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에도르 비에이 레제르브 No.8 그랑상파뉴 47% 

Brut de fut, 45y



노즈: 청포도, 아세톤, 건대추야자, 바닐라빈, 애플민트, 정향, 육두구, 버터스카치, 캐러멜, 잔디, 천리향, 납작복숭아, 


팔레트: 트로피칼 믹스, 샤인머스캣, 오크, 파인애플, 멜론, 탄닌, 란시오, 감칠맛, 표고버섯, 산미


피니시: 오크, 포도, 바닐라, 정향, 스파이스, 후추, 스모크, 짚불, 



처음 잔에 코를 가져다 대었을 때 강렬한 포도와 열대과일 뭉치가 날아든다. 다음 숨을 들이쉴 때에는 갓 딴 아르마냑의 아세톤을 베이스 삼아 볼륨을 끌어올리는데 말린 대추야자의 진한 달콤함과 검은 바닐라빈이 그것이다. 잔을 스월링하며 지속적으로 공기와 접촉시켜주면 정향과 육두구의 톡 쏘는 아린 스파이스가 과하다 싶을 때쯤 애플민트의 화함이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버터스카치와 캐러맬의 기름진 달콤함과 만나 서로를 소거시킨다. 잔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듯 하지만 바람이 부는 들판의 풀내음과 천리향의 꽃향기, 납작복숭아 과즙의 산뜻한 달콤함으로 기분 좋은 마무리.


입에 머금으면 첫 노징때와 같이 포도와 열대과일 뭉치가 다시 날아든다. 그러나 이는 길지 않고 곧바로 자기주장이 강한 오크와 탄닌이 혀를 휘감으며 단맛을 억제한다. 과일스러움이 사라지려고 할 때 파인애플의 산미와 멜론 과육이 활기를 찾으며 달콤함은 맛이 아니라 향으로 옮겨간다. 산미를 제외한 맛의 빈자리는 표고버섯 우린 물의 어둡고 절제된 단맛과 감칠맛이 탄닌과 더불어 복합적인 밸런스를 이룬다. 오래 머금을수록 오크와 버섯의 뉘앙스가 강해진다.


삼키자마자 란시오는 곰팡이 핀 오크만 남겨두고 사라지며 억눌려왔던 민트와 정향, 육두구의 화한 느낌이 입안을 정돈한다. 그 빈자리는 참외나 수박 껍질 부분의 비교적 수분감 많은 단맛이 피니시 끝까지 체류한다. 굵게 간 후추가 자극의 여운을 담당하는 동안 시간이 꽤나 지나면 은은한 연기와 짚불향이 남는다.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그저 좀 떫고 포도향 대충 나는 도수 높은 코냑이었는데 3개월정도 지나고 잔에 한시간 가량 굴리며 맛보니 이제야 제대로 느껴진다. 

팔레트가 충실하고 란시오, 탄닌, 오크가 강해서 처음 한모금은 미각이 마비되는 느낌이었지만 교통정리가 되고 나서는 처음의 강렬한 과일폭탄, 후반의 버섯-지하실의 란시오라는 변화무쌍을 즐길 수 있었다.

머금고 있는 동안 탄닌과 오크가 꽤나 강렬했음에도 불구하고 삼키고 나서는 향신료의 스파이스와 민트가 과하지 않게 정리해주고 정말 은은하고 물기있는 단맛을 혀에 오래도록 남기는데 향은 끝에서 살짝 스모키해지는 이런 매력을 다른 곳에서 찾기란 어렵다.


동급의 다른 코냑이라면 그랑상파뉴-브룻드풋-고숙성이란 카테고리를 공유하는 다니엘 부쥬 브룻드풋, 라뇨 사브랑 플로릴레쥬를 꼽을 수 있다. 부쥬 브룻드풋이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노신사, 라뇨 플로릴레쥬가 한껏 꾸미고 화장해 어른스러움을 뽐내려는 여대생이라면 아에도르 넘버 8은 발랄한 코디로도 은근한 색기를 낼 수 있는 오피스 레이디라 하겠다.


맛있다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


시발거 밀랍까기 드럽게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