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장 높은 카페, Café of Confession

마참내! 본격적인 카페 개업!


소재 : https://arca.live/b/monmusu/103744058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3968018

2화 : https://arca.live/b/monmusu/104236552

3화 : https://arca.live/b/monmusu/10506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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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어."

'분명히 이 근처가 맞을 텐데... 보통, 문이라는 게 특정 시간에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던가?'



다음 날, 어제의 따스했던 온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눈보라와 추위가 다시 활개를 치기 시작하는 아침.

소피아는 카페의 출입문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끝내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였다.

설마, 문 자체가 통째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형태의 마법일 것이라고 누가 알기나 했겠는가?



[사박... 사박...]

"...! 거기, 누구—"

"셰르파 아가씨! 설산 정찰 날짜는 어제 아니었어? 설산 입구에서 뭐해? 혹시, 이 근처에서 찾아야 하는 게 있는거야?"

"아... 당신, 관공서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눈을 밟는 소리에 놀란 소피아가 뒤를 돌았을 때, 그곳에는 아담한 키에 귀여운 얼굴을 한 청설모 몬무스 하나가 서 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일까, 소피아는 청설모 몬무스를 보더니 곧바로 경계를 풀었다.



"헤헤, 기억하고 있구나? 아가씨는 워낙 말 수도 적고 내 이름도 제대로 기억을 안 해주길래, 나한테 관심이 없는 줄 알았지 뭐야!"

"그야... 관공서에서 저한테 말을 거는 사람은, 거의 당신이랑 당신의 언니 뿐이니까요. 그러니까... 파테파 씨?"

"파테피! 셰르파 아가씨는 항상 내 이름만 잘못 기억하더라?! 몇 번이고 말하지만, '파테파'는 우리 언니 별명이라구! 외우기 힘든 이름도 아니니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불러주면 안 돼?!"



관공서 사람 중에서 유난히 말이 많기로 유명하며, '라타토스크'라는 고유종으로 불리는 청설모 몬무스, '파테피'.

그녀는 특유의 수다스러움과 넉살 좋은 성격, 꽤나 감정적인 성격임에도 쉽게 화를 내지 않는 온유함, 무엇보다 주어진 일은 확실하게 끝내는 성실함 덕분에 민원 처리 분야에서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관공서 직원이다.

하지만, 소피아는 설산 전담 직원이자 파테피의 언니인 '파테파치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항상 파테피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사소한 트러블이 있다.

소피아가 처리해야 하는 일의 대부분은 파테파치오 선에서 처리가 가능하기에, 굳이 민원 처리 부서에서 일하는 파테피에게 찾아갈 일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을 헷갈리는 것쯤은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게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겠지.



"음... 최대한, 노력은 해보죠."

"또 말 뿐인 거냐구... 우리 언니한테는 제대로 '파테파치오 씨' 라고 부르면서, 왜 나는..."

'역시 귀엽다... 파테파치오 씨랑 다른 매력이 있어.'



그저 '이름만 알고 지내는 관계'에 불과한 소피아가 항상 파테피의 이름을 틀리는 무례를 숨쉬듯이 범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그저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툴툴대기만 할 뿐.

파테피의 반응이 흔히 말하는 '타격감이 좋은 반응'이라서일까? 이젠 소피아도 파테피의 이름을 일부러 틀리는 것인지, 정말 그녀의 이름을 헷갈려서 그러는 것인지 모를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 아, 파테피 씨. 혹시 민원 상담, 여기서도 가능한가요?"

"어, 민원 상담? 가능하긴 한데... 우리 언니한테 가는 게 낫지 않아? 셰르파 아가씨는 거의 설산에 관련된 일만 들고 오잖아."

"그렇긴 한데... 행정처분이 꼭, 필요한 사안이어서 말이에요."

"행정처분? 급한 일인가 봐?"

"... 우선, 이거부터 물어볼게요. 혹시, '강제 철거'도 행정처분의 방식에 포함될 수 있나요?"

"뭐???!!"



파테피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소피아는 어눌한 말솜씨로, 파테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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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러니까 셰르파 아가씨 말대로라면, 설산의 꼭대기에 웬 카페 하나가 생겼다는 말이지? 그것도 하루아침에?"

"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카페는 위험한 곳이에요. 꼭 그곳을 철거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파테피 씨?"

"셰르파 아가씨, 혹시 어제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지...? 나, 진짜로 아가씨가 걱정돼서 그래... 하긴, 어려서부터 설산에서 볼 꼴, 못 볼 꼴 전부 보면서 살아야 하니까 살짝 맛이 가도..."

'... 지금 이거, 이번에도 자기 이름 제대로 기억 못했다고 멕이는 건가?'



소피아는 파테피를 내려다보며, 오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다.

