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TS근친3] 대충 형이었던 것을 깔아뭉개는 소설
개념글 모음

그렇게 규칙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규칙 넷. 밥을 먹을 때는 입으로 개밥 그릇에 있는 음식을 먹을 것.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예지는 처음에는 그 규칙에 반항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그 규칙을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못 본 사이에 상당히 강해진 이예준은 그녀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익힌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는데 받아들일 수밖에.


그래도 배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물을 마시는 건 손으로 마실 수 있었다.

밥은 입으로 먹기 편하게 주먹밥 같은 형식으로 나왔다.

화장실 같은 것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고 집안일은 안 해도 되었다.


그냥 밥을 먹을 때만 입으로 먹으면 되는 삶이었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그녀는 슬슬 그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최대한.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조심한다면.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랬다.

그녀는 변변찮은 기술도 없는 데다가 신분도 없었다.

당장 그를 신고한다고 한들 어디서 먹고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먹여 살려준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알 수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래, 오히려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이예지는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뾰로통한 눈으로 이예준을 응시했다.


이예준의 생활 방식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학창 시절에 맞추어진 것처럼 일어나서는 순차적으로 집안일이나 공부를 끝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되면 알바를 나가고 오는 길에 장을 봐오는 게 전부였다.


‘참 부지런하게도 사네.’


이예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목줄에 매인 그녀와는 다르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꼴도 보기 싫었다.


“개새끼.”


일부러 욕설을 내뱉은 그녀가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보는 앞에서 규칙을 어겼다간 어김없이 얻어맞기 일쑤였다.

게다가 놈은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다치지는 않으면서 아프기는 더럽게 아픈 곳들만 골라 때리는 법을.


“좆같은 새끼.”


며칠 전에 맞았던 일을 회상한 그녀가 재차 욕설을 내뱉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면전 앞에서 욕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한이었다.


이상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예준은 꼭 성욕이 없다는 것처럼 굴었다.

며칠 동안 온종일 같이 지냈는데 성욕을 해소하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진짜 게이 아냐?”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턱을 괴었다.

심지어 그녀도 종종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이예준이 없는 틈을 타서 자위하는데.

한창 성욕이 끓을 나이대의 청년이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심리적으로 무슨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기억하기에는 분명 여자 친구도 사귀었던 것 같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것도 위장이었을 수도 있지.


묶여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계속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저녁이 되었는지 문이 벌컥 열렸다. 이예준은 늘 그랬듯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가 물건들을 정리하는 걸 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야.”


“...또 뭐. 목줄 풀어 달라고?”


“아니,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너, 딸딸이 안 쳐?”


이예준이 대답 대신 얼굴을 와락 구겼다.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며칠 동안 봤는데... 딱히 딸 친 걸 본 적 없는 것 같아서.”


“관심 꺼.”


“물어볼 수도 있지. 허, 설마 어디 문제 있어?”


“관심 끄라니까.”


그녀는 입술을 샐쭉했다.

자고로 사람이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간단명료하게 사유를 말해준다면 모를까.

이렇게 알 필요 없다고 해버리면 더 알고 싶어지는 법이었다.


그녀는 잠깐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질문했다고 해서 맞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았다.


“왜, 혹시 고자라도 된 거야? 무슨 문제 있었어? 아니면 진짜 게이?”


“신경 쓰지 말라고 세 번째 말하고 있는데. 규칙 잊었어? 다시 새겨줘야 하냐고.”


“아니, 뭐... 그것도 못 말해주나 싶어서.”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천천히 집안일을 시작했다.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

결국, 그녀도 입을 다문 채 멍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시간이 좀 더 지났다.


이예지는 늘 그랬듯 개밥 그릇에 담긴 주먹밥을 입으로 먹었다.

이번에는 참치와 볶음김치가 들어가서 상당히 맛있었다.


반면 이예준은 앉아서 저녁 식사를 끝마쳤다.

된장찌개를 비롯한 여러 반찬이 있는. 자취치고는 상당히 호화로운 밥상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걸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 가지고는 뭐라고 하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덕분에 이렇게나마 불만을 표시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좀 더 지났다.


이예준은 말없이 집안일을 모두 끝마치고 창작 활동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이예지도 말없이 자리에 앉아 멍하게 조금 전 질문을 되새김질했다.

그래서 자위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하등 쓸데없는 고민을.


그러다가 문득 어딘가에 생각이 닿았다.


“야.”


“...이번에도 또 그 딸딸이 소리면 맞을 줄 알아.”


“아니, 그런 거 말고. 그, 누구였지? 너 여자친구 한 명 있지 않았어?”


그 말과 동시에 바쁘게 타닥거리던 소리가 멈추었다.

하지만 이예지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뭐야,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나랑 똑같네? 걔도 이예지였잖아.”


“...그렇지.”


“너 설마, 걔를 나한테 비추어 보는 건 아니지?”


“그러겠어...?”


“하긴, 그럴 리가 없지. 참, 그러면 걔는 어떻게 됐어?”


“죽었어...”


“엥? 왜? 왜 죽었는데?”


“글쎄...”


이예지는 이예준의 등 뒤를 노려봤다.

무슨 말을 할 것이라면 바로 할 것이지.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자살이라도 했어? 말 못 할 이유가 있어?”


“...잘 아네. 자살했어. 걔.”


“아...”


“왜 죽었을까. 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왜 그딴 식으로 말해? 누가 보면 내가 걔 죽인 줄 알겠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예준이 몸을 돌렸다.

전에 없는. 이례적으로 사나운 눈길에 이예지는 곧장 입을 다물었다.


몇 주 동안의 폭력 때문일까. 몸이 벌써 덜덜 떨렸다.

혹시 곧장 주먹을 들어 올려 손찌검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던 순간.


“기억 안 나는 거야? 설마?”


이예준이 으르렁거렸다.

금방이라도 목을 조를 것 같은 눈빛은 덤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기억을 뒤졌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걸레라고 소문이 났던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학생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소문을 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그 소문의 발상지였더라.


아.


“나, 나였네...?”


그녀가 멍하게 중얼거렸다.

이예준은 그걸 이제야 기억해냈냐는 듯 그녀를 응시했다.


주먹이 올라갔다. 힘줄이 도드라졌다.

이예지는 곧 닥칠 폭력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아니, 그까짓 소문 가지고 죽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잖아!”


“소문으로 안 끝냈잖아.”


“소문으로 안 끝냈다고? 내가? 언제? 내가 한 건...”


그녀가 숨을 삼켰다.

학생 시절 술을 마시고 자랑스레 떠들었던 게 기억났다.


네 대우를 고쳐준다는 명목으로 꾀었다고.

그렇게 다른 양아치한테 넘겼다고.

지금쯤 집에 무사히 돌아갔을지는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다음 날 훌쩍 죽어버렸던 것 같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아니라고! 걔, 걔가 나약했겠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먹을 쥔 채 부르르 떨다가. 갑작스레 손을 들어 올렸다.

쫙 편 손가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예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내 이예준의 입이 열렸다.


“다섯. 이제부터 내게 잘못한 것, 전부 다 몸으로 받아낼 거야.”


“모, 몸으로...?”


“알아들었으면 다리 벌려, 쌍년아.”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목줄이 매인 시점에서 그녀는 독 안에 든 쥐, 아니... 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예지는 두들겨 맞았다.

짓밟힌 채 목줄이 조여져 캑캑거렸다.


이예준은 그런 이예지를 내려다봤다.

그날 이후로 잊고 지냈던 성욕이라는 게... 가학심과 함께 고개를 들어 올리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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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