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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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어 대답하는 대신 침을 크게 삼켰다. 


내 몸을 꽉 쥐고 있는 손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는지,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왜? 떨려? 설마. 오크 킹 앞에서도 의연하던 우리 틋녀잖아?"


대꾸할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떨렸다. 


오크 킹 앞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언데드 군단 앞에서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 왠 여자 꼬맹이 몸이 됐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그 전생을 떠올려봐도, 지금만큼 심장을 옥죄는 기분은 없었다.


시아의 두 손으로 높이 들어올려진 지금은 어느 순간보다더 더 떨렸다. 


"음, 다시 한 번 설명해줄게."


친절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호의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목소리.


그래서 더 역겹다.


"우선, 저기 있는 쇠꼬챙이. 음. 보다시피 크기도 굵고, 와일드 보어 대비용 철책에서 뜯어온 거니까 끝도 날카로워."


내 위치에서 몇 걸음 안 떨어진 땅에, 우뚝 서있는 쇠말뚝. 척봐도 끝이 날카로운게 보였다. 


그뿐 만이 아니다. 몸통은 거무스름 한데 그 뾰족한 부분은 주홍빛으로 빛났다.


그 위에 공기가 일렁이는 걸 보면 도색 따위가 아니었다. 


"응. 내 능력으로 알맞게 데워났어. 틋녀가 차가우면 안되잖아?"


차가우면 안되잖아는 지랄. 쇳덩이가 주홍빛이 날정도면 인두보다도 더한 거 아닐까.


저 위에 올라간다고 생각만으로도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여기..." 


두 번째 건 멀리 있지 않았다. 나는 시아의 말에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굴곡없이 평평한 몸이라 아래 시야를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땅 위에 붕 뜬 내 발. 그 아래. 붉그스름한, 시아의. 


"응. 내 고기꼬챙이..."


미친년. 내 처지를 생각하고 튀어나오려는 욕을 간신히 참았다. 


"이것도 틋녀 몸에 맞게 적당한 온도고, 흐으, 틋녀한테 조금 클지도 그리고 틋녀한데 딱 적당한 크기고. 또...."


적당한 크기고 나발이고. 지금 이렇게 보인다는 건 얼마나 큰지 가늠도 안됐다. 


작아진 몸이라 더 크게 보인다고 여기고 싶지만. 내가 남자였을 때를 떠올려봐도 비교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크기다.  


도대체. 여성으로서 굴곡도 딱히 없는 이 몸이 뭐가 좋다고.


"도대체 왜......"


"응? 무슨 소리야."


"왜, 왜 나야......"


결국 진심이 새어나와버렸다. 그와 함께 그만 눈물도 왈칵 흘러, 끝이 흐려진다.


하지만 시아는, 해맑게 외쳤다.


"틋녀만큼 사랑스러운 여자는 없으니까!"


뻔뻔하고, 어처구니 없고, 경악스러운 말에 흘러나오는 눈물도 멎어버렸다.


하지만 시아는 더 이상 기다려줄 마음이 없는지, 슬슬 제촉한다. 


"자, 선택해 줘. 쇠꼬챙이야? 고기 꼬챙이야? 물론 틋녀는 똑똑하니까아. 훌륭한 선택을 하겠지. 그치?"


쇠꼬챙이를 선택하면 분명 죽는다. 아주 고통스럽게. 


고기 꼬챙이를 선택하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도 않을까?


"뭐야, 틋녀가 저걸 보고 있구나.... 쇠꼬챙이가 더 좋은 가보네? 어쩔 수 없지이~"


시아가 한 걸음, 한 걸음. 달궈진 쇠말뚝을 향해 다가간다. 


훤히 드러난 하체에 열기가 닿을 때 실감했다. 


이거 장난이 아니다.


"음, 틋녀야. 조금 아프겠지만. 그동안 즐거웠."


주홍빛으로 달아오른 쇠말뚝의 날카로운 끝이, 조금씩 내 국부에 가까워질 때.


나는 생각을 멈췄다. 


"고기! 고기 꼬챙이! 으아아! 고기 꼬챙이로 할게에!"


"...정말이지?"


"그래! 그니까 빠, 빨리! 아아, 아악!"


"응, 우리 틋녀가 많이 급하구나! 기다려봐. 응, 응. 이제 기분 좋게 해줄게. 응. 응. 울지 말구. 우리 틋녀 나랑 같이 기분 좋은 거 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