아무리 봐도 그녀가 자신을 순수하게 걱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더더욱 뭐라고 쏘아붙일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가 질 때마다 갑자기 카페의 출입구가 설산의 입구에 생긴다느니, 카페의 영업시간이 해가 저물 때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라느니...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지금, '가장 높은 카페'의 존재를 증명할 물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무한 상황.



"일단,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어. 그치만 행정처분을 하려면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은 건 알고 있지?"

"... 공무원이기, 때문인가요?"

"아무래도 그렇지~? 우리는 뭘 하든지 윗선에 신청부터 해야 해.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어떤 공무원이라도 윗선의 허락도 없이 개인 재량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으니까."

"... 그게, 왜 문제인데요?"

"생각해 봐. 설산 위의 테러 집단이라면 모를까, 설산 위의 카페를 조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할 것 같아? 애초에 말이 되는 이야기이긴 하고?"

"..."

"만약 그게 사실이라도, 그다지 중요한 안건은 되지 못할거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아가씨가 제시한 것의 처분 결정이 내려지는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다는 의미야."

"그래도... 가장 높은 설산의, 그것도 맨 꼭대기에 건물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어떤 공간의 일부가 우리 세계에 표류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잖아? 아가씨가 겪은 일은, 단지 그 카페가 있는 세계의 공간이 가장 높은 설산의 꼭대기라는 '아주 특별해 보이는' 장소에 표류한 것일수도 있어."

'공간의 표류... 그런 건가? 오너는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는 건가.'



파테피와 파테파치오 모두, 소피아와는 다르게 '공식적인 공무원'의 신분.

하나의 행동에도 제약과 절차가 덕지덕지 붙어야 하는 공무원의 답답함에, 소피아의 속은 타들어간다.

그럼에도, 진위여부를 떠나서 가장 높은 카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기 때문일까? 소피아는 타들어가는 마음 속에서도 작은 오아시스 하나를 발견한 듯했다.



"하아... 공무원이라는 거, 원래 그렇게 귀찮은 건가요."

"당연히 귀찮은 일 투성이지~ 심심하면 찾아오는 악성 민원인에, 뭐만 했다 하면 서류더미에 파묻혀야 하지, 수틀리면 말보다 주먹이 빨라지는 진상도 있고... 말 나온 김에, 아예 부서를 옮기던지 해야겠네. 최근에는 개인적인 일로 찾아오는 악성 민원인이 늘어서, 민원 처리 부서 전원이 고생 중이거든!"

"... 속는 셈치고, 오늘 저녁에 여기로 와보세요. 커피값으로, 고민도 받아준다고 했었거든요."

"그래, 뭐... 못할 건 없지! 어차피 우리 집도 설산에서 멀리 떨어진 편이 아니니까. 게다가 커피값이 고작 내 이야기나 고민이라면, 공짜나 다름없는 거잖아? 커피도 마시고, 고민 상담도 받고! 이런 기회가 한두번이겠어?"



커피값으로 '이야기나 고민'을 받는 카페.

파테피가 생각하기에도 이만큼 매력적인 조건을 가진, 까놓고 말해 이만큼 비현실적인 카페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기에 파테피는 오늘 저녁, 설산으로 향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만약, 이것이 단지 소피아의 망상이나 꿈 이야기라면... 그저 운동삼아 설산 주변을 산책한 셈 치면 된다.

거짓이어도 딱히 상관없고, 만약 진실이라면 이득밖에 없는 제안.

파테피에게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왜 이 시간에, 밖에 나와있는 건가요? 아직, 관공서에 있어야 할 시간 아닌지..."

"어라~? 셰르파 아가씨, 여태 몰랐어? 오늘은 쉬는 날이라서 관공서도 하루동안 문 닫아!"

"... 관공서도, 쉬는 날이 있나요."

"우리 왕국이 그 정도로 악덕국가는 아니거든?! 하긴, 우리 언니처럼 일부 부서는 쉬는 날에도 일하니까, 셰르파 아가씨는 몰랐구나?"

"... 그렇게 말하자면, 민원 담당도, 보통 쉬는 날에 일해야 하는 게...?"

"옛날이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악성 민원인 때문에, 아예 민원 담당도 쉬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거든! 이걸 좋다고 해야하나, 싫다고 해야하나..."

"... 고생이 많네요."

"그치그치~? 애초에 고생 안 하고 사는 사람은 얼마 없을걸? 여기서 어떤 고생도 안 할거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시계탑의 주인인 구미호 님이나, 고서탑의 아울 메이지 님 정도려나?"

"..."



소피아는 정찰 결과를 보고하러 관공서에 도착하기 전까지, 파테피의 수다를 흘리듯이 들어준다.

필요 이상의 대화는 의미 없으며, 쓸데없이 가까운 관계 역시 맺을 필요 없다.

그 상대가 정보를 다루는 라타토스크라면 더더욱,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파테피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설산의 비밀을 발설한다면, 언젠가 그녀가 설산의 얼어붙은 표지판이 되어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설산 관련 업무 담당 부서]
[Closed, 영업시간 종료]
[현재 시간, 13:30]

"... 아."

