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리뷰 대상 : 샤토 라포리 페라게 2016, 아드백 13y 하피스테일> 


0. 들어가기에 앞서.


혼자 이 375ml 짜리 와인을 섭취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되어 바틀 제공자이신 @로크 님의 양해 하에 

제 나름대로 엄선된 3명의 패널을 초대(?) 하였습니다. 그 편이 더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꽤 긴 리뷰가 될 수 있으니 귀찮은 사람은 

맨 뒤의 한 줄 요약을 보도록 


패널 A : 각종 서양권 미식 정보나 레퍼런스에 능숙한 미식가+취미 요리인 영어 능력자.  

패널 B : 피트를 사랑하는 애호가. 강렬한 타격감을 지닌 버번과 피트를 좋아한다.  

패널 C : 술은 가끔 가벼운 와인 정도를 곁들이는 정도지만 파인 다이닝에 익숙하며 예민한 코와 감각을 지님. 



1. 리뷰 및 검증 방법 


위스키 체이서로 소테른 와인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스키를 먼저 마시고. 와인을 후에 마시면서 공통점이 있는지 혹은 전혀 다른 부분이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느껴보기로 함.


다만, 해당 위스키가 피트 위스키인점 감안하여 진행.  



1) 컬러, 레그, 마시기에 앞서 


나 : 컬러 자체는 비슷해 보이는데 하피는 기본적으로 버번캐+소테른캐 원액을 혼합한 후 병입한 것으로 완전히 소테른 캐스크의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놀랍도록 소테른을 연상시키는 옅은 황금색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패널 A : 원액의 레그나 질감은 소테른 쪽이 아무래도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을 준다. 

패널 B : 각 술의 상대 도수 자체는 약 40도가 될 것이지만 아무래도 소테른의 잔당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패널 C : 평소 위스키를 잘 접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색감임은 확실한 듯 하다.


2) 노즈 



-하피에 대해


나 : 모과, 과일잼, 곡물, 스모키, 피트. ㄱㅎ예상된 향조 구성인듯? 46도다 보니 부즈는 별로 없는듯 하다.

A : 청사과, 마멜레이드 약간...바닐라와 피트 같은 증류소의 코리브레칸과 비교했을 때 꽤 점잖은 것 같다. 취향은 그쪽(코리)인데

B : 피트, 꿀 같은 달달한 향기. 타다 남은 잿가루 같은 스모키가 개인적으로는 많이 느껴진다.   

C : 병원냄새, 이걸 피트라고 하나요?.. 돌이끼, 스모키, 시트러스 오렌지 정도? 되게 신기한 향이 난다.  


-소테른에 대해


나 : 익은 사과, 시트러스, 모과 은은한 꽃 - 전반적으로 피트와 스모키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향조 구성이 따라온다고 본다, 어떻게 느꼈나?


A :  난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달콤함의 뉘앙스는 소테른이 더 높은 듯 하다. 이건 피트의 영향일 수 있겠다.

B :  이게 플라시보일 수 있는데, 전반적인 향조의 기본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C :  달콤함이나 과일같은 느낌을 담은 소테른쪽이 훨씬 맡기 편하다. 알콜 자극이 없고 과일 바구니 담은 것 같다.




3) 팔렛 


-하피에 대해 


나 : 물탄 꿀, 희석된 과일 즙, 스모키, 마른 콩을 찐 것, 피트 

   

아드벡이 원래 가벼운 바디감인데 하피는 더 가볍다. 그리고 향과 색에서 주는 기대감보다는 훨씬 드라이하다. 역시 도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우가달이나 코리브레칸 같은 정규 라인업의 경쾌하면서도 강렬한 단맛보다는 좋게 말해서 은은하고 나쁘게 말하면 임팩트가 떨어진다. 맛은 있으나 기대했던 방향과는 약간 다르고 내가 생각해오던 아드벡 답지는 않다.


A : 향에서 느껴지는 기대감 대비 드라이한 부분은 동의한다. 아무래도 우가달이나 코리와 도수의 차이가 크지 싶다. 개인적으로 비잘비큐가 맘에 들었는데 비잘비큐도 50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 맞다. 50.2도 일거다.


