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간 하이티엔은 무언가 결심한 듯 내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이티엔: 저기… 옷을 말려야 하는 건 지휘관님도 마찬가지고, 불을 피웠다고는 하지만 옷을 벗으면 동굴 안은 습하고 추우니까요…….

하이티엔: 지휘관님의 건강을 위해… 몸에 실례하겠습니다…!


멈추지 않는 빗소리가 이곳과 외부와의 모든 연결을 차단하고 있었다.

모닥불에서 작게 불똥이 튀었다. 문득 시선이 젖은 소녀의 옷에 가려지고…….

눈처럼 하얗게 윤이 나는 살색만이 남았다…….


모닥불의 열기 탓인지, 혹은 맞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온기 탓인지, 우리는 어느새 깊이 잠들고 말았다.

눈을 뜨자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지휘관: 하이티엔?


곁에 있는 소녀는 눈을 감고 입가에는 미소를 띤 채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을 걸자 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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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섹스했다고 말해



하이티엔: “달이 기우니, 창 앞에 드리운 꽃 그림자.”


지휘관: 꽃과 같은 가인, 구름에 가리우니.“


하이티엔: “흘러가는 구름에 옷을 생각하고, 흐드러진 꽃에 용안을 연모하누나.”


→ 난간을 쓰다듬는 봄바람, 이슬이 떨어지면 꽃 빛이 짙어지네.“

하이티엔: 응? 지휘관님. 그건 아까 전의 시에 이어지는 것 아닌가요?


지휘관: 하이티엔을 보고 있다 보니 그만….

지휘관: “천자국색(天姿國色), 곤륜산이 아니면 요대 월하(瑤臺)에서 보자꾸나.” …음, 역시 하이티엔한테 딱 어울려.

 역주) 천자국색=경국지색 / 곤륜산=절세미인 서왕모가 기거했다는 산 / 요대 월하=신선이 사는 달 아래


하이티엔: 읏…. 그, 그럼 이번에도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하이티엔: “배에서 들리는 생가(笙歌), 물가를 수놓는 꽃들.”


지휘관: ……큰일이다. 아무것도 안 떠올라….


하이티엔: 후후후. 아무래도 이 승부는 하이티엔이 이긴 것 같네요. 그럼… “꽃이 피었으면 즉시 꺾으시오. 꽃 지고 난 뒤 헛되이 빈 가지 꺾지 말고.”

 역주) 두추랑 - 『금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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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생했으니까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