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헉...헉...헉"



탁 탁 탁!



나는 달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고 검은 끊임었는 공간에서 계속 달리고 있었다.



쫓아오는 무언가를 피해서



나는 계속 달렸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환청에 귀를 막으며



'너 같은 해충 새끼들은 다 박멸해야 돼!'


'공작의 양아들이라는 껍데기로 네놈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떤 것으로 가리더라도 네가 해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너는....


.

.

.

.


결코 달라질 수 없다.'


그리고 날 쫓아오던 무언가가 내 어깨를 잡았을 때



"으아아아악!"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고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허억...허억...허억..... 휴..."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그 직후 갑작스레 밖에서 노크가 들려왔다. 그러고 집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비명소리가 들린 거 같아서 말이죠."


"아 -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 문제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옙."


그 대답을 끝으로 복도에 있던 집사장은 다시 발걸음을 돌렸고 나는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편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도 왜 이렇게 불안하지...?'


나는 주변을 다시 둘러보고는 방의 화려함과 안락함에 다시 한번 놀란다.


공작님, 아니 아버지가 나 혼자 쓰라고 준 방이었는데 너무 과하게 좋다는 생각이 팍팍 들 었다.


나는 다시 심호흡을 하고는 방문을 열어 집의 욕탕으로 향했다.


너무나도 넓은 욕탕에 부담감을 느끼고는 물을 채워 넣어 안에 몸을 담그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꿈에서 들은 환청때문에 이러는 건가...?'


아버지께서 날 거두신 지 벌써 며칠이 지났으나 길거리에 있던 시절 사람들이 내뱉은 독설이 꿈에서 계속해서 들려왔다.


머리를 털며 그것을 잊어버리겠다며 다짐하고 다시 씻기 시작했다.


목욕을 끝내고 옷을 입고 식사 테이블로 가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잘잤니 아들?"


".....예 어머니. 덕분에 편하게 잤습니다."


"따로 별다른 문제라던가 그런 것은 없었나?"


"따로 문제는 없었습니다 아버지. 그런데....엄마는 어디로 가셨나요?"


"이수경이라면 아침 일찍 고아원으로 향했다. 무리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빨리 익혀야 한다면서 서두르듯이 가더군."


'엄마....무리하시지 않으셔야 할텐데...'


"배고플테니 우선은 밥부터 먹자꾸나 독자야."


"예 어머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맛을 보면서 다시 생각해도 너무 맛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오늘은 단련이 아니라 역사랑 귀족 관련 공부부터 하거라."


"...?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네 몸은 아직까지 단련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상태다. 아직은 회복을 더 해야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옙."


식사를 마친 이후 아버지에게서 역사와 현재의 주요 귀족들, 교회, 연합에 관한 정보가 적힌 문서를 받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확인했다.


"휴....열심히 익히자."


그렇게 나는 책상에 앉고 산떠미처럼 쌓여있는 문서를 하나씩 펼쳐가며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꽤나 흐른 후, 나는 문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이때까지 본 정보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하자면.... 현재 중앙의 제국을 중심으로 북에는 이민족들의 연합이 있고, 서쪽는 아스가르드라 불리는 서부 연합, 동쪽은 아가레스라는 공작을 필두로 한 동부 연합, 마지막으로 남쪽의 베다로 불리는 남부연합으로 되어있다는 건가?"


다른 파벌들 또한 존재하나 가장 큰 틀로서는 이렇게 4개의 연합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에서의 가장 큰 세력은 에덴이라 불리는 교회 세력이랑 올림포스라 불리는 귀족원과 그 밑의 귀족들의 집단이었다.


귀족원의 경우에는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황제 다음으로 권력이 강하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귀족원의 일원이라는 것과 어머니 또한 그에 준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곧바로 의문이 한가지 들었다.


'황제 바로 다음인 권력집단의 일원 중 한분이신데 왜 이런 변방에 영지가 위치하신 거지...?'


참고로 내가 있는 이 변방의 경우에는 제국을 중심으로 북동쪽의 변방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위치도 위치인지라 따로 특산품이나 특별한 것은 없으나 군사들의 경우에는 다른 연합의 병사들보다 질이 높아 이민족들에게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 들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으려나...'


그리고 귀족원에서 탈퇴를 했는 사람 또한 존재했었는데 말소를 했었는지 다른 기록이 없었다.


"오늘 알아보는 건 여기까진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서를 놓던 그때, 갑자기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손님이라도 왔나....?"


궁금증이 생기며 밖을 살펴보니 다양한 물자를 실은 수많은 마차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뭐지?'


똑. 똑.


