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식 45분 유통기한 전술


페르민 4미들에 텐센은 피보테 자리에서 더미 역할만 하고 귄도안 - 페르민 - 텐센 3명이 번갈아서 프리롤 + 스위칭으로 수적 우위,

좌측 칸셀루를 윙 위치만큼 높게 끌어올려서 우측 쿤데-야말 듀오가 볼 전개를 높게 끌어올리다가 좌측으로 틀어서 아이솔레이션 하는 전술도 좋음.

페르민 4미들 + 포지션 스위칭에 칸셀루를 평소처럼 지공 상황으로만 놔두는게 아니라 쿠바르시도 높게 올려서 공격 하는 모습이 인상적.

확실한건 차비 아이디어는 진짜 좋음. 실제 경기력도 전반전 ~ 후반전 초반은 모두 주도했음.

차비가 항상 패배하고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기를 지배했다" 이 지랄하는게 마냥 틀린 말은 아님. 차비도 알고 있는거임.

나폴리전, 파리전, 레알 엘클 1,2차전, 지로나전, 비야레알전 등등 지거나 답답했던 경기에서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다는 말이 나온 이유가 그런 것.

후반기 차비가 보여주는 45분동안의 아이디어나 전술은 완벽하지는 못 할 지언정 경기를 주도하고 소유하는 모습을 연출했음.


(텐센의 선제골이 그런 장면. 중원에서 지로나를 끊임없이 괴롭혔음.)




그러나 축구는 90분 경기임. 퇴장 이슈로 터진 챔스 파리 2차전이나 칸셀루 실책이 너무 컸던 리그 엘클 2차전 정도를 제외하고는 차비의 잘못이 꽤 큼.

이번 지로나전을 봐도 그럼. 지로나의 후반기 폼은 절대 전반기의 압도적 레벨이 아님. 체력적 이슈도 많이 터졌고 미첼도 전술적으로 고착화되었음.

그러나 미첼이 차비와 다른 가장 큰 점은 전술의 잘못된 부분을 수정 할 줄 알고 있다는 것. 차비는 이런 능력이, 경험이 너무 부족함


지로나의 전반전 압박 시퀀스가 중앙에 집중된 시스템이어서 수적우위를 형성한 바르셀로나 상대로 공을 자주 뺏겼고 전개도 막막했음.

바르셀로나는 전방압박을 잘 하는 팀이 아닌데도 볼을 계속 끊겼으니 기본 설정 자체가 잘못된거라는 얘기.

그래서 후반전 미첼감독은 중원에 대한 마킹을 강하게 주기보다 측면, 쿤데-야말 라인과 페르민 귄도간의 스위칭 라인에 대한 지역방어로 전술을 바꿈.


동점골을 허용한 장면도 그러한 전술적 변화가 먹혀든 장면.

단순하게 이 장면만 보면 세르지의 개인 실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애초에 측면 지역수비로 오는 압박을 중원 밸런스에만 신경쓴 바르셀로나가 

탈압박 개인 기량만으로 구조적 결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 예정된 수순.


여기까지도 전술적 변화를 줄 시간은 충분했음. 페드리-하피냐를 빨리 투입해서 메짤라 역할을 준다던지, 

페드리의 하프 스페이스 공략 능력을 사용하던지, 아예 교체 자체를 통해서 상대방 템포를 끊는다던지.

허나 차비는 계속 망설이고 타이밍만 질질 끌었음. 본인 말대로 주도하던 경기를 본인이 제일 먼저 당황해서 주도당하기 시작한 것.



역전골 허용도 마찬가지. 중원 밸런스에만 신경쓰고 유통기한이 다 한 바르셀로나 상대로 공을 끊고 역습으로 득점.

공을 잡아도 측면 지역방어를 깔아놓은 지로나가 버티니 전반전 하던거 그대로 하는 바르셀로나는 뚫어낼 리 만무.



물론 차비도 차비지만 칸셀루의 고질병도 컸음. 파 포스트쪽 수비 가담과 공수 전환에 대한 느린 템포는 포르투의 원더골 득점을 돕는 기반이 되었음.


차비의 연임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시즌에는 좀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줄 필요가 있음.

이딴 병신 유통기한 전술 하에서도 경기를 이끄는 07년생 듀오가 참 대단하게 느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