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굳이 1등을 할 필요가 있나?"


틋녀의 대답에는 아무런 분노, 슬픔, 부러움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오히려 화가 나라고 일부러 한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대답이 돌아오니 역으로 내가 조금 당황스러워졌다.


분명히 소문으로는 1등 아니면 못 배기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위에서 남들 깔보는 재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자기를 이긴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복수'를 꼭 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이게 그냥 소문도 아니라 아카데미 학생들 중에 실제로 경험한 애들도 많았는데?


"이번 기말고사 1등 축하해."


나에게 1등을 빼앗긴 그녀는 다시,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은 사람처럼 말했다.


대답을 들으니 오히려 내가 1등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빼앗긴 것 같았다.


1등이라고 은근히 나와 타인을 모멸하던 그 시간들. 그녀에게 은근히 경멸받던 시간들에 대한 정신적 보상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우월감에 가득 차서 남들을 은근히 괴롭히는 악당 '틋녀'라는, 내 뇌가 만들어낸 망상에 복수하기 위해 쓴 시간들도 전부 빼앗긴 느낌이었다.


이제 나의 당혹감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 아마 눈빛으로 그녀에게 확실히 전달되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한방 먹였다며 웃을 것이라고 절박하게 기대했는데.


나 혼자만 피해망상에 절여져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그녀는 그저 순전히 축하한다는 마음만 담아서 웃을 뿐이었다.


끝까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그녀는 뒤를 돌아 태연하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이겼음에도 패배한 모습으로 서있을 수만 있을 뿐, 그녀를 부르기 위해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설사 불렀어도 아마 피해망상과 열등감에 찬 말만 쏟아내어 내가 얼마나 찌질한 사람인지 증명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다.




***




개씨발, 좆같다. 너무 좆같다.


시우 이 개새끼가 내 1등을 빼앗아갔다.


그 새끼 멘탈을 깨부시려고 내가 온갖 수작을 부렸는데도 기어이 1등을 빼앗아버렸다.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싫고, 알기도 싫고, 그냥 다 싫다. 시발.


쾅!


"이 좆같은 새끼..!"


침대에 화풀이를 하려다가 아랫집 인간이 죽을까봐 침대가 부서질 선으로 겨우 참았다.


근데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다.


시우 이 개새끼를, 어서 빨리 처참하게 패배시키고, 내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고 싶은데.


문제는, 못한다. 내가 병신같이 기회를 날려버려서 못한다.


그 때 진짜로 목숨 걸고 한번 결투를 해보자면서 마검을 들이댔어야 하는데, 상황을 어떻게 넘겨보겠다고 실실 웃기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1등 한 거 축하까지 해줬지. 진짜 자괴감 존나 든다.


이제 내가 패배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내가 괴롭혔던 새끼들도 이제 나에게 대들기 시작하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시우 이 개새끼, 진짜, 좆같아서, 죽여버리고 싶다.






틋녀는 패배한 이후로 시우한테 온갖 복수심과 분노를 느끼면서 복수하려고 매일같이 은근히 괴롭히고 각보는데


시우는 자기가 오해?하고 있던 틋녀에게 죄책감 느끼고 친절하게 대하는 착각물 써줘


지금 보는 너 말고 쓸 사람이 없으니까 빨리 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