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거리는 평화로웠다. 햇빛이 맑은 봄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함께 웃음을 지으며 놀고 있는 아이들, 이런 날에도 공부를 하러 스터디 카페로 향하는 수험생들.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가는 듯했다.




나는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웃음을 짓고 싶다고. 요즘 내겐 불운만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큰 웃음을 지은 날이 언제였는지 손을 꼽으며 세어야 할 정도였다. 매일 잠에 들기 전,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곤 했다.




그러나 나를 조롱하듯 세상은 나를 빼고 평화롭게 흘러갔다. 거대한 파도가 도시를 덮치거나, 지진의 강타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화재가 나 건물이 불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나도 포기한 채, 마지막 소망을 중얼거렸다.




"...그냥 모두가 저항할 수 없는 존재가 왔으면 좋겠다."





그게 인간이던, 공룡이던, 외계인이던, 신이던.

모든 걸 없애줬으면 좋겠다.





그런 망상을 했다. 아니, 망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 소원을 말한 지 몇십 분이 지났을까. 도시에 큰 지진이 덮쳤다. 갑작스러운 강한 지진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건물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사람들이 넘어졌다.

그때, 햇빛이 사라졌다. 갑작스레 도시는 밤이 되었다. 아니, 밤이 된 게 아니었다. 그것은 그림자였다. 형용할 수 없이 거대한 무언가의 그림자였다.





"오, 꽤 큰 도시가 있었구나? 물론 내 눈에는 전부 회색 알갱이일 뿐이지만.. 하하."





엄청나게 거대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공룡의 울음소리보다도 거대한 것 같았다. 목소리만으로도 약한 창문이 깨졌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며 귀를 막았다. 빠르게 귀를 막은 나조차도 머리가 울리는 기분을 받았다.





"요즘 자위를 못했더니 꽤 쌓인 것 같은데.. 지금부터 너희가 욕구를 조금 풀어줘야겠어."





아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진이 덮쳤다. 거인이 내가 있는 도시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알몸인 상태로 자신의 거대한 성기를 꺼내었다. 우리 도시에는 꽤 큰 산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산맥은 거인의 무릎에 가볍게 짓뭉개져 크레이터가 된 상태로 남았다.





거인의 거대한 손이 산맥보다도 몇십 배는 거대할 자지를 문지른다. 자지에서 떨어진 쿠퍼액이 도시를 집어 삼켰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자지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쾌락에 젖은 거인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압도적인 그의 자지가 도시에 닿았다. 그의 자지가 도시를 쓸고 지나갔다. 분명 나라를 대표했던 유명한 관광지였을 도시는 한 소년의 자위 도구로 쓰일 뿐이었다. 하지만 몇 백만 명이 있어도 소년의 자지 하나를 이기지 못할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보단 소인의 나라 몇 개는 가볍게 자지로 멸망시킬 수 있는 거인이 훨씬 우월할 것이다. 소년 한 명의 자위도 이길 수 없는 사람들은 거인의 자지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그의 자지가 부르르 떨리며, 불알에 축척되어 있던 정액을 토해냈다. 거대한 사정음으로 인해 몇 십만 명의 소인이 추가로 죽게 되었고, 정액의 해일에 덮쳐진 도시의 건물은 전부 무너졌다. 나는 내 앞의 자지 산맥과 정액 해일을 두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그 거대한 거인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난 체념하고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절정에 다다른 자지는 더욱 거대한 해일을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소인들은 절망에 빠졌다.





나는 어느새 해일에 휩쓸려 내려가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다.





주위는 전부 무너진 건물과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젠 익숙해진 거대한 지진 덕분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고개를 가까스로 들었더니 내게서 몇 백 미터 떨어진 마을에 거대한 살색의 무언가가 낙하했다. 작지만 가족이 살기 좋았던 아담한 집 몇 십 채가 거인의 발에 짓뭉개졌다. 집 안에 숨어있었을 가족 또한 거인의 발에 짓뭉개져 죽었겠지. 분명 몇 백 미터나 떨어진 곳이었으나, 거인의 발은 내 바로 앞까지 닿았다. 주택가를 몇 개나 짓뭉개 놓고도 아직 많은 걸 짓뭉갤 수 있는 발이 신의 신체처럼 보였다. 아니,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거인은 신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를 이렇게 죄책감 없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필요 없는 행성을 처분하기 위해 직접 강림한 것이다. 그렇기에 난 그를 숭배하기로 했다. 만약 숭배한다면, 그렇다면 그의 황홀한 몸에 갇혀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지도 모른다. 미생물에서 신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 전의 무료했던 인생보다 훨씬 가치있는 신님의 일부가 될 지도 모른다.





신님의 거대한 발이 주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의 체취가 도시, 아니 미생물의 터전을 향해 가라앉았다. 나는 황홀한 신님을 바라보았다. 신님의 발은 산맥을 짓밟을 수 있었다. 그만큼 거대한 신님의 발이 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아무리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신님의 진정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거대하신 걸까.





그때 신님의 엉덩이가 하강했다. 오랜 시간을 걸으셨기에 다리가 아프시겠지. 잠시 대륙을 빌려 휴식을 취하시는 것 같았다.

신님의 엉덩이에 잡아먹혀 죽게 된 사람들이 부럽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니 이번엔 하늘이 아닌 신님의 몸이 보였다. 산맥보다도 거대한 자지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신님은 그 거대하고 황홀한 성기를 내게로 내렸다. 아아, 드디어 신님과 한 몸이 될 수 있게 된 걸까.. 행복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보인 건 어두운 세상이었다. 나는 분홍빛의 지면에 누워 있었다. 저 앞에는 마치 세상의 가장 아래에 닿을 듯이 거대하고 깊은 구멍이 있었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또 다른 하늘이 있었다. 살색의 하늘 위엔 면으로 된 듯한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의 주위에는 거대하고 많은 양의 노란 무언가가 있었다. 아아, 신님이 내게 축복을 내려주셨구나. 이것은 신님의 일부이다.




그렇게 나는 신님의 인생에서 의미가 없을 왜소하고 하찮은 세상에서 벗어나 신님의 일부가 되었다. 가끔 하늘이 열리며 나와 같은 삶을 살았을 불쌍한 미생물들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이곳으로 오라고, 신님의 일부가 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외쳤다. 신님의 자지님에 공격을 가하는 멍청한 미생물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신님의 발에 밟혀 죽거나, 자지님의 일부가 되거나, 신님의 입안으로 들어가 삼켜지곤 했다. 드디어 축복을 받게 되었구나. 그들도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아무것도 아닌 소년이 아닌 세상을 지배하게 될 신님의 자지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