B : 피트와 잿가루 같은 맛이 꽤나 강하다. 버번캐만 쓰는 피트는 단맛과 짠맛 스모키함과 피트감, 해조류 느낌이 절묘한 적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와인캐가 들어가면 피트의 장점이 흐려지는 지점이 있다고 본다. 소테른 캐스크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C : 도수가 대단히 강한것에 비해(평소 와인 정도의 도수만 마심) 곡물의 단맛과 해조류의 짭조름함, 마른 돌이끼 같은 부분이 재밌다. 찾아먹지는 않을 것 같지만(웃음) 


- 소테른에 대해


나 : 잘 만든 사과주스 같은 느낌은 여전하다. 예전에 사토디켐을 경험해본 기억(https://arca.live/b/alcohol/93030491)을 반추해 볼때 소테른은 제조공정의 난이도 상 태생적으로 퀄리티가 낮을 수는 없겠다라는 인상을 가진다.  모과, 열대과일, 약간의 산미와 쿰쿰함, 농후한 단맛과 감칠맛 등, 술을 평소에 즐기지 않더라도 소테른은 싫어할만한 요소가 없다시피하다. 하피와는 농밀한 과일 꿀절임 같은 달콤한 노트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A :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이건 그냥 맛있다. 앞의 하피와 비교해서 피트 처리를 포함하여 분명히 장르나 재료가 다른 술이나. 베이스라인이 같은 부분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B : 단맛을 평소 선호하지는 않는데 소테른은 맛있다. 피트 위스키와 소테른 와인이 단순히 캐스크라는 연결점을 통해서 얼마나 비슷하겠는가 라는 부분에 있어서 회의감이 있었는데 다른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과일같은 부분의 공통적인 노트들이 있다.


C : 가볍고 열대과일적인 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다만 하피에서의 그것은 금방 사라진 후 몰트의 느낌이 강하게 남는데 반해서 당연한 말이지만 소테른 와인은 시종일관 과일 같고 달콤하다. 평소 모스카텔 와인이나 마데이라를 즐겨마시는 편인데 소테른도 앞으로 즐겨마셔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4) 피니쉬


-하피에 대해


나 : 스모키, 버터스카치, 허브, 풀, 마른 볏짚


전형적인 피트 위스키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다. 다만 갯벌을 머금은 것 같은 약간의 오프노트가 있는 듯 하다.


A : 그냥 물 같다, 약간의 레몬 껍질 같은 시트러스가 느껴진다. 과일 같은 느낌보다는 지하실 바닥의 먼지에 습기가 찬듯한 쿰쿰함이 있다.


B : 앞에서도 말했지만, 잿가루 같은 느낌이 나한테는 많이 느껴진다. 스모키와 잿가루, 피트다운 느낌이며 플로럴 하거나 프루티한 부분은 잘 모르겠다.


C : 오트밀이나 보리를 짓이긴 돌덩이에 생긴 마른 이끼 씹는 뉘앙스가 난다. 


나 : C씨는 오늘 대단히 흥미롭다. 위스키를 거의 접하지 않고 사전 정보도 별로 드리지 않았는데 공식 노트와 거의 일치하는 부분을 잡아내는 듯하다.


-소테른에 대해


 나 : 이건 비슷하리라고 생각하는데 오일리한 질감, 버터같은 고소함, 과일과 꿀의 달콤함, 약간의 산미와 잔당감이 입에 남아 대단히 조화롭게 작용한다. 하피와의 유사점은 찾기 힘들다.


A :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확실히 와인과 위스키가 나뉘는 지점처럼 보인다. 브랜디라면 좀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B : 애초에 완전히 장르가 다른 술임에도 캐스크를 매개로 이 정도 공통점을 보인다면 확실히 캐스크가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밖에 없을 것 같다. 심지어 완전한 소테른도 아니고 버번캐스크 메링에 피트 처리까지 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나: 이게 한 줄 요약 아니냐 (웃음)


C : 동의한다. 재밌고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은 즐기지 않는데 앞으로는 조금씩 찾아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 예상보다 훨씬 복합적이더라.





5) 총평& 후기 

  

전반적으로 대단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애초에 완전히 장르가 다른 술임에도 캐스크를 매개로 이 정도 공통점을 보인다면 확실히 캐스크가 위스키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밖에 없을 것 같다."  라고 위에 한 줄 요약을 해버려서 .. 나중에 글렌리벳 18과도 비교를 해보고 옥토모어 14.3과도 비교를 해보았지만 역시 하피스테일 같이 유사점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 : 위스키와 와인의 체이서로써 같은 타입의 캐스크를 공유하는 경우 공통적인 노즈와 팔렛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나눔 챈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냅니다. 

@로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