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귀족틋녀근친] 늑대는 혈육을 이길 수 없다.
개념글 모음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이예준은 그녀의 동생을 데리고 허구한 날 말을 타며 지냈다.


원래라면 그렇게까지 승마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속도감을 이제야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상황에 점잖은 척하면서 몸을 내빼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예형아! 달리자꾸나, 계속! 계속 달리자꾸나!”


“으윽, 형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되었다, 내가 무리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네 눈이 옹이구멍이겠지!”


이예지가 고삐를 잡으며 씩 웃었다.

귀가 마구 흔들렸다. 꼬리가 곡선을 그리며 위아래로 날뛰었다.


그렇게 얼마나 신바람 나게 말을 탔을까.

그녀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뒤늦게 따라온 동생을 보며 씩 웃었다.


“어떠냐? 이 정도면 알현할 때 문제가 되진 않겠지?”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전하께서 직접 이리로 오시겠다는군요.”


“...뭐? 전하께서?”


“아무래도 지금의 형님한테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으음...”


그녀는 침음을 흘렸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왕이나 그녀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건 똑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결혼하거나 합궁하는 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왕은 랑족과 결혼했다며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반대로 그녀는 왕과 결혼했으니 당연히 일족을 수호할 수 있을 테고.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하나 있었다.


“전하께선 이제야 열두 살 아니신가. 관심이 있어봤자 무얼 어떻게 하시려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직후, 바로 옆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숨을 삼켰다.


홍옥의 미소년이 말에 올라탄 채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내 나이가 뭐 어쩌고 어쨌다고?”


그렇게 말한 미소년이 씩 웃었다.


이예지는 최대한 태연하게 표정을 유지했다.

아무리 대화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다니.

그녀는 새삼 신기에 달한 기마술이라고 생각하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스칸 전하, 전하께서는 아직 어리십니다. 무엇을 생각하시는지는 몰라도...”


“어허, 내 아랫도리는 몇 년 안에 똑바로 기능할 거야.”


“그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전하께서는 아직 할 일도 많으십니다. 배우실 것도 많으시고요.”


“배울 것? 많긴 하겠지. 그래, 자네와의 합궁으로 가장 먼저 남자가 되는 법부터...”


“전하!”


이예지가 빽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그녀가 고개를 돌려 동생을 응시했다.


“예형아, 너 설마...”


말한 거니? 라는 뜻을 담은 눈빛이 쏘아졌다.

동생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이미 전설에 대해 상세히 알고 계셨습니다. 숨기는 게 불가능하더군요.”


“이런...”


“그래서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 보낼 바에야 저희 일족 내에서 혼인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걸 나 없이 결정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더냐! 나는 다른 남자랑 해도... 으음...”


“정말로 상관없으신 겁니까?”


이예지는 대답 대신 유목민들의 거친 정사를 떠올렸다.

사람이 있든 말든 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를 짐승처럼 범하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이내 그녀도 그런 신세가 되리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필요한 일이라고는 해도 좀 더 배려받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었으니까.


그 망설임을 본 이스칸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영 뭣하면 자네 동생과 결혼하면 되는 일 아닌가.”


“전하! 저흰 형제였습니다!”


“랑족은 다시 태어난 존재지. 자네도 그걸 모르고 있진 않을 텐데? 사실상 타인의 몸에 기억만 가졌을 뿐인데... 그걸 같은 자신이라고 할 수 있나?”


이예지는 입을 다물었다.

저게 열두 살짜리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냐는 생각도 잠시.


동생은 자기 같은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애초에 동생도 그녀를 여자로 보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저희 천막 안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건 으레 유목민 남자들이 하는 말이었다.

내가 누구랑 떡을 치든 간에 네 마누라만 아니면 되지 않냐는 말.


그 말을 들은 이스칸은 놀랐다는 듯 싱긋 웃었다.

이예지는 그 직후, 쐐기를 박았다.


“어차피 회임할 생각은 있었습니다. 씨족을 가꾸어 랑족의 피를 섞을 테니 염려 마시지요.”


