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엔 벌써 20년 넘게 제자리를 유지하는 치킨집이 하나 있답니다.


넓적한 창문은 굳어버린 먼지와 색바랜 스티커를 품고 있고, 환풍기 쪽엔 먼지가 도톰하게 쌓이고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지요. 


다리 한 쪽이 휘어버린 야외용 의자는 삼삼오오 모여서 구멍난 파라솔 아래에 몸을 숨기고, 기업상표가 점점 모자이크화처럼 일그러지는 손 때 탄 맥주잔들은 언제나 환한 노란색 빛의 맥주를 가득 담아선 제 몸을 거품으로 부끄럽게 가리고 있어요.


옥수수처럼 길쭉한 사기그릇엔 키친타올 다린 것 몇 장이 고스란히 올라와선, 싱싱한 노란빛 튀김옷을 차려입은 꼬꼬들의 조각을 한데 품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라는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치킨무부터 포크로 쿠욱 집어서 입에 털어넣곤, 안줏거리로 나오는 가운데가 뻥 뚫린 무지개색 과자를 담은 움푹한 그릇을 손날로 치워선 자리를 곧잘 꼬꼬에게 양보하기 바빠집니다.


악령을 쫓아내어 주진 못하지만, 적어도 추억을 되살리고 배고픔도 달래어주는 현대의 장승...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대신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


언제나 똑같은 그 모습에, 마치 치킨집이 장승 같아 보이더라고요. 그 치킨집도 동네 입구 근처에 있거든요. 여름이었던가요? 늦은 밤까지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면서, 야외에 차려진 파란색 모노블럭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선 콜라를 홀짝이던 때가 생각나요.


습하고 달궈진 공기에 셔츠의 목덜미를 잡곤 부채질하면서도, 늦게 넘어가는 태양께서 눈을 천천히 감으실 때 세상이 순간 옅은 붉은빛으로 덧칠해가는 그 모습이란.


참 별난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