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나는 공원 관리인이었다.


아무도 없는 한밤중 공원을 순찰하는 것이 나의 업무


그런데 아무도 없는 공원 한가운데에 사람 한명이 서 있었다.


긴 머리와 새하얀 원피스 드레스를 보니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 한명이 등을 보인 채 무언가를 주섬주섬 커다란 보따리에 담고 있었다.


거리도 있고 어두워 잘 보이진 않지만 공원 화단에 있던 돌멩이를 주워서 담고 있는 듯 했다.


영문을 모르지만 어쨌든 놔두어도 될 일은 아닌 것 같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가가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며 말했다.


저기, 아주머니, 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이러면 안ㄷㅙ..



허나,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끼에에에에에엑!!!!!!!!!!!!





고개를 돌리자 진짜 미친 아줌마라는 단어가 딱 떠오를 정도의 몰골을 한 여자가 괴성을 지르며 나한테 달려드는데 오른손에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커다란 식칼이 들려있었다.



이런, 씹!



절로 욕이 나왔지만 나도 놀랄 순발력을 발휘해 손에 들고 있던 손전등을 버리고 양손으로 미친 년의 양 손목을 붙잡아 저지하였지만






끼에에에엑!!!!!!!




미친 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 찌르기 위해 발버둥쳤고, 눈깔이 뒤집힌 것을 보니 도저히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허나 나의 양 손은 이 년의 양 손목에 봉인되어 있었고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년 손에 들린 칼에 찔릴 상황, 이도 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순간 나는 오징어 게임 줄다리기에서 봤던 뒷걸음질 전략이 생각났다.


그와 동시에 뒤로 한두걸음 옮기자 앞을 향해 전력을 쏟던 년의 몸뚱이는 기우뚱하였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격을 가해 잡고 있던 양 손목을 있는 힘껏 미친 년 쪽으로 밀어붙였다.


허나, 나의 힘이 너무 강한 탓이었나











푸욱!


.....어.....?





힘껏 밀어붙인 미친 년 손에 들려있던 칼이 그대로 미친년의 목으로 쑤욱 들어갔고


마치 기를 칼로 써는 듯하던 그 감촉이 손목을 붙잡고 있던 나의 손까지 전해졌다.




머리가 새하애진 내가 양손에서 힘을 빼자



미친 년의 몸뚱이는 실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져버렸고


그 충격으로 목에 꽂혀있던 칼이 다시 튕겨 나오자









컥....커거걱....


미친 년은 목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올 때마다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여기서 문제, 나는 이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 X됐다'는 생각?


'당장 119에 전화해야겠다'는 생각?


'미친 년, 잘 뒤졌다'는 생각?


'나, 난 아무 잘못없어. 이건 정당방위야!'라는 생각?



아니, 그 어느 것도 정답이 아니다.






간접적으로라도 사람의 목을 칼로 찌른 순간부터,


온몸에서 힘이 빠질 때도


미친 년이 힘없이 쓰러질 때도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신음소리를 낼 때도




나는 그저 내 손, 그 고기 써는 감촉이 전해지던 내 손만을 바라본 채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처음으로 사람을 찌르며 느낀 감촉만을 되새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꿈에서 깼다.


깨어난 후 방금 전까지의 일이 전부 꿈이고 이곳은 현실이라는 것을 파악하였지만






















단순히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그 감촉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원래는 맨 밑에 피 묻은 칼 든 그림 넣으려다가 괜히 고어 신고 맞을 까봐 적당히 덜 잔인한 걸로 넣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