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부터 감기몸살도 아닌데 갑자기 온몸이 아프고 춥고 떨림

화장실에서 큰거 싸는데 엉덩이에 뭐가 자꾸 남아있는 느낌드는거임

그래서 엉덩이 구멍을 만져봤더니 크고 딱딱한 폴리머 관같은게 느껴짐


나무위키 좀 읽어보다가 치루일수도 있다고 해서

겁에 질려서 항문외과 후다닥 갔더니 진짜 치루라는거임 ㄷ

괄약근 근처에 있는 항문샘에 염증이 생겨서 터지면 이게 엉덩이 안쪽을 파고들면서 또다른 구멍을 생성하는데

이놈들이 한창 내 엉덩이에 터널공사하던 도중에 내가 발견해낸것

재수없으면 무슨 개미굴마냥 퍼져나가는데

나는 운좋게도 제법 빨리 병원와서 수술자체는 쉽고 재발률도 낮을거라더라

(늦어서 개미굴처럼 퍼져버리면 진짜 헬게이트됨. 

괄약근에 구멍뚫고 무슨 고무관같은거 집어넣고 그래야한다더라 재발율도 높음...

괄약근 ㅈ되서 젊은나이에 X뿌리고 다니는건 덤)


암튼 하루 쉬었다가 담날 바로 수술 진행함

척추에 마취주사 놓는데 진짜

'의사양반...하반신에 감각이 없소...'

이 느낌이었음. 발가락 꼼지락거리는것도 못함


그리고는 여간호사 누나들 앞에서 내 소중한 엉덩이를 테이프 쫙쫙 붙이더니

의사 선생님이 와서 뭔가 슥슥 슉슉하더니 막 레이져로 태우더라

수술 자체는 금방끝났음 10분 정도

근데 나는 이거 자체가 너무 컬쳐쇼크고 겁이나서 가슴이 두근거리더라 ㅋㅋㅋ

하두 긴장해서 심박수치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니까

간호사 누나가 별거아니라고 너무 겁먹지말라고함 ㅋㅋㅋ


암튼 수술끝나고 침대에 실험용 개구리마냥 엎어져서 그대로 환자실로 배달되는데

척추에 들어간 마취약이 뇌에 올라가면 ㅈ된다고 4시간동안 꼼짝없이 누워있으라는거임

고개 드는것도 안됨

인터넷에서 치루 수술 후기 읽어보고 와서 휴대폰 거치대 펼쳐놓고 넷플릭스같은거 4시간 때리면된다캤는데

멍청하게도 침대에 끼우는 형태가 아닌 바닥에 기대는 거치대를 가져옴

어렵게 어렵게 휴대폰 세워놓고 보는데 자꾸 휴대폰이 자빠져서 결국 포기하고 천장보면서 그동안의 인생을 둘러봄


'고기만 먹지말고 야채 좀 먹어라...' '찬것좀 많이 먹지마라...' '잠 좀 일찍 자라...' 등등

그와중에 여전히 엪붕이라고 수술비로 빠져나가는 돈 땜에 못산 MWS, 뷉씨 M16같은게 계속 휙휙 천장을 날라다님


암튼 4시간 지나니깐 그제서야 고개를 들수있게 됐는데

그때부턴 폰겜만 주구장창했음

계속 일에 치여살다가 진짜 간만에 제대로 휴식하는 기분이더라

다만 응디가 자꾸 피나고 진물나고 아파서 그렇지...


보험처리땜에 2인실에 들어갔었는데 같은방 쓰는 아재가 굉장히 친절한 분이라

폰겜 외에는 군대 이야기로 시간 때웠음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았는데 계속 존댓말로 해주고 친절했는데

코골이가 무슨 K9자주포 소리 나는거임 ㄷㄷ


너무 시끄러워서 간호사 불렀는데 어찌나 코골이가 시끄러웠는지

환자실 밖 복도에도 울려퍼졌었고

간호사가 그거 듣고는 아무말 없이 걍 1인실로 데려가주더라

잠은 그냥 여기서 주무시라고 ㅋㅋ

덕분에 2인실 보험료는 다받고 1인실에서 개꿀잠잠 ㅋㅋㅋ


암튼 오늘 아침 의사선생님이 수술 잘됐고 퇴원하고 월욜에 보재서 집에서 혼자 요양하고있음

아직 엉덩이 수술자국이 안아물어서 핏물 계속 나오고 좀 아픈데

몸살, 오한같은건 없어서 좋은듯?


한달동안 미친척하고 맨날 패스트푸드, 돈까스같은거 사먹고 아이스아메리카노 1L씩 마시다 이래됐는데

진짜 식습관 중요하다. 그리고 어디아프면 걍 병원가셈

나는 그래도 안참고 빨리 가서 다행이었지 참고 버티다가 더 ㅈ되는 사람들 많다하더라

내옆에 아재도 그랬음


그리고 치질 대중매체에서 웃기는 병처럼 묘사되는데 당해보니깐 진짜 지옥이 따로없더라

엉덩이에 가시박힌 공같은거 박아넣고 생활한다 생각해보셈

보기엔 웃겨보이는데 당사자는 지옥임...


암튼 건강이 최고라는 어르신들 말이 나도 점점 나이드니깐 공감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