 합동 에네르기파로 악의 간부를 처단


이어서 악의 여왕까지 개발살내며 세상의 평화를 도래


이후 불나게 초보빔가열용광로 풀로 돌리면서 북극침몰 시키는 마법소녀의 일반 조력자 친구가 된 틋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