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가변형 마법소녀인데, 마법소녀들끼리 행동 강령 같은 게 있는 거야.


마법소녀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등장 대사를 외쳐야 하고, 애들이 보고 있으니까 나쁜 말 하면 안 되고, 꿈과 희망의 상징이니까 예쁜 옷에 관리도 해야되고... 등등.


[나는 남자인데 이게 뭐하는 짓일까] 하는 생각에 입으로는 씨발씨발 하면서도, 애들이 본다니까 마법소녀들 불문율에 따르는 거지.


부끄러워도 등장 대사를 만들고, 애들이 배울까봐 욕은 줄이고, 사진 많이 찍히니까 피부 관리도 하고, 애들이 좋아하니까 프릴 달린 옷 같은 것도 입어보고, 하려면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여자 패션도 공부하고...


그런 와중에, 여자친구는 여자의 촉이 발동해서 이상함을 느껴.


남친의 말투나 몸짓도 좀 여성스러워진 거 같고, 방에 못 보던 인형 같은 것도 생기고(다른 마법소녀나, 팬에게 선물 받은 것), 내용물을 안 보여주는 택배도 많아지고(여성 의류나 화장품).


세수도 귀찮아하던 애가, 느닷없이 살 뺀다고 다이어트에, 피부 관리한다고 크림이나 치덕치덕 바르고 있고(사진 찍혔는데 자기 관리 엉망이면 민망하니까 관리 하는 중).


하루종일 폰만 붙잡고 있고, 주변에 여자도 늘은 거 같고(다른 마법소녀랑 정보 공유), 방에서 혼자 이상한 sns춤을 추다가 걸리기도 하고(애들이 좋아한다니까 연습해보던 거).


자기랑 놀다가 갑자기 급한 일 생겼다고 가버리기도 하고(마법소녀 출동).


그렇게 나날이 의심이 쌓여가는 와중.


그 날도 남자친구랑 놀다가, 또 다시 남자친구가 가버리는 바람에 화가 난 여자친구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생각하고 남자친구의 빈 집을 뒤져보기로 한 거야.


분명 뭔가 비밀이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렇게 이리저리 물건들을 숨길만한 장소를 뒤지던 여자친구.


'이게 뭐야. 망사스타킹에... 글리터에... 이런 걸 왜 가지고 있는 건데. 


그렇게 침대 밑에서 발견한 것들은, 숨겨져있던 여성용 화장품과 여성용 의류들.


'여자들이 쓰는 물건이잖아. 이런 걸 왜 감추고 있던 거야...'


충격적인 발견에 굳어버린 여자친구.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여장 취미 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어], 하고 합리화해보려 해도, 최근 남자친구의 수상한 모습이 겹쳐서 자꾸 자극적인 쪽으로 상상이 가는 거야.


'아, 아니지? 설마 여장하고 나 몰래 다른 여자들이랑 변태적인... 아닐 거야. 그런 건 아닐 거야...!'


절망한 여자친구가 울면서 남자친구의 방에 주저앉아있을 무렵.


출동한 남친은 멋지게 마물을 처치하고 나서, 동료 마법소녀들과 우정을 나누고 있는 거지.


마법소녀 A:"어때, 이 누나가 와줘서 살았지?"


가변형 마법소녀:"너 없어도 잘만 잡았다. 막타 쳐놓고 어디서 유세야."


마법소녀 A:"하여간 고맙다는 말 보기 힘들어. 그보다 아까 애들하고 같이추던 그 춤은 뭐야? 그거 요즘 유행하는 거 아니야?"


가변형 마법소녀:"아이씨. 그걸 또 보고 있었냐?"


마법소녀B:"나도 봤지롱.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전에는 같이 하자 그래도 자긴 남자라 그런 거 절대 싫다고 하더니, 흐흐흣."


가변형 마법소녀:"...애들이 좋아하잖아. 마물 때문에 놀란 애들 달래도 주고, 추억도 남기고. 내가 부끄러운 건 잠깐이니까."


마법소녀 A:"너 진짜 많이 달라졌네. 마법소녀 워크에식 무엇."


가변형 마법소녀:"아 맞다. 나 여자친구랑 있다가 나온 건데. 나 먼저 간다?"


마법소녀 A:"어 그래? 잘 가."


가변형 마법소녀:"어어. 갈게!"


마법소녀B:"잘가고!"


마법소녀 A:"...쟤 여자친구 조금 부럽네. 저런 애가 남친이라."


마법소녀B:"질투하냐 미친 년아? 좀 더 가면 아주 뺏겠다?"


마법소녀 A:"야, 그런 거 아니거든!"


한 편 집에 돌아온 가변형 마법소녀는, 뒤늦게야 문자를 보내 여자친구에게 가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만, 여자친구로부터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거야.


'진짜 괜찮은 거 맞나. 요즘 여러 번 이랬는데 분명 화났겠지. 그래도 혼자 푸는 스타일이니까 놔둬야겠다. 괜히 전화걸면서 귀찮게 굴면 진짜 화낼지도.'


다음에는 여자친구에게 진짜 잘 해줘야겠다고 다짐하다가,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물건들 배치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원래 이랬나? 나 없는 사이 누가 왔다가... 에이, 설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거지.


그렇게 여자친구와의 오해는 깊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