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tsfiction/105906790




아카데미물 소설에 빙의했다.

거지 같은 상태창과 함께.


빙의 당할 짓은 하긴 했다.

작가에게 6974자로 된 장문의 댓글을 달았으니까.


핵심은 '제발 아카데미 학생들 좀 제대로 졸업 좀 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작가는 아카데미 장르 소설만 10개 넘게 연재했으면서 주인공이 정상적으로 졸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고로 학생이란 학습의 장인 아카데미에서, 청춘과 노력 끝에 졸업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그 작가에게 아카데미는 그저 재밌는 무대 A에 불과했다.


소설 자체는 매우 잘 쓰던 양반이라 기대했건만, 이번에도 배신당한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장문의 댓글을 배설하고 유튜브 쇼츠로 시간을 버리고 나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럴 거면 댓글 쓰지 말 걸…”


아카데미 소설에 빙의했다.


[저의 소설 속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호1감댓글작성자님!]


거지 같은 상태창과 함께…


성별과 종족도 바뀐 채로…







“씨발…”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눈 떠보니 아예 모르는 장소에 있는 것도 그렇고, 거기가 소설 안 이라는 것도, 그 소설이 하필 망할 놈의 소설이라는 것도, 전부 다.


[욕은 나쁘다고요? 기껏 만든 예쁜 얼굴이 망가진다고요!]


“너 때문이잖아 이 망할 작가놈아! 빨리 내 몸 돌려내!”


맑고 청량한 목소리.


당연하게도 내 목소리가 아니다.

정확히는 내 목소리이면 안 된다.


내 목에서는 아리따운 목소리가 나오면 안 되고

내 흉부에는 거대한 지방 덩어리가 있으면 안 되고

풍부한 아기씨 주머니에 서큐버스 꼬리는 더더욱 있으면 안 됐다.


“어떻게 선량한 독자를 암캐 서큐버스로 만들 수 있어!? 어!?”


[선?량]


“내가 무지성 비판을 했어? 커뮤니티에 저격을 했냐? 아니면, 기프티콘 낚시라도 했어?”


최소한 장문의 댓글을 보내긴 했지만, 적어도 무지성 비판은 아니었다.

선량한 독자의 푸념에 가까웠지.


[독자님의 선?량한 6974자로 이루어진 댓글이 저를 상처입혔죠…]


“고작 주인공이 아카데미 졸업하는 걸 보고 싶다는 댓글로 상처를 입었다고? 개복치야? 쿠크다스야?”


[자고로 작가라는 생물은 장문의 댓글 알러지가 있다고요]


“지랄.”


[:(]


이 거지 같은 작가랑 더 얘기하면 스트레스가 내가 사지 않은 주식처럼 쭉쭉 올라갈 게 분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나를 돌려보내 줄 건데?”


[의외로 빠르게 적응하시네요? 대충 2, 3시간은 더 화내실 줄 알았는데요?]


“너 같은 놈한테 더 신경 써봤자 스트레스만 늘어날 게 뻔하지.”


[오호… 예리하시네요, 그런데 제가 아무런 정보도 드리지 않으면 독자님이 뭘 할 수 있죠?]


“뭐…?”


[그 천박한 서큐버스 찢찌를 흔드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겠나요~]


…진짜 찢어버리고 싶다.


[오우… 싸늘한 눈빛 한 번 참 꼴리네요. 알았어요, 독자님을 부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진작 그럴 것이지.”


[우선 독자님이 빙의하신 이곳은 제 차기작 안이에요. 그 외에는 뭐… 평소랑 똑같죠. 마왕은 예~~전에 봉인됐고, 그 마왕을 부활시키려는 세력이 아카데미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세계관이요]


“이번에도 졸업 안 시키면 죽여버린다.”


[어차피 절 공격하는 것도 못 하시면서…]


“아가리.”


[아무튼 독자님의 선?량한 6974자로 이루어진 댓글을 받았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졸업시켜줄 생각이에요]


“휴… 다행이…”


[대~~신에! 그냥 졸업시키면 독자님한테만 좋은 게 되잖아요? 그래서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죠!]


“그 한 가지 묘수가 이상한 거면 찢어버린다.”


[바로 독자님을 흑막으로 만들어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거예요!]


작가의 선언을 보자마자 찢어버리려 했으나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아오… 저 망할 작가를 확 그냥…


“그게 나를 서큐버스로 만든 거랑은 무슨 상관인데?”


[? 그게 더 꼴리니까요]


……! …! …………!

머릿속으로는 작가의 부모 안부부터 욕이란 욕은 다 했지만, 내 입은 그걸 전부 내뱉을 정도로 유연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지 않나요? 찢찌랑 골반이 대단한 서큐버스가 주인공을 방해하는 흑막!]


“…”


[이야! 얼마나 좋으면 아무 말도 없으실까!]


“내가 죽으면 저 자식이 웃는 꼴을 안 볼 수 있겠지…”


[안 돼요! 자살 금지! 우우 스레기!]


“이젠 아무래도 좋아… 네가 웃는 꼴만 안 보면 될 것 같아…”


[그, 그래도 조건을 달성하면 원래대로 돌려드릴게요!]


“조건…?”


[그 조건은…






…이 소설의 배드 엔딩이에요]


“그러면 주인공 졸업 안 시킨다는 얘기잖아 ♡발아!”




------------


다음 편은 몰?루