“그럼 되었다. 걱정할 건 없겠군.”


“단, 전 보름 전까지만 해도 남자로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녀자로 살라고 해도 그게 되겠습니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당장 합방하지 못하는 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아서 하게. 나는 나중에 자네의 아이와 결혼할 수 있으면 족하니.”


“...으음.”


“알지 않나. 내 왕위를 다지기 위해서는 그런 얄팍한 술수라도 필요해. 정 내가 싫다면 내 아들이든 손자든 선택지는 많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만간 좋은 소식 있길 기대하지. 아, 다음부터는 실력을 좀 덜 발휘하도록 하겠네. 몰래 왔다가 놀라게 할 줄은 몰랐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예지는 또 소리 없이 사라진 이스칸과 그의 애마를 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에에잇, 예형아! 말이나 달리자꾸나!”


“혀, 형님?!”


“하하, 나 먼저 간다!”


지금은 동생과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어렸을 때는 병약해서 못 했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는 체통을 지키느라 못했고.

그것보다 나이를 좀 더 먹었을 때는 여러 사건 때문에 교류를 못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자꾸나! 할 일이야 당분간은 모조리 잊어버린 채!”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봄 아니더냐! 달포 정도는 놀아도 아무런 일 없겠지!”


언제 어떻게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말이 맞아떨어졌다.


이예지는 달포 동안 동생과 놀았다.

격구도 하고. 활도 쏘며 사냥도 나갔다.

여기저기 다니며 밤새 술을 마시기도 하고.

함께 오랜만에 멱을 감으며 이것저것 다 하다가 행복하게 지친 몸을 이끌었다.


“아, 안 되겠다.”


말을 막 묶어둔 이예지가 입을 열었다.


“예형아, 너무 피곤하구나... 내 천막까지 업고 가다오...”


“알겠습니다.”


“그래, 난 잠시 네 품에서 눈 좀 붙이마...”


이예지는 천천히 눈을 감고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낯익은 천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여긴...”


그녀는 여기가 동생의 천막 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 천막의 중앙 기둥에 묶여있다는 것도.


“뭐야...”


멍하게 입을 벌린 그녀가 손톱을 세웠다.


그걸 이용해 손목을 묶은 끈을 잘라 낸 그녀가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도대체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 누구든지 들어오면 추궁하리라 마음먹은 직후, 동생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지금 도대체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언성을 높인 이예지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반쯤 나체가 된 동생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걸어왔다.

빳빳하게 커진 동생의 남성기가 그녀의 시선을 훅 잡아끌었다.


이예지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숨을 토했다.

무언가 기대되는 것 같아 상당히 묘한 느낌이었다.


‘발정 난 짐승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결의를 다진 그녀가 재차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동생의 남성기에서 시선을 뗼 수 없었다.


저게 안에 들어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마지막으로 결의를 다진 그녀가 노호성을 내질렀다.


“예형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느냐!”


“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형님의 기억을 가졌을 뿐인... 형님과 가장 닮은 여자인... 제가 가장 사랑할 수 있을 이상적인 여자인 형님을... 범할 생각입니다.”


“...뭐?”


“세상에 형님 같은 여자가 있을까, 하고 고민했지만... 마침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한 동생이 후, 하고 숨을 토했다.


“그리고 형님이 먼저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자극적인 몸을 하고 제게 달라붙으시면...”


“예, 예형아...”


“제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예형아...?”


“그러니 지금부터 형님을 범할 겁니다. 제 여자로 만들고 만들어서... 형님 대신 임자라고 부를 수 있게끔 할 겁니다.”


“...”


“싫다면 지금 천막 밖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끈이야, 어차피 풀어드릴 생각이었으니까요.”


이예지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갈 수 없으리란 것도.


“...좋습니다. 나가지 않는 것이군요.”


동생이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이예지는 그가 몸을 숙이는 그 순간까지 남성기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깨달았다.


오늘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그녀가 될 게 분명하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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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