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먼저, 본인은 어쩌다가 보니 군단 내에서 사단이 바뀌고 동일 계열 안에서 보직도 바뀌어본 전역자임.

물론! 불미스러운 일이 아닌, 부대 해체에 따른 전속.

그러다 보니 27사단에서 짬찌 시절 다 보내고, 15사단에서 남은 기간 마무리했음.

광고로 최애의 짬밥 뜨길래 뭐지? 신선한데? 싶어서 눌렀는데, 대회였네?

깡계에 가까운 수준이니까 상품 안 줘도 됨.


두 부대에서 살아본 데다 후반기 + 논산 까지 하면 4군데의 밥을 다양하게 먹었다고 할 수 있음.

여러 짬밥을 먹었지만, 기본적으로 식단과 맛,간,양은 자운대 육군종합군수학교 식당에서의 밥이 원탑이였다.

일단 부대가 크고 후방인데다가, 취사병과 교육도 있는 곳이기에 어느때나 한결같이 맛있었지. 부식도 빠짐없이, 넉넉히 나오고.

무엇보다 고기 같은 인기메뉴의 배식량이 엄청나게 많았다.


내가 뽑은 최애의 짬밥 1위는, 꼬리곰탕 + 오징어젓갈 임.

취사병들이 캔 까서 뚝딱 끓여내는 완제품 꼬리곰탕.

이거 나오는 날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27사단에 있을 때는,부대 내 신병교육대 식당에서 훈련병과 밥을 같이 먹었는데, 이때는 진짜 너~무 맛 없을때가 많아서 PX 를 자주 가던지 아니면 빵으로 때움. 그나마 완제품 위주로 구성된 식단이면 먹을만 했지만, 그게 아니라면 심각한 수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사단과 27사단에서의 꼬리곰탕 + 오징어 젓갈은 진짜 맛있었다.

이제는 없어진 부대니까, 욕 좀 해봄.

아무튼, 식사 타이밍에 따라 이 메뉴는 맛이 바뀐다.

무슨 말이냐 하면,

위쪽에는 뜨거울때 비교적 국물이 담백하며, 뼈와 고기가 적당히 붙은 채로 먹을 수 있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아래엔 도가니탕마냥 엄청나게 찐득하고, 깊고, 진한데다가, 뼈가 한 무더기인채로 우려진 곰탕(액기스)만이 남게 된다.


짬이 차면 왜 맛있어지냐고?

골라 먹을 수 있으니까.

오늘 좀 느끼하게 먹고 싶으면 늦게,

오늘 좀 고깃국 먹고 싶으면 빨리.

짬의 특권 아니겠나.


여기 밥 말고 한숟갈에 매콤짭짤하면서도 쫄깃한 오징어젓갈로 마무리하면 여름이고 겨울이고 아주 든든하다.

물론 빨판인지 뭔지 자꾸 씹히는데, 이건 좀 개선했으면 함.

아니 씹다가 뭐 나오길래 뭐꼬 플라스틱이가 했는데 빨판 비스무리한 뭐시기더라고.

쏘야 미역국 김 조합도 좋지만, 난 국물류 음식을 더 좋아하는 데다가 국밥을 특히 좋아해서 이게 1등이다.


하나만 쓰기엔 다음엔 안 올꺼 같으니, 후순위도 적고 감.


내가 뽑은 최애의 짬밥 2위는, 「아침 불닭볶음면 임.

이건 좀 특이한 케이스였는데, 내가 후반기 교육으로 자운대에 있을 시절, 조교의 실수인지 아니면 배식 실패였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아침 밥을 먹으러 가니 반찬은 있는데 밥이 없다. 어디선가 나타난 간부님(감사합니다 ㅠㅠㅠㅠ)의 호통으로 우린

아침부터 까르보불닭 컵라면 하나에 밥을 먹게 되었다.

군대에서 아침밥을 까르보불닭 먹을 줄은 몰랐지만, 특식에 가까운 메뉴 구성에, 라면이였기에 엄청나게 만족스러웠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복숭아 음료수 500미리 하나에, 라면, 찜닭, 김치, 간장떡볶이로 기억함. 반찬쪽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남.


내가 뽑은 최애의 짬밥 3위는, 「즉각취식형 1식단 볶음김치」 임.

마지막인 3위에 무슨 전식이냐.

사실 이 말도 맞다.

근데 추억 보정이 뭔지는 다들 알 꺼고,

존나 추운 혹한기, -30이 그냥 넘어간 강원도 철원의 산골짜기 어디선가

내 차로 가서 히터 틀고싶지만 안되니까 텐트 안에서 줄 당기고 몸으로 데운 덜 차가운 물, 건빵 좀 먹으며 기다리다

따뜻한 밥 먹으면 그거만큼 맛있고 따뜻한게 없다.

차도 얼어붙고 내 입김도 얼어붙는 이곳에서, 따뜻한 밥과 반찬, 그리고 잘 익은듯한, 거의 묵은지에 가까운 볶음김치.

여러 나라의 전투식량도 먹어보고 해봤지만 이게 제일 생각이 난다.


아, 혹한기 하니까 생각난건데

PX에 파는 파인애플 통조림 하나 사서 텐트 머리맡이나 바깥에 두고 잤다가 다음날 먹어보셈

꽝꽝 얼지는 않고 슬러쉬 같은 느낌으로 얼어버리는데

진짜 맛도리임

혹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샤베트...랄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움

군대에 있는 모두들 고생이 많아요

힘들어도 참으면 전역일 금방 옵니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