"뭐, 당연히 문 닫았겠지~ 벌써 점심시간도 지났고, 셰르파 아가씨는 평소에 아침 일찍 왔었잖아? 쉬는 날에도 일해야 하는 부서들은 대부분 오후 1시까지 일하고 퇴근하거든~"

'곤란한데... 어머니께서 아신다면, 불같이 화를 내시겠지...?'



파테피의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흘려들으며, 겨우 도착한 관공서.

소피아와 파테피를 반기는 것은 영업 종료를 알리는 팻말 뿐이었다.



'오너... 그 사람만 아니었더라도.'



소피아는 머릿속으로 실컷 오너를 탓하기 바쁘다.

실제로 설산에서 오너를 만난 날인 어제부터, 소피아의 생활은 그녀가 일상으로 여겼던 것에서 벗어나는 듯했기 때문이다.

어제는 독한 술에 취해 늦게 일어나질 않나, 오늘은 '가장 높은 카페'의 흔적을 조사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팽개쳐두질 않나.

소피아는 베테랑 셰르파답지 않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을 서브리미스 가의 당주인 소피아의 어머니가 알게 된다면, 소피아는 셰르파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머, 소피아 씨! 오늘은 늦게 왔네요? 역시 조금 더 기다려보길 잘했네~"

"...! 파테파치오 씨! 다행이다..."

"이거 봐! 언니 이름은 이렇게 잘 기억하면서, 왜 나만 대우가 그런 건데?!"

"어머, 테피도 있네? 소피아 씨, 혹시 우리 테피에게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건가요? 실례가 안 된다면 평소에 하던 보고도 겸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뭐... 상관 없어요. 그럼, 오늘의 보고부터 드리자면..."



파테피의 언니이자 반쪽짜리 라타토스크, '파테파치오'.

그녀는 파테피와 반대로 꽤나 큰 키에, 상당히 어른스러운 미모와 공무원 치고는 대담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소피아는 파테파치오에게 어제 있었던 일의 보고와 온기가 식은 자들의 유품, 그리고 관공서에 오면서 파테피와 나눈 '가장 높은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파테파치오도 처음에는 소피아의 정신 건강을 걱정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소피아의 말을 '공간의 표류'로서 믿어주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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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셰르파 아가씨가 이야기했던 카페의 출입구가 여기쯤에 생긴다고 했지?"

'셰르파 아가씨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역시 우연이겠지? 그런 카페가 있을 리 없잖아! 그치만 궁금하잖아? 그래,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한걸! 딱 사실확인과 교차검증, 그것만 하고 돌아가서 쉬자. 아무리 '정보의 무덤'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가장 높은 설산도, 이 정도의 탐색 활동은 괜찮겠지!'



밝은 태양이 가장 높은 설산을 지나, 하얀 지평선 너머로 수줍은 듯 붉어진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는 저녁.

파테피는 산책 삼아, 설산의 입구를 향해 걷고 있었다.

마치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필름 속을 거니는 것처럼,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붉은 빛으로 바래가고, 저 멀리에는 설산의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파테파치오와 다르게, 파테피는 소피아의 말에 대한 믿음이 없었지만... 라타토스크로서의 성격을 짙게 물려받은 청설모 몬무스인 파테피에게 미지에 대한 불신은 곧, '호기심' 그 자체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설산의 최정상에 있는 카페라니, 그럴 리가...



"어라...? 저 문, 원래 저기에 있었던가?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셰르파 아가씨?"

'설마, 정말로 저게 가장 높은 카페로 통하는 출입문—?'



... 없어야만 했고, 있어서도 안 됐다.

그러나 파테피의 눈 앞에 있는 것은 그녀의 망상도, 환각도 아닌 '진짜'였다.

게다가 문 옆에 서 있는 소피아는 '역시 찾아올 줄 알았어.' 라고 말하는 듯, 희미한 미소로 파테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 긴 말은, 필요 없겠죠?"

"응... 나 엄청 떨려!"



수다스러운 파테피의 입을 순간 다물게 만들 정도로 신비한 현상.

파테피가 한 눈에 보기에도 이것은 '단순한 공간의 표류 현상'이 아닌, '캐낼 가치가 넘칠 정도의 이상현상'이었다.

이 순간, 정보를 캐내려는 자를 대표하는 라타토스크와 정보를 지키려는 자를 대표하는 셰르파는, 정확하게 의견이 맞아떨어졌다.



'일단, 조사부터 하자!'



두 사람은 문에 매달려 있는 '커피가 그려진 팻말'을 바라보며, 힘차게 문을 열었다.

미지의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문 너머에는, 도저히 설산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따스하고 포근한 바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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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공식적인 첫 손님, '파테피'의 본격적인 접대는 다음 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