의문이 생기던 그 순간, 노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도련님, 옷을 갈아입으시지요.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직후, 나는 옷을 갈아입고 접견실로 향했다.


'누가 왔길래 이렇게까지 준비시키는 거지?'


나는 접견실의 문을 두드리고 아버지에게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봤다.


"들어가도 될까요 아버지?"


"그래....들어오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앉아 있었고 그 건너편에 처음 보는 남자와 내 또래의 갈색머리의 여자아이가 남자의 뒤에 수줍게 숨어있었다.


"오... 저 아이가 공작께서 거두셨다는 아이입니까?"


"그렇소. 독자야. 인사드려라. 월하상단의 상단주이시다."


"안녕하십니까. 김독자라고 합니다."


"그래. 만나서 반갑구나."


'생각보다 예법이 잘 갖춰져 있군. 거둔지 얼마 안됐다고 들었는데 저 정도의 예법이라니.... 몰락 귀족 출신인가?'


상단주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대 뒤에 있는 꼬마 아가씨는 누구지?"


"아 제 딸아이입니다. 이번에 한번 견학을 하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인사드리거라."


"안녕하십니까. 유상아라고 합니다. 공작님과 공작부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만나서 반갑구나. 이제 나이가 얼마나 되었니?"


"올해로 여섯살입니다."


"...여섯살인데도 많이 의젓하구나. 잘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공작부인."


"그러면 아이들은 다른 곳에 두고 우리들끼리 사업이야기나 조금 하는 게 어떻겠나?"


"그렇게 하지요. 상아야. 문제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예 아버지."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상단주님까지 모두 다른 접견실로 이동하셨고 나랑 유상아라는 여자아이만 접견실에 남았다.


처음 보는 사이이기도 하고 애초에 내 또래의 애들이랑 친구를 맺어본 적도 없어서 엄청 어색했다. 그리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엄청 어색하게 행동했다.


'어 - 어떻게 해야하지? 애초에 친구를 사겨봤어야 알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오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맹렬히 생각하고 있을 때, 상대가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


"아...안녕하세요..."


"어..어.... 만나서 반가워."


서로 어색한 인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질문을 했다.


"어쩌다가.... 그렇게 어른스럽게 된 거야?"


"....부모님에게서 계속 배웠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을려면 아이처럼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말라고요. 이번 것도 공작님한테 눈도장 찍으려고 절 데려온 거겠죠."


"그렇냐....?"


'얘도 나랑 사정은 그렇게 다르지는 않네...'


"그러는 오빠는 왜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거에요?"


"....나도 별반 다르지는 않아. 아버지랑 어머니는 별 말씀은 안하시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특히나 나는 주워진 사람이여서 더하지."


서로 신세한탄을 하고 공기가 더 무거워졌을 때도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말은 잘 못해서 미안하다. 그... 내가 또래 친구들을 사귄 적이 없어서..."


그 말에 유상아는 살짝 웃었다. 가식이 아닌 진짜 웃음을. 물론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뭐...그게 그렇게 웃을 일이야?"


"아뇨....쿡쿡. 저도 똑같아서요. 저도 부모님한테서 상단일 배우느라 바빠서 따로 친구들을 사귀지는 않았거든요. 


그 말을 끝내고 유상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천천히 손을 뻗으며 수줍게 제안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 친구 하지 않을래요?"


그 제안에 나도 살짝 웃음 소리를 내고는 승낙의 표시로 손을 잡았다.


"알겠어. 그리고 굳이 존댓말은 안해도 돼."


"그- 알았어...오빠."


이제까지 또래의 친구가 없었기에 우리는 신나게 이야기했다. 서로 가면을 쓰지 않은 그대로를 맞이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신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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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상단주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갈 때, 상아는 마차를 타기 전에 나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오빠! 나중에 또 봐!"


그 말에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고 상아도 대답으로 활짝 웃으며 마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상단주님의 마차가 가고 어머니가 갑작스레 다가오셨다.


"우리 아들, 친구를 새로 사귀니 좋나봐? 아니면 여자친구일려나?


그 말씀에 나는 바로 얼굴을 붉히며 부정했다.


"아 - 아니거든요!"


"후후. 나는 그래도 우리 아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이야기했었는 걸 처음 보는걸. 이제까지는 부담에 진 얼굴이었거든."


"....그랬어요?"


"그래. 내 눈에는 다 보인단다. 그러니 그 아이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기렴. 네 첫 친구니까."


어머니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마차가 떠난 방향을 계속 지켜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친구라.... 나쁜 기분은 아니네..."


이제까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나와 비슷한 처지여서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결론을 가지고 나 역시 조금은 편해진 상태인채로 내 방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오늘 생애 첫 친구를 사귀며 하루를 다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