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조금은 기대 했는데 너도 나를 채울 수 없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힘든 이별. 치오리에게 일방적으로 차이니 후두부로 강한 충격을 받은 기분이다.


이 모든 게 놀아난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치오리의 눈이 동요 하는 게 보였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지금 어떤 얼굴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겠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잘 모르겠어."


"말 그대로 놀아난 거야. 그냥 2개월 동안 꿈속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솔직히 나도 마냥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어. 나도 너랑 있는 게 재밌었으니까."


"아직 기간도 남아 있잖아. 나는 아직 네 조건을 달성하지…"


돌연 스쳐 지나갔다. 1개월 뒤 치오리에게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 거지


생각해 보면 지금도 갈피를 못 찾고 있었다.


대가를 지급해 자신을 사라고 했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바꿔 말하면 치오리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있던가


충격을 받고 나니 갈피를 찾지 못했던 방향이 보였다.


3개월 안에 자신을 지급할 대가를 가지고 오라는 말은 자기 마음을 움직여 보라는 것이며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아무런 시도조차 못했고 치오리의 마음은 그동안 미동도 없었다.


치오리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해 임시 연인 관계를 정산 하려는 거다.


"이해한 모양이네."


표정을 보고 치오리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너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거야. 네가 반한 여자는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논 나쁜 여자라는 게 결론이지."


"거짓말 하는 거지? 눈은 동요하고 있잖아."


"그만 끝내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동요하는 치오리의 눈은 의문으로 남은 채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집에서 나와 거리로 나왔다.


치오리의 말대로 2개월의 시간이 정말로 꿈만 같았다.


연인 같은 추억들은 전혀 없었다.


일상에서 치오리의 공간에 들어와 함께 있는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했고 만족했다.


오랜 시간 그 공간에서 함께 있었는데 꿈에서 나오니 현실은 외롭고 한여름에도 차디찬 바람이 피부를 가르고 뼈를 시리게 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기회를 붙잡고 싶었지만, 소용 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미련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공허한 마음으로 이 세상이 끝난 사람의 몰골은 비참했다.


충격은 전혀 가시질 않은 상태로 목적도 없이 거리를 돌아다녔다.


"너 왜 그래?"


가로등 불빛 아래 푸리나가 서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있었다.


오늘 데이트 한다고 했으니 어떻게 됐는지 듣기 위해서. 라는 이유는 아니겠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여기 올지도 알 수 없으니까


사실 지금은 푸리나가 중요하지 않았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야, 야! 정신 좀 차려 봐!"


푸리나가 뭐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 들릴리가 없었다.


"야!"


짝. 하는 소리가 들렸고 뺨이 얼얼해지면서 떠나간 정신이 돌아왔다.


그제야 멱살을 쥐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푸리나가 눈에 들어왔다.


"푸리나."


"기분 좋게 나가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차였어."


"뭐? 차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기분 좋게 나갔던 사람이 몇 시간 만에 폐인이 돼서 차였다고 하니 푸리나는 어이가 없었다.


장소를 옮겨 푸리나의 집으로 갔다.


정신은 돌아왔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는 무명을 걱정스럽게 보며 푸리나는 코코아를 가지고 와 건넸다.


"마셔. 단 걸 먹으면 좀 나아질 거야."


"그래, 고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차인 거야?"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푸리나는 어째서인지 화를 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본 푸리나의 화난 얼굴에 쟤 왜 저러냐는 반응으로 보자. 푸리나는 한숨을 푹 쉬고 일어나더니 쉬고 있으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푸리나는 문에 기대어 분을 삭혔다.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치오리였지만 내가 화가 난다고 해서 어쩌라고. 라는 무기력한 감이 들었다.


치오리가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닌데. 이렇게까지 잔인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푸리나는 알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결과는 잔혹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심을 품은 사람의 마음이 짓밟혔지만 푸리나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위로도 할 수 없었다. 어중간한 위로는 하는 것만 못했다.


분을 삭히며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푸리나는 예전에 했던 공연 대본이 시선에 들어왔다.


대본은 빤히 보던 푸리나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방에서 나왔다.


"내일 저녁에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상관은 없는데… 무슨 일이야.?"


"내일 만나서 얘기해줄 테니까. 내일 꼭 와야 해."


약속을 잡고 푸리나에게 떠밀려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푸리나는 가위를 꺼내 거울 앞에서 심호흡하고 결심한 듯 가위를 들었다.


이튿날 저녁 푸리나의 집에 갔지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라다 못해 소름이 돋게 무서웠다.


치오리의 옷을 입은 푸리나가 현관에 서서 반겼다.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오리였다.


"어서 와."


목소리조차 치오리였다.


치오리의 모습을 한 푸리나가 한 걸음 다가오자 소름이 돋아 물러서다 꼴사납게 자빠져 눈빛 조차 치오리와 똑같은 눈을 바라봤다.


"너… 뭐 하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푸리나. 아니, 또 다른 치오리가 손을 뻗어 뺨을 어루만졌다.


"나야 치오리."


"너는 치오리가 아니야. 푸리나 라고 장난치고 심하잖아!"


푸리나가 뺨을 때리고 턱을 잡았다.


"잘 봐 네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푸리나의 모습으로 이 남자의 마음을 얻을 수도 위로할 수도 없다.


이게 푸리나가 내린 결론이었다.


수백 년을 연기해왔으니 치오리를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나는 치오리야. 네가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치오리."


푸리나의 눈은 공허했다. 공허함 속에 광기가 일렁였다.


푸리나는 레플리카가 되기로 했다.


너만의 치오리가 되도록 열심히 연기할게. 내가 너의 레플리카가 되어 줄게


"사랑해."


이건 또 다른 공포였다. 귀신을 마주한 것 같은 공포가 몸을 지배했다.





::이거 재미없는데 이왕 쓰는거 끝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