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ily/105233618?p=1



이전화




https://www.youtube.com/watch?v=wqaFYeZ6D3o&




삽입곡은 이거 1.5배해서 들으셈



...5월 18일


드디어 일이 터졌다. 오늘 아가씨께서는 발작 증세를 보였다.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쓰러지셨다. 소리를 들은 에밀리아 양이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가씨께서는 마구잡이로 물건들을 잡아 문쪽으로 던지기 시작하셨다. 베개. 드레스. 이불. 세면대. 미시즈 웰링턴, 미시즈 웰링턴! 에밀리아 양이 도망치며 나를 불렀다. 나는 헐레벌떡 계단을 올라갔다. 아가씨께서는 울먹이며 외쳤다.


“프레이아, 바이올린을 가지고 와. 제기랄! 당장! 아무거나 소리가 나는 물건을 가지고 오란 말이야!”


나는 선반을 뒤져 아가씨께서 애용하시는 바이올린과 현을 들고왔다. 아가씨께서는 내게서 악기를 낚아채, 바흐가 작곡한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를 빠른 속도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원래 연주해야만 하는 속도와는 완전히 달랐지만, 운지법은 단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작은 손은 활을 휘두르며 음계를 뜯어냈다. 아가씨는 바흐라는 위대한 선조 앞에서 칼날을 휘두르는 반역자였다. 나는 아가씨가 자아내는 반역 속에서 전율했다. 아가씨께서 자아내는 선율은 뿌리 깊은 노송나무처럼 흐트러짐 없이 굳건했다. 


곡에 관한 모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러한 파격적인 해석은 아가씨의 주특기였다. 어릴 적 나는 아가씨와 같은 음악 교양 수업에 참가 한 경험이 가끔 있으나, 한 번도 아가씨에게 범접해본 적이 없다. 같은 수준은 커녕 같은 세계에 서 본 적 자체가 없다. 특히 이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는 아가씨께서 가장 주특기로 여기시는 곡으로, 여덟 살 시절에 가정 교사가 연주하는 귀동냥으로 외워 독학해 터득하였다.


다른 곡이라면 그나마 아가씨에게 근접하거나 능하게 구사할 수 있는 악사가 있었지만, 이 곡 만큼은 그 누구도 아가씨에게 범접할 수 없었다. 뮤직홀에서 연주하는 범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전문 연주자들조차 이 곡에 한에서는 한 수 접어줘야만 했다. 가정교사조차도 이 바흐 소나타에 만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 해석을 글처럼 남길 방법이 있었다면, 장담하건데 아가씨께서는 불멸하셨겠죠. 가정교사는 말했다. 신분이 다르기에 내놓은 평이 아니었다. 교사는 오히려 급여를 생각치 않나 싶을 정도로 엄격한 스승이었다. 실제로 나도 같은 교사에게 음악을 지도 받았지만 칭찬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아가씨께서 ‘배반’ 을 일으킬 때만 몇 마디 엄한 꾸중을 들으셨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굉장히 대조적이다. 아가씨는 음악이 없는 땅에 피어난 꽃이었다.


원곡에 담긴 비수와 애수가 아가씨에게 깃든 광증과 뒤섞여 가슴에 찔렸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아가씨에게 수차례 다시 패배했다. 패배할 때마다 마음이 고양됐다. 가녀린 어깨가 흔들리며 음을 확산시키는 동안에 나는 가만히 서서 흔들리는 아가씨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가씨께서는 연주함으로서 무언가를 파괴하고 있었다. 모든 파괴행위를 마쳤을 때 아가씨는 탈진하여 쓰러졌다. 바이올린을 바닥에 두고, 다리를 안으로 끌어모아 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아가씨에게 몸을 부축해도 되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지체하지 않고 팔을 벌려 몸을 맡겼다. 나는 아가씨의 양 팔 사이에 내 겨드랑이를 넣고, 몸을 일으켰다. 가슴이 맞닿았다. 아가씨께서는 내 등에 팔을 둘렀다.


“아아, 프레이아.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왜 너와 둘이서만 남아버리고 만 걸까……? 어째서 우리는 이런 운명에 엮여버리고 말았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가씨는 이 날 하루종일 바이올린을 연주하셨다. 심장을 갈아내듯 손을 움직여 현을 긁어냈다.


나는 연주를 시작하신 아가씨를 두고 청소를 시작했다. 산산히 부서진 세면대를 한 데 모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부자리를 정리한 뒤 방 밖으로 나왔다. 에밀리아 양이 아직 바닥에 앉아 훌쩍거리고 있었다. 나는 에밀리아 양을 가볍게 안아 도닥인 뒤 몸을 일으켜주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는 나아질 기미가 없네요. 불쌍하신 아가씨.”


에밀리아 양은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나도 동감하는 마음이었다.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하세요.”


“아니요. 괜찮아요. 나머지 청소도 마저 맡아서 하겠습니다, 미시즈 웰링턴.”


“하다못해 다른 누군가와 함께 행동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럼 엘리아나 양에게 도와달라고 할게요. 본부대로.”



...5월 19일


마음 속으로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아가씨께서 새벽녘 방 밖으로 나와 변태 행위를 하셨다. 일기이기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전에 본 광경이 결코 헛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주 조금이지만 안도했다. 하마터면 내가 동성 주인에게 욕정하는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고 받아들일 뻔했다. 요즈음 들어 ‘그 일’ 이 내 불건전한 정신이 만들어낸 환각이라고 생각한 일이 몇 번 있었기에……. 자신이 미치광이라고 의심하는 일은 굉장히 힘들었다.



아무튼, 역시 변태 행위는 신경 쇠약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음에 든 병이 커질수록 자신의 순결을 상처입히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 수음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게되는 것이 아닐까? 


아가씨께서는 저번과 완전히 동일한 시간에 나타나셨다. 아무런 일이 없으리라고 판단하여 돌아가려고 했던 내 발은 아가씨의 형상이 사자 상 위에 드리운 순간 멈춰버렸다. 아가씨께서는 바이올린을 켜며 입고 계셨던 옷을 그대로 입고 계셨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계단이 또각거리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앙상한 두 다리는 사자상 앞으로 향했다. 아가씨께서는 초췌한 형상으로 치마를 들어올리고서는 음부 안에 사자의 이빨을 집어 넣었다.


입가에서 산들바람이 흘러나왔고, 머지않아 허리가 그에 호응하듯 왕복하여 움직였다. 몸에 걸친 옷가지가 흔들렸다. 나는 점심에 내가 그 사자상의 먼지를 털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갈기 부분에 손을 올리고 이빨 부분을 먼지 털이로 훑었다. 손가락으로 묻어나오는 먼지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나 뿐만이 아니다. 어제는 에밀리아 양이, 이틀 전에는 엘시 양이, 사흘 전에는 엘리아나 양이 저 사자상을 청소했다. 내, 수많은 하인들의 손가락이 스쳤던 장소에 아가씨가 상스러운 장소를 가져다 대며 애달픈 호소를 내뱉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가씨께서는 저 사자상에 누구를 투영하고 계실까? 누구를 향해 호소하고 계실까? 나로는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질척이는 여성기가 끈적한 실을 내뿜어내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아가씨께서는 치마를 손에서 놓으시고, 허리춤을 떨궜다. 은빛으로 빛나는 침을 입에서 떨어트리고 오 분 후 방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아가씨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사자상에 잔뜩 묻은 체액을 허리춤에 달린 앞치마로 닦고, 방으로 되돌아갔다.



...5월 20일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다. 엘시 양이 잠을 잘 때 이불을 더 가까이 붙여줄 수 없냐고 제안했기에 다음부터는 조금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5월 21일


나는 아가씨께서 근 일주일동안 하신 변태 행위를 총망라해서 정리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변태 행위를 하신 날은 14일, 19일로, 비교적 일정이 한가하신 날이다. 아가씨께서는 요양을 시작한 이래로 꼭 필요하지 않은 사교회나 연주회 요청은 전부 거절하고 있기야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하시는데, 변태 행위를 하신 날은 전부 그런 ‘피치 못할 일’이 생길 염려가 없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아가씨깨서는 나름대로 일정을 생각하시면서 행동을 취하시는 듯 하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니 앞으로 관측하는 바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날을 고를 정도로 여유가 있으시다는 점에 관해서는 한시름 안심이 된다.


문제는 어떻게 저 행동을 그만두게 하느냐이다. 사안이 사안인 이상 이 일은 내가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하고, 아무에게도 걸려서는 안 된다. 심지어 아가씨에게도 말이다. 이 점이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문제를 고민해도 상황을 호전시킨다는 대답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아가씨에게 최적인 환경을 만들어나가며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어야만 할 필요성이 있고, 그럼 나는 내 일에 충실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숫자 ‘8’ 로 된 길을 끊임없이 걷는 듯한 논의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환경이 변화하려는 조짐은 있다는 사실 뿐이다. 오늘 메리 테일러 양에게서 곧 저택에 도착한다는 편지가 왔다. 아마도 내일 도착하리라. 마침 아가씨에게도 새로운 요리를 대접해드리고 싶었던 참이기에 잘 됐다. 이 만남이 아가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 좋으련만.





















잘 쓰고 있음???? 재미있음?????

반응이 없으니까 나 무서워

나죽